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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평가·정성평가 해도 결국은 순위 싸움 … 朝三暮四 될 수도
절대평가·정성평가 해도 결국은 순위 싸움 … 朝三暮四 될 수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1.06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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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이슈진단 ① 대학구조개혁_ 下 대학구조개혁 평가제도 개선 쟁점은

지난해 가장 뜨거운 이슈는 대학 구조개혁이었다. 이는 올해에도 다르지 않다. 지역대학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특성화 사업부터가 구조개혁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신설되는 이 사업은 대학 구조개혁을 전제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조만간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방안을 내놓으면 본격적으로 평가지표와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 또한 올해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교수신문>이 올해 대학가를 달굴 핵심이슈를 진단해 보는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대학 구조개혁을 첫머리에 올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호에 이어 대학구조개혁 평가제도 개선방안의 쟁점을 짚어봤다.


올해 대학가의 최대 관심은 결국 평가제도 개선으로 모아진다. 대학 구조개혁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문제가 바로 평가제도 개선이다. 교육부 정책연구팀이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방안 또한 정원감축 수단으로서 대학평가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질이나 과정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정성평가나 맞춤형 평가에서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제도 개선 어떻게 되나

교육부가 구상하고 있는 대학평가제도 개선의 큰 틀은 이미 대략 나와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월말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할 때 대학평가제도 개선의 큰 틀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정책연구팀이 공청회 때 밝힌 것과 큰 차이는 없고, 추진 일정이 조금 구체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청회 등을 통해 정책연구팀이 밝힌 평가제도 개선 방안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교육여건(투입)과 성과(산출)뿐 아니라 교육과정을 함께 평가한다. 교육의 질을 보겠다는 뜻이다. 둘째, 정성평가를 병행한다. 대학의 특성과 지역적 여건, 특성화 발전전략, 구조개혁 실적 같은 것들을 같이 보겠다는 것이다.

셋째, 맞춤형 평가다. 정책연구 책임자인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대학이라면 갖춰야 할 요소들은 공통지표로 적용하고, 국립과 사립, 수도권과 지방, 연구중심과 교육중심 등 대학이 가진 특성을 감안해 지표를 선택해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맞춤형 평가를 설명했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맞춤형 평가 ‘등가성’ 확보가 숙제

그러나 정성평가에서는 객관성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성평가는 기본적으로 평가자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평가든 정성적 요소가 들어가게 되면 객관성 확보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이영 한양대 기획처장의 계속된 지적이다.

“정성평가가 너무 많이 들어가 순위가 뒤집어지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평가지표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 결국은 교육과정을 평가할 때도 교수와 학생이 만난 횟수와 같이 정성평가지만 계량화할 수 있는 지표로 가기 쉬운데, 그렇게 됐을 때 개선효과는 있겠지만 정말 교육과정을 평가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맞춤형 평가에서 평가지표 간의 등가성을 맞추는 것도 숙제다. 이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이나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에 사용되는 법인지표에서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한 수도권 대학 평가팀장은 “국립대는 사립대의 평균값을 사용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사립대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교육부에서 이를 대체할 만한 평가지표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성평가에 대해 한 지역 사립대 기획처장은 “총론은 다들 동의하는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동상이몽인 측면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성평가를 하게 되면 대학 입장에서는 자기 대학의 특성과 여건을 고려해 줄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런데 절대평가로 해도 마지막에는 순위가 나온다. 줄여야 할 학생 수는 나와 있는 상황에서 자칫 ‘조삼모사’가 될 수도 있다.” 이 처장은 맞춤형 평가에 대해서도 “이상적이고 좋긴 한데 결과에 대해서 다른 대학들이 동의하고 수긍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학 특성화 사업 정책연구를 맡고 있는 하연섭 연세대 교수의 고민도 시사적이다. 하 교수는 “대학이 개별적으로 평가지표를 선택하는 방법은 구상하고 있지 않다. 탈락한 대학들이 문제 제기를 했을 때 방어논리를 만들기 너무 어렵다”라며 “사업단 유형에 따라 지표를 달리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지역대학 입장 차이 뚜렷

당장 10년 뒤면 대학 신입생이 적게는 16만명에서 많게는 28만명까지 줄어드는 위기를 앞두고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수도권과 지역대학 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한국고등교육정책학회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주일간 전국 4년제 대학 기획처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특히 구조조정 방식과 평가방식 변화에 대해 입장차가 뚜렷하다. 이 시기는 교육부 정책연구팀이 구상하는 구조개혁 방안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을 때였다.

