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장 동력은 중위권 수준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경제 분야와는 달리 사회통합 지수와 환경 지수는 모두 하위권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8일 한국경제학회(회장 김인철, 성균관대)가 발간하는 학술지 <경제학연구> 제61집에 실린 박명호 한국외대 교수(경제학과)의「지표를 활용한 한국의 경제사회발전 연구: OECD 회원국과의 비교분석」의 결론이다.
경제사회발전을 측정하는 척도로 현재에도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지표는 국내총생산(GDP)이다.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물질적 풍요를 이룬 선진국들이 삶의 질과 환경 보호에 주목하기 시작하자, GDP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이 제기되기에 이른다.
박명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위해 단순한 GDP 비교 대신,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발전단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ESDI라는 지표체계를 구축했다. ESDI는 일국의 경제사회발전 단계를 진단하기 위해 최초로 시도된 지표체계로, 시계열과 횡단면 분석을 모두 가능케 하므로, 지표 연구를 통해 주요 변수의 세계적 추세 및 국가 간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는 비교 대상 국가로 선진국 중심의 OECD 회원국을 선정했다.
박 교수는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문제들을 모두 고려해 △성장 동력 △사회통합 △환경 등 3개의 대분류를 설정했다. 성장 동력은 다시 안정적 성장과 산업경쟁력으로, 사회통합은 다시 자유롭고 안전한 생활과 사회의 관용성 및 정부의 신뢰성으로, 환경은 환경효율과 대응노력 등 2개의 중분류로 세분화됐다. 소분류 이하 모두 52개의 세부내용에 이르는 지표들에 박 교수는 한국적인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금융발전, 정보화와 기술혁신 중 특허, 저출산과 고령화 등을 포함시켰다.
이렇게 구성된 지표로 박 교수는‘한국의 위상’을 OECD 국가와의 순위 비교를 통해 살폈다.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성장 동력 측면에서 한국은 1995년 20위에서 큰 폭으로 상승해 2009년에는 13등을 기록해 전체 대상국 중 중위권에 든다. 사회통합 분야에서 한국의 순위는 지난 15년간 21위에서 24위로 하락했고, 환경 분야에서는 전체 31개 대상국가 중 24위에서 27위로 하락했다. 박 교수는“한국은 1990년대 후반 이후 경제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이뤘지만 사회통합과 환경 측면에서는 경제 분야에 상응하는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며“3개 영역의 추세를 감안할 때, 한국은 사회통합과 환경을 아우르는 발전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대분류 영역별 OECD 트렌드 및 국가별 특성 분석 결과를 살펴 봤을 때, 경제 영역에서는 OECD 회원국 간 수렴현상이 목격되는 반면, 사회통합 영역에서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지수 상위구간 국가의 성장세가 지수 하위권 국가들보다 높게 나타나 사회통합 지수의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환경분야에서는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등 환경 선진국들에 비해 중국, 인도, 멕시코 등 환경지수가 낮은 국가들의 개선 속도가 매우 빠르게 나타나 국가 간 격차가 대폭 축소됐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가 의미 있는 지점은 단순한 현황 분석에 그쳤다는 것이 아니다. 박 교수는 단순한 형태이긴 하지만, 정책변수(정부부채비중, 복지지출, 출산율, 법치지수, 부패지수, 국제환경협약 가입률 등 11개 항목)의 양에 충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정책 시뮬레이션 분석을 시도했다.
정책변수가 속한 소분류를 OECD 평균 수준 또는 OECD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개선이 필요할까? <표2>에서 나타나듯이, 거시안정성의 경우 2009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0.88로 이미 OECD 평균이상이다. 박 교수는 기술혁신의 경우 한국은 0.30으로 OECD 평균인 0.23보다는 높지만 OECD 최고 수준인 0.69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83.4%의 상당한 개선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그는 복지·분배의 경우 OECD평균인 0.63에 못 미치는 0.44, 국제기여 역시 OECD 평균인 0.41dp 현저히 떨어지는 0.19로 상당한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발전과정을 진단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박 교수가 구성한 이 지표체계의 의미는? 기존 지표연구 중 한 나라의 발전과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지표작업이 드물다는 데에서 그 첫 번째 의미를 매길 수 있다. 스티글리츠 위원회가 제안한 지표 체계를 토대로 경제적 성과, 삶의 질 및 지속가능성 평가를 시도했던『Ministerial Council 보고서』(2010) 역시 데이터의 가공 및 분석 측면에서 완성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OECD(2013)에서 OECD 국가 34개국 및 비 OECD국가인 브라질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경제 및 사회 분야의 11개 주제에 대해 24개의 지표를 선정해 삶의 질을 측정한 ‘Better Life Index’도 2013년에 대한 지표만 제공하고 있기에 박 교수의 ESDI는 일국의 경제사회발전단계를 체계적으로 진단하는 지표체계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