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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비판 기준 놓고 격론 … 본격 ‘비판적 중국학’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지식인 비판 기준 놓고 격론 … 본격 ‘비판적 중국학’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4.01.20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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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국학연구원 제38차 사회인문학포럼_ 중국 현대 지식인 지도 저작비평회

지난해 10월 출간된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철학)의 저서『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글항아리 刊)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뜨겁다. <교수신문> 711호 ‘화제의 책’코너에「젊고 도전적인 접근…‘문명중국’의 논리에 깃든 허구성 비판」으로 소개된 이후, 신문사로 이 주제에 관심 있는 교수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송인재 한림대 한림과학원 HK연구교수(철학)가「왕후이·간양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과연 타당한가?」라고 비판적 리뷰를 보내왔고(713호), 이에 대해 저자는 2회에 걸쳐 조목조목 답변했다. 이런 열기는 지난 14일 연세대 국학연구원에서 저작비평회로 열린 제38차 사회인문학포럼에도 이어졌다.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들이 모여 현대 중국의 지식인들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았다. 토론 자리도 여느 때와는 달리 질의와 응답이 꽉찬 느낌을 줬다.

토론은 저자인 조경란 교수로부터 시작됐다. “쓰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는 지적을 들었다고 입을 연 그는 “중국의 현대 지식계 현황을 정리하고자 썼던 서론이 책이 됐기에 허술하기에 짝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던 왕후이 비판 문제에 대해 루쉰을 다시 한 번 호출했다. 조 교수는 “중고교 교과서에서 300번 넘게 언급되던 루쉰 이야기가 15회로 줄었다”“지난해 9월 왕후이를 만나서 중국의 루쉰 지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루쉰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정부의 입장으로 이야기 하더라”며 왕후이가 결국 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게 서 있다고 느꼈기에 책에서도 그런 서술이 가능했다고 답했다.

토론자로는 사회과학자와 인문학자가 1명씩 나섰다. 먼저 토론을 시작한 장윤미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중국정치)는 “종래의 중국 정치학 연구가 문건 중심적이었고 실질적으로 정치가 빠진 연구였다는 점에서 이번 저작은 기존 방식으로 파악하기 힘들었던 중국의 역동적 변화를 감지하게 해 준 비판적 중국 연구의 질적 전환이다”라고 전반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그는 뒤이어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장 교수는 첫째로 “지식인을 비판하는 기준은 여러가지다. 내부의 역동성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기준이 여전히 서구적이 아닌가?”라며 중국 지식인에 대한 비판 기준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을 요구했다.

그가 둘째로 지적한 부분은 중국 지식인에 대해 외부자적 시각에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설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당국체제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장 교수는 “중국에서는 양당제, 다당제라는 제도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일당체제가 체제로서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일당체제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지식인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냐고 비판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의 지식인들이 독재에 맞섰던 경험을 섣불리 중국의 지식인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전태일 평전을 번역한 중국인 행정가가 “중국 지식인들이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데서 오는 공포감을 극복하기 어렵지만, 이런 작업이 이어지는 것이 중국 체제를 위해 의미가 있다”라고 말한 대화를 소개하며 “왕후이에 대한 비판 역시 자발적인 공간이 부족한 중국의 체제에서 국가를 압박함으로써만 민생, 복지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왕후이가 현실주의자가 된 것이지, 국가주의자나 중국체제를 옹호하는 이로 변했다는 건 좀 과도한 비판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장윤미 교수의 마지막 문제 제기는 ‘儒家’였다. 전통과 유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오로지 조공체계 구축, 중화재건축이라는 의도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 그는 “자유주의자들에 대해서도 왜 중국을 서구틀로 비판하냐고 비판했는데, 꼭 유교를 말한다고 해서 중국 중심의 세계적 기준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에는 중간에 논리의 고리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경제성장과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중국의 국제적 부상이 중국의 방식이었는지,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편승했는지에 대해서도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유가 부활=중국 제국주의’식의 섣부른 일반화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서 두번째 토론자로 나선 전인갑 서강대 교수(사학과)는 “전체적으로 객관적, 냉정한 시선을 견지하려 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지만, 자유주의 지식인에게 보내는 무한한 신뢰와 지지 그리고 간양이나 왕후이 등 신좌파에 대한 냉혹한 비판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며 정 교수의 지적에 동조했다. 학문적, 이론적으로 가능한 지지와 비판이지만, 비판적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가능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저자의 논리가 신좌파 비판을 방해한다는 비판이다.

전인갑 교수는 저자의 이런 ‘대담한’지지가 학문적으로 엄밀한 근거를 병행하지 않았기에 송인재 교수의 “왕후이夢과 중국夢이 같다는 근거가 무엇인가?”라는 반론을 자초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공질서, 트랜스 시스템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강한 중국으로의 희구와 중국몽의 상관관계를 연결시킬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플로어에서 토론에 참여한 백영서 연세대 국학연구원장(사학과)은 조 교수의 이번 책에 대한 관심이 지식인 지도에만 국한돼 있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했다. 백 원장은 “중국의 현대 지식인 지도 그리기를 통해 한국의 독자에게 정보를 줬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 책을 중국 지식인들도 재미있어 할까?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중국에 발신할 수 있는 우리의 메시지를 갖고 있는가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지도를 벗어나, 인문학자의 사유의 결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는가와 사회과학자와 중국과의 비판적 관계 형성에 기여했는가라는 지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지도라는 지엽적인 산물에만 급급하면 나는 누구를 지지한다 정도의 커밍아웃에 그칠 뿐이다”라고 말하며 조 교수의 이번 저작이 본격적인 ‘비판적 중국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의 이번 저서가 그동안 아무도 해내지 못한 작업이라는 점은 이날 토론에 참여한 모든 이들도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지도는 방향성과 관계된다. 또한 실측적이기에 현단계 인식 수준도 반영되게 마련이다. 이런 지식인 유형을 지도화 하는 작업은 후속 작업을 위한 예비연구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비판적 중국학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갈 것인지는 그의 행보와 학계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윤상민 학술문화부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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