평가방식 변화는 가장 찬성하는 정책 1위에, 구조조정 방식 변화는 가장 반대하는 정책 2위에 꼽혔지만 소재지에 따라 의견 차이가 뚜렷하다. 지역대학의 기획처장들은 구조조정 방식 변화에 반대하는 정도가 5점 만점에 2.9점으로 중립에 가까웠다. 하지만 수도권 처장들의 반대 정도는 4.0점이나 됐다. 평가방식 변화도 지역대학의 기획처장들은 1.9점으로 찬성 입장인 반면 수도권 처장들은 2.7점으로 중간 정도였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이영 한양대 기획처장은 “지난 정부의 평가방식에서는 수도권 대학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었는데 앞으로는 최우수 대학도 말은 자율감축이지만 특성화사업이나 BK21플러스 사업에 평가지표로 넣겠다고 하니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다. 평가방식도 수도권이 지표는 좋았는데 정성평가를 많이 넣겠다고 하니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석규 목포대 총장이 지난해 10월 17일 연세대 공청회에서 밝힌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153개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대학구조개혁 평가방식과 관련해 76%가 ‘대학의 설립 유형, 소재지 구분 평가’에 동의했다. 지역대학 총장들은 85%가 이런 평가방식이 적절하다고 답했지만 수도권 대학 총장들의 응답은 58%에 그쳤다. ‘공통지표를 설정하고 추가적으로 대학별 지표를 반영’하는 것에는 62%가 찬성했다. 맞춤형 평가로 볼 수 있는 이런 평가방식에 지역대학 총장들은 64%가 동의했지만 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58%만 동의했다.

‘지방대 죽이기’위기감 여전

박순진 대구대 기획처장은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단순히 돈을 덜 받고 더 받는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일 수 있다”라며 “평가지표가 조금만 바뀌어도 순위가 확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던 대학 입장에서는 자기 대학에 유리한지 불리한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교육의 질을 중심으로 평가하면 지역대학도 최우수 대학에 많이 포함될 것”이라는 정책연구팀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지방대 죽이기’라는 불안감은 여전히 살아있다. 정성평가가 도입돼도 수도권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될 것이라는 지역대학의 위기감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 경험 또한 크게 작용한다. 지금까지의 평가결과를 보면 지역대학이 정원도 더 많이 줄이고, 재정지원 제한대학도 더 많이 걸렸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발간한 『대학 구조개혁(정원) 정책의 평가와 전환』에 따르면 2002년 이후 대학 정원은 11만명 감소했다. 하지만 줄어든 대학정원의 83.2%가 지역대학에서 감축됐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소폭은 8.4%(1만8천652명)에 그친 반면 지역대학의 정원은 21.2%(9만2천239명)나 감소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도 지역대학이 압도적으로 많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수도권 대학은 총 25곳이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지정됐지만 지역대학은 96곳이나 걸렸다(중복 포함). 현재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된 11개 대학 가운데 수도권 대학은 1곳뿐이다. 나머지 10곳은 모두 지역대학이다.

박 처장은 “어떻게 바꾸든 지역대학이 유리하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사회적 평판부터 사회경제적 구조, 직업 구조, 교육수요자의 요구 등 모든 게 지역대학이 불리하게 돼 있다. 사실 정부가 지역대학 육성을 공약과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도 지역대학의 취약성 때문에 보호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그런 부분을 고려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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