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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보직교수 2년 임기제 풀리게 되나
[해설] 보직교수 2년 임기제 풀리게 되나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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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3 01:21:03
국·공립대 부총장, 대학원장, 단과대학장(이하 보직교수)의 임기를 자율화하도록 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현재 보직교수의 임기는 2년으로 제한돼 있지만,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률안(교육공무원법중개정법률안 제28조)에 따른다면 이들의 임기는 전적으로 각 대학의 학칙에 맡겨지게 된다.

또한 2년 미만으로는 정할 수 없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어,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해당 보직교수들은 최소 2년의 임기를 보장받는 동시에 사실상 임기의 제한이 풀리게 된다.

연임하지 않는 이상 2년이 지나면 일률적으로 보직임기가 끝나도록 하는 현행 법률과 비교할 때, 임기결정권한을 전적으로 대학에 맡기는 이번 법률안은 대학에서 보직교수의 임기를 임의로 ‘조절’하는 길을 사실상 열어두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보직수행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공립대 교수협의회(이하 교협) 회장들, 국·공립대 보직교수들조차 해당 법안의 내용을 모르고 있어, 이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된다 해도 대학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칠 우려를 안고 있다.

절차상 ‘걸릴’ 게 없다?

실제로 이 법안을 접한 교수들 가운데에서도 교육부가 학내구성원들과의 어떠한 합의과정도 없이 법안을 마련한 처사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고홍석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협의)회 회장(전북대 교수)은 “대학교육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사안을 임의로 고쳐나가려 하는 교육부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라며 국교협 회장단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 측은 ‘필요한 절차는 다 밟았으니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원인사관련업무를 맡고 있는 김현주 교육부 대학행정지원과 사무관은 “이미 각 대학 총장 앞으로 공문을 보냈고 입법예고과정도 거쳤다”며 “교수들에게 법안을 알리고 공론화시키는 것은 총장 선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냐”는 입장이다.

보직교수의 임기제한이 풀려 한 교수가 보직을 오래 맡게 된다면, 해당 교수의 전문성이 늘고 업무에 지속성이 생긴다는 잇점이 있을 수 있다. 유상엽 강원대 경영대학장은 “임기를 2년으로 제한하는 현행 법제하에서는 대부분의 보직교수들이 임기 중 절반 가량을 해당 업무를 파악하는 데 보내고 있다”라며 “임기가 늘게 되면 보직교수들이 업무에 익숙해져 보다 좋은 행정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보직을 맡고 있는 교수들 역시 이런 잇점을 일견 인정하면서도, △보직교수의 임기가 길어지게 되면 ‘연구와 교육’이라는 교수 본연의 모습에서 멀어질 수 있다 △다른 교수들이 보직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점들을 우려했다.

법안을 접한 교협 회장들 또한 △특정 교수가 학내구성원의 동의 없이 장기적으로 학사운영을 독식할 수 있다 △능력이 부족한 교수가 지나치게 오래 보직을 맡을 수 있다 등의 문제점들을 제기했다. 국교협 공동회장으로 있는 김진현 상주대 교수는 “교육부에서 같이 일하기 편한 사람을 보직에 오래 앉히기 위한 처사가 아니겠냐”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과연 우리 현실에 적합한가

교수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 법률안이 현실화됐을 때 대학사회에 미치게 될 파장이다. 진재구 청주대 교수(행정학)는 “교육부가 이번에 부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의 임기제한을 폐지하려 하는 것은 총장의 임기제한을 폐지하기 위한 사전절차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더욱이 국·공립대에서 이 법안이 시행되면 사립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법안의 입법 여부는 주목된다.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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