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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둘러싸고 지식인 사회 논쟁 깊어져
‘9·11 테러’ 둘러싸고 지식인 사회 논쟁 깊어져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2.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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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권 재인식에서 민족주의 경계까지
9·11 테러 1주년을 맞은 국제 사회에 테러 위협과 전쟁 위험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지식인들이 학술지와 계간지를 통해 ‘테러 사건’에 대한 다양한 논쟁과 시각을 제기함으로써, 새로운 인식지형도가 펼쳐지고 있다. <관련기사 10면>국내의 많은 학자들이 9·11 이후 자기 목소리를 드러내고 발언하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9·11 테러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 지식계에 사건과 논쟁거리가 없었다는 뜻인 동시에 그만큼 9·11 테러의 스펙트럼이 국제정치뿐 아니라, 문화인류학, 폭력의 성찰, 민족주의에 대한 재고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정도로 넓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자들은 테러의 배경과 성격, 대응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많이 발언한 부분은 테러 발생 원인에 대한 진단으로, 크게 강압론과 평화론으로 나뉜다. 소장 학자 가운데서는 대체로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과 강압적 외교를 테러의 원인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 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각각 ‘강자와 약자의 구도’, ‘야만과 야만의 구도’, ‘빈부의 격차’ 등을 내세웠다.

평화주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한 지식인들로는 이희수 한양대 교수(인류학)를 꼽을 수 있는데, 테러 이전부터 한국 사회에 이슬람 문명을 알려온 이 교수의 문명옹호론은 “오사마 빈 라덴과 이슬람을 떼어놓는 것도 단선적인 시선”이라는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과학사)의 비판에 부딪치기도 했다.

미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도 국내 학계의 중요한 지형 변화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미국이 세계패권을 움켜쥐게 됐다는 데는 모두들 동의하면서도 그 대처 방안은 각각 달랐는데, “세계화는 필연이므로 그 안에서 인간적 삶을 모색해야 한다”(김우창 고려대 교수), “초대형 자본에 대한 저항 생겨난다”(박노자 오슬로대 교수), “비폭력 바탕한 점진적 사회개혁 필요하다”(김진균 서울대 교수) 등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했다.

폭력에 대한 성찰도 빼놓을 수 없는 논쟁 가운데 하나인데, 문부식 씨가 제기한 자기 안의 파시즘은, 국가 폭력과 진보진영의 폭력 문제로까지 확대되며 격렬한 찬반논쟁을 불러일으켰다. ‘9·11’로 시작된 한국 지식사회의 논쟁은 현재진행중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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