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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평화, 가장 위대한 무기
원로칼럼_ 평화, 가장 위대한 무기
  • 김태준 동국대 명예교수·국문학
  • 승인 2013.12.3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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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동국대 명예교수·국문학
지난해 12월 1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95살의 삶을 마감하고 세상을 떠나자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의 역정과 그가 말로 쏟아낸 ‘명언’들이 새롭게 세계를 일깨우고 있다. 먼저 그의 고향 요하네스버그의 자택에서 열린 장례식에 세계 100여개 나라 원수들이 몸소 참여했다는 소식도 놀랍지만, “평화가 가장 위대한 무기”라는 그의 평화사상과 함께 “삶에서 가장 위대한 영예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데 있다”는 그의 삶의 철학이 새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흑인 동족 사회의 처참한 반인권적 환경 속에서 아프리카 민족회의 청년동맹을 결성하는 등 인권, 인종운동과 내란 혐의로 체포돼 27년간이나 외딴 섬에 수감된 고난의 역정 속에서 “가장 위대한 무기는 평화”라고 외칠 수 있었던 그의 평화정신이야말로 1993년 노벨평화상으로 이어졌다 할 터다. 그리고 이듬해에 조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에 오르기까지, 그의 삶은 수난의 연속이고, 쓰러짐의 역정이었을 터다.

그러나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불굴의 정신의 소유자였기에 그는 다시 일어나고 또 다시 일어나는 삶의 위대한 승리와 영예를 얻었음에 틀림없다. 그러기에 남아공 백인 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는 1994년 만델라가 흑인 정권을 출범시키자 스스로 부통령으로 내려앉아 만델라 대통령을 보좌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편 미국의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재선된 오바마는 말하기를,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만델라라는 師表가 없는 내 인생을 나는 생각할 수가 없다”는 존경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만델라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타계했을 때 세계 100여개 나라 원수들이 그의 장례식에 참여해 고인의 이런 인격과 평화사상에 경의를 보냈을 터다.

‘만델라라는 사표’는 “평화가 가장 위대한 무기”라는 그의 평화사상으로 요약할 수 있을 터이며, 이런 평화주의자를 우리 한국 역사에서 찾는다면, 안중근(1879~1910) 의사를 첫손에 꼽을 수 있을 터다. 정리된 『동양평화론』을 외치며 나라와 민족의 평화를 위해 몸 바치기로 맹세한 그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동북의 하얼빈 역에 내리는 일본 統監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동양평화의 교란자’로 지목해 저격하고, 그 스스로도 일제의 감옥에서 옥사한 평화주의자였다. 그러기에 독립운동가이며 사학자로 상하이에 망명해 있었던 박은식은 이 소식을 접하고 『안중근전』을 짓고, 안 의사를 ‘동양평화를 위해 투쟁한 평화의 전사이며, 정의의 첫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터다. 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가 ‘동양평화’를 깨트렸기 때문에 죽였다고 당당히 공언하고, “동양평화가 무엇이냐?”고 묻는 일제의 검찰관에게 “아시아 각국이 모두 자주적으로 독립하는 것”이라고 일갈해서 스스로의 평화사상을 뚜렷이 했다.

안 의사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고, 평화를 말하는 종교로 기독교는 예수가 ‘샬롬’ 곧 참 평화를 주기 위해서 세상에 왔다고 선포한 평화의 정신 위에 세워졌다. 샬롬은 히브리말로 ‘평화’를 뜻하는 말이며, 우리의 ‘안녕하세요?’와 다름없는 평안을 비는 축복의 인사일 터다. 요사이 우리 사회에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일고 있다. 그 가운데서 “박근혜 선배님 안부 글 봤나요?”라는 대통령 고교 후배의 대자보는 “소통 없는 정치가 자랑스러운 불통이 되는, 학생들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견을 가지면 안 된다고 말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들의 미래와 우리의 꿈은 절대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 적었다는 뉴스다. 마침 연말연시를 맞으며 福과 평화를 비는 우리 한국의 남과 북, 세계의 평화, 모두 ‘안녕들 하신지?’

김태준 동국대 명예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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