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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 자리 두고 다투는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것!
먹을 것, 자리 두고 다투는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것!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4.01.13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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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97_ 세균

우리 몸은 안팎으로 복잡한 미생물생태계를 이루니 피부, 입, 인두, 후두, 기관지, 생식기 어디에도 늘 그득하고 우글거리며, 특히 내장에 自生細菌(native bacteria)이 많다. 사람세포를 어림잡아 100조개로 친다면 체 내외에 진을 치고 있는 미생물(주로 세균임)이 체세포의 10배를 너끈히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내장 속의 혐기성세균들을 실험실의 배양접시에서 키우기 어려워, 대신 그것들의 핵산(DNA, RNA)을 추출해 공생세균의 특성을 알아내며, 사람의 유전자가 2만~2만5천개라면 이들 세균들의 것은 총 3천300만개나 된다고 한다. 아무튼 누가 뭐래도 이승은 미생물 세상!

또한 대변의 건조중량(dry weight)의 60%가 세균이라 한다. 사람의 내장에 500여 종이 넘는 세균들이 득실거리는데 이들 내장세균을 통틀어 內臟腸細菌群(gut flora)이라 한다. 그 중 30~40종이 99%를 차지하고, 그것의 99%는 혐기성세균이며, 물론 일부 곰팡이(fungi), 원생동물(protozoa), 古細菌(archaea)이 있지만 그것들의 기능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세균과 사람은 서로 거스를 수 없는, 없어서는 안 되는 죽이 맞는 공생관계(mutualistic relationship)다. 이것들은 도통 사람이 소화 못 하는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일부 지방산을 흡수케 해주고, 비타민 B(biotin)나 K를 합성하며, 칼슘, 철, 마그네슘 같은 무기물의 흡수도 돕고, 담즙대사에도 관여한다. 그리고 물 흡수에다 내장 벽의 세포분열을 촉진하며, 떼 지어 해로운 효모나 세균을 물리친다. 유익한 것과 해로운 병원균(pathogene)이 팽팽하게 균형(balance)을 맞추면 내장이 튼튼한 것이고, 이들은 양분을 놓고 싸우고, 대장상피에 붙기 위한 자리다툼도 한다. 허참, 그놈들 봐라. 사람이나 별 다르지 않네 그려.

구체적으로 이들이 숙주(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들을 보자. 무균상태인 모체자궁에 지내던 벌거숭이태아가 출산과 동시에 어머니 膣(vagina)이나 항문, 공기 중의 세균이 입이나 몸에 고루 묻을 뿐더러, 모유를 먹으면서 세균들이 몸 안에 깃들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우주속의 작은 세균생태계’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하여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난 갓난쟁이들은 모체세균과 접촉이 이뤄지지 못해 정상 분만 태아에 비해 많은 뒤탈이 따른다. 태어나 제일 먼저 내장에 자리 잡은 세균에 따라 그 사람의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데,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최소한 6개월이 지나야 내장세균무리가 제대로 자리 잡는 반면 순산이면 1개월이면 완전 터를 잡는다. 그 몇 달 차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리고 아토피피부염은 유해세균을 물리칠 토박이세균이 없어진 탓이라는 주장이다. 세균은 결코 고깝거나 더러운 존재가 아니고 반드시 있어야 할 실체로, 정상세균들이 병원성세균을 유세부리지 못하게 한다는 것. 그러므로 엔간하면 씨를 말리겠다고 야박하게 비누칠을 해대거나 함부로 때를 세게 빡빡 미는 것은 피부세균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것임을 알자. 언필칭 칠칠치 못한 얼뜨기 宿主(host)되지 말지어다. 

내장미생물은 면역에도 지대한 영항을 미치니, 정상세균들이 내장 벽의 림프계를 자극해 점액상피가 유해세균번식을 억제하고, 항체형성으로 면역계를 건강케 하여 알레르기예방에도 관여하며, 면역계에 중요한 T-cell 형성을 활발히 해 건강한 몸을 유지하게 한다. 다른 예로, 비만 등으로 분비된 인슐린이 제 힘을 쓰지 못하게 되어 생기는 제1형 당뇨병도 세균불균형 때문인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쥐를 내장 미생물이 없는 조건에서 키웠더니만 정상으로 자라기 위해 30%이상의 칼로리가 필요했다고 한다. 내장세균들이 섬유소 등의 탄수화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리지 않고 음식을 고루고루 먹어주면 숙주 몸에도 좋고 세균들도 흡족해 하겠군!

어디 그뿐일라고. 위궤양을 일으키는 성가신 헬리코박터균(Helicobacter pylori)이 어처구니없게 위산을 조절하고, 또 위에서 나오며 밥 먹기 전에 증가하는, 뇌에 배고픔을 알리는 공복호르몬(hunger hormone)인 그렐린(ghrelin)과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식욕억제단백질인 렙틴(leptin)양을 조정한다. 이 세균이 없으면 이들 호르몬조절을 못해 과체중이 된다. 어라, 이 ‘죽일 놈’들도 얼마만큼 있어야 하는구나. 쓸데없는 것은 애초에 만들지 않는다고 했지. 

抗生劑가 탈이다. 여러 병에는 불가결하지만 이는 붙박이세균을 몽땅 사멸하므로 세균구성을 변화시켜 앞에서 말한 대사들이 정지되고, 설사가 나며, 유해세균을 높인다. 특히 어린이들은 그 때문에 내장세균생태계가 파괴돼 지방세포과잉생산으로 비만이 된다. 저런, 뚱보가 하찮은 세균의 평형이 흐트러진 탓 이란다. 그리고 그럴 적엔 엉뚱하게 얼굴에 종기나 헌데기까지 나니 그래서 피부는 대장건강의 리트머스요 거울이라 하는 것.

장내 유용미생물의 생육이나 활성을 촉진하는 生菌(probiotics)을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OCD)나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ADHD)인 사람에게 처방한다니 정신건강에 까지 미생물들이 작용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만병통치약인 내 살 같은 장내세균 만세! 구라가 아니다. 장이 튼튼해야(대변이 좋아야) 몸이 튼튼한 것! 시시껄렁한 헛소리로 듣지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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