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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은 필수소양 … 실용학문인데 우린 ‘예언’으로 인식”
“미래학은 필수소양 … 실용학문인데 우린 ‘예언’으로 인식”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11.25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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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미래학 수련』 펴낸 김길룡 한국미래학연구원장

 

김길룡 한국미래학연구원장(한국외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때로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이 인생의 진로를 바꾸기도 한다. 김길룡 한국미래학연구원장(55세, 교육학·사진)에게 故하인호 선생과의 만남이 그랬다. 그가 원장으로 있는 한국미래학연구원을 설립한 인물이 바로 국내 1세대 미래학자로 꼽히는 하인호 선생이다.

교육행정을 전공하던 김 원장은 하인호 선생을 만나면서 미래학에 눈을 떴다. 당시 한양대 교수로 있던 하인호 선생이 연세대에 출강하고 있을 때였다. 석사학위를 받을 즈음 자청해서 하인호 선생 밑으로 들어가 10년간 연구조교로 모셨다. 하인호 선생이 1995년 한국미래학연구원을 창립하자 부원장을 맡았고, 2010년 하인호 선생 타계 후에는 한국미래학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하인호 선생을 만나면서 김 원장의 연구 주제도 ‘인적자원 개발’로 바뀌었다. 박사학위도 성균관대에서 「지식사회에 대비한 교육행정직 능력개발의 방향 탐색」으로 받았다. 처음에는 지식사회를 연구하다가 지식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인 지식근로자로 관심이 옮겨갔다. 그가 2005년 펴낸 『지식근로자』는 이듬해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간 지식사회와 지식근로자에 관해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최근 발간한 『미래학 수련』(백산서당 刊)이다. “하인호 선생에게 사사하면서 그동안 연구한 것을 집대성”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지식사회에서 갖춰야 할 핵심역량과 미래학 기초이론을 일련의 자기주도 학습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미래 안목이 길러지도록 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미래학의 역사가 짧은 것만은 아니다. 미국에서 미래학이 시작된 게 1940년대인데, 한국미래학회가 1968년 생겼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아직 미래학이 깊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는 한국외대 교육대학원 정도에서 ‘창의력과 리더십’, ‘미래사회와 교육’, ‘학습조직과 지식경영’과 같은 전공과목을 가르치고 있을 뿐 대부분 전공은 말할 것도 없고 교양과목조차 미래학 관련 강좌를 개설한 대학이 손에 꼽을 정도다. “미래학은 가능성을 중심으로 발생 가능한 다양한 미래를 ‘예측’하는 종합 학문이자 학제 간 학문인데, 한국에서는 ‘예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탓이다.

김길룡 한국미래학연구원장이 최근 펴낸 『미래학 수련』 표지.

‘가능성’ 중심 예측이 아니라 일기예보나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사회통계처럼 ‘개연성’ 중심의 예측이 강한 풍토도 한국에서 미래학 발전이 더딘 한 원인이다. “가능성 중심 예측은 관련 변수를 충분히 고찰한 후, 관련 변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밝혀 제시하는 질적 예측이다. 가능성 중심 예측을 해야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개연성 중심 예측만 할 경우 예측이 잘못되면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조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논의는 정원 감축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김 원장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위기가 찾아오겠지만 이는 곧 인구 구조적 측면에서 청년층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한 대상이 돼야 함을 시사한다. “대학은 평생학습센터가 돼야 한다. 성인학습자에게 알맞은 교육환경, 교수·학습 방법, 교육과정, 교수요원의 다양화와 전문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지론이다.

김 원장은 “미래학과 경제학을 21세기 현대인의 필수 소양이라고 한다. 그만큼 실용학문인데도 우리는 미래학을 추상적인 학문으로 인식해 발전이 지체됐다”며 “앞으로 미래학 기초이론을 보급·전파하고, 하인호 선생이 만들어 놓은 이론을 현실에 적용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미래학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래학 수련』 발간으로 그 첫걸음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글·사진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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