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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이제 인간화로!
원로칼럼_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이제 인간화로!
  • 양재섭 대구대 명예교수·인류유전학
  • 승인 2013.12.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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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섭 대구대 명예교수·인류유전학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뉴스들이 온통 싸우는 소식들이어서 온 세상이 갈등으로 넘쳐나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든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갈등지수가 2위에 올라있고 소모되는 갈등비용이 국가예산에 견줄 만하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흔히 한국사회가 계층갈등,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에 시달리고 있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이들이 서로 뒤엉켜서 복합적 양상을 띠고 있는 듯하다. 학자들의 분석이고 보면 그러려니 싶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은 정치권이나 언론이 부추기는 느낌이 있어 개운치 않기도 하다.

일단 모든 유형론(typology)이 사유의 단순화라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논리를 인정하면서도 보통의 사람들이 웬만큼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을 혼자서 다르게 고집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해방 후 한국 현대사에 출현한 일련의 사람들을 소위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으로 나눠 보는 관점은 꼭 학술적으로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제법 상식이 돼 통용되는 눈치다. 그리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몇 안 되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을 갈등구조로 몰아가는 현상이다. 더 큰 문제는 산업화세력은 보수세력이고 우파이며 친미 친일주의자들이고, 민주화세력은 진보세력이고 좌파이며 반미주의자이고 심지어는 종북세력이라는 규정까지 덧붙여진다. 여기에 망국적 지역론까지 거들고 나선다. 그야말로 극단적 단순화의 전형적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제 정신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정말로 모든 국민을 산업화적 의식을 가진 사람과 민주화적 의식을 가진 사람의 두 부류로 나눠 서로를 적대관계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한 일일까?

‘다양성 안에서 통일성과 통일성 안에서 다양성(Unity in Diversity, Diversity in Unity)’을 갖는다는 생명의 특성에 비춰볼 때에 온 국민이 두 그룹으로 나눠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말 생명체인 사람으로서는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다. 한 생명체 안에서 왼팔과 오른팔이 서로 휘젓고 싸우는 풍경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일 것이다.

통합의 능력이 있어야 생명이고 사람이다. 이제 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땅에 경제적 부흥을 위해 부단히도 애쓴 산업화 역군들과 인권과 민권을 위해 투신한 민주화의 역군들 모두가 우리들의 소중한 자산들이다. 거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미처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질주하면서 생긴 실수들에 대해서는 이제 관용으로 재평가해보자. 성숙된 인간화 작업을 통해 통합적 사고를 이끌어내고 인간다운 삶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굳이 프랑스 사람들의 똘레랑스나 儒家의 大同思想을 차용할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이기도 한 弘益人間의 완성을 향해 달려간다면 생명적 인간화는 이뤄질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절묘하게 통합하면서 인간화를 완성해 보자. 정성헌 한국DMZ평화동산 이사장의 아주 소박한 표현이 생각난다. “산업화란 ‘밥 좀 먹자는 것’이고 민주화란 ‘말 좀 하자는 것’이다. 똑같이 중요하다.” 어설픈 兩非兩是論이나 좋은 게 좋다는 우유부단한 언표 정도로 평가절하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인간화는 ‘사람 좀 되자는 것’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바야흐로 이 시대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서서 인간화를 완수해내야 할 때다. 인간화는 갈등으로 얼룩진 사회를 통합하는 신비한 방책으로 민족의 미래에 밝은 등불이 될 것이다. 인간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현장을 지키고 있는 지식인들에게 능동적 역할을 기대해 본다.

양재섭 대구대 명예교수·인류유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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