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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한 삶 극복 위한 법 제정 필요성엔 공감 … 이왕이면 融合하면 어떨까
피폐한 삶 극복 위한 법 제정 필요성엔 공감 … 이왕이면 融合하면 어떨까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11.20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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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三人三色 인문진흥법, 어떻게 다른가

인문학 위기를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와 교수들이 바라왔던 인문진흥법이 국회에서 서로 다른 모양새로 논의 중에 있다. 우선 김장실 의원(새누리당)이 지난달 7일 국회에서 ‘문화융성 시대,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위한 법제화 방안’을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아직 발의는 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지난 10일 신계륜 의원(민주당)이 ‘인문학 진흥 및 인문강좌 등의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인문학지원법)’을 발의했다. 검토를 마치고 발의를 기다리는 법안도 있다. 신학용 의원(민주당)이 준비한 ‘(가칭)인문연구진흥법’이 그것. 학계와 사회의 바람인 인문학 위기 타개라는 큰 목적은 같지만, 의원마다 조금씩 다른 법안 내용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컨트롤 타워 맡을 주무 부처 모두 달라

세 의원이 제안한 법안은 ‘인문진흥’이란 큰 틀 안에서 비슷하다. 제안 이유도 대동소이하다. 김장실 의원의‘인문정신문화 진흥법’의 경우, 성장 위주의 과도한 경쟁과 물질만능주의 극복을 위한 가치로서 인문정신문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신학용 의원의 ‘인문연구진흥법’도 국민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인문지식이 국가 자산으로서의 중요성을 가진다고 언급하고 있다. 위 두 법안이 행복한 삶을 위한 필요조건으로서의 인문학을 말한다면, 신계륜 의원의 ‘인문학진흥법’은 인문학자에 주목했다. 인문학전공자들의 활동 무대를 제도적으로 마련해 인문학 위기를 타개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세 법안을 들여다보면 자문 위원도 다르고 조금씩 차이점도 있다. 우선 김장실 의원의 ‘인문정신문화 진흥법’은 이상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이 약 6개월 동안 준비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인문정신문화 진흥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인문정신문화정책심의회(이하 심의회)를 두는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의장을 맡는다. 또한 인문정신문화에 관련된 교재 개발, 자료 조사, 번역 및 출판 등 연구·교육활동도 지원한다. 교육부와의 마찰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문화·체육·관광이 주요 업무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가 교육부의 고유 업무인 연구·교육 영역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비지정 토론자로 참여한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한 불만감을 강하게 토로하기도 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문광부는 민간단체나 개인이 수행하는 인문정신문화 진흥활동을 지원할 수도 있고, 국내외 교류 협력을 위한 학술·문화 행사를 지원할 수 있다. 개인 활동 지원은 문광부가 그동안 해온 부분이지만 전통적인 학술영역과는 동떨어져 있다. 또한 지원 대상 선정, 지원 규모 확정, 지역별 형평성 고려 등 선결할 과제도 많다. 국내외 교류 분야에서는 앞서 지적한 대로 외교부 등과 갈등이 예상된다.

신계륜 의원이 발의한 ‘인문학진흥법’은 이미 2년 전부터 준비했던 법안을 6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다듬었다. 한국인문학총연합회 회장인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철학과)가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인문학진흥법’은 △인문학 진흥 종합계획 수립 △인문학 연구활동 지원 강화 △인문학연구및인문강좌활성화정책심의회(이하 심의회) 구성△국립인문정책연구원 신설 △인문강좌 집중 활성화 △인문학 콘텐츠 사업화 및 국제화 등이 그 골자를 이루고 있다. 이 법안이 다른 두 법안과 가장 차별되는 점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심의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둔다는 점이다. 심의회위원장이 국무총리이기 때문에 문광부, 외교부, 교육부 간의 업무간 마찰이 상대적으로 적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콘텐츠 발굴, 국제적인 보급, 인문학 콘텐츠의 산업화 전략을 연구해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싱크탱크로서 국립인문정책연구원을 신설한다는 점도 새로운 부분이다.

기본법적 성격 vs 실효성 초점

하지만 신계륜 의원의 법안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인문학자’다. 그는 이번 법안을 발의하면서 기초 지방자치단체 별로 최소 4곳 이상의 인문강좌 센터를 설치·지정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반 인문학 전공자나 인문학 관련 서적을 출간한 저자, 나름의 특색있는 인문학 콘텐츠로 강의를 해왔던 비제도권 전문가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인문학 진흥을 위해서는 제도권의 대학 교수들에 국한돼 인문학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기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른 두 법안이 인문정신, 혹은 인문연구라는 다소 큰 주제를 담는 기본법적 성격을 갖고 있는 반면에, ‘인문학진흥법’은 좀 더 인문학전공자의 녹록치 않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제공해주는 실효성에 주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학용 의원의 ‘인문연구진흥법’은 지난 4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문학진흥을 위한 토론회’가 입법의 계기가 됐다. 자문을 맡고 있는 위행복 한양대 교수(중국학과)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학용 의원에게 법안 발의를 요청했다. 이 법안에서도 강조되는 인문연구진흥정책심의회(이하 심의회)는 교육부 소속이다. 위원장은 교육부장관이 맡는다. 인문연구 진흥 기반 조성을 위한 전문연구기관으로 ‘한국인문연구진흥원’을 법인으로 설치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아직 발의를 검토 중인 상황이라 법안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편이다.

여러 번 되풀이되던 교수들의 인문학 위기 선언 때마다 크고 작은 조치들이 취해졌다. 학문후속세대 양성과 인문학 진흥을 위한 BK21, HK사업 등도 그런 조치들의 일환이다. 단기적인 숨통 틔워주기식 처방보다 인문학 진흥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제도인‘법’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주무 부처 간에 벌어지는 기 싸움, 특정 분야에만 주목하는 법안, 구체적인 인문진흥기금 확보방안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한 전문가는 “기왕 시작된 인문진흥법 발의 논의에서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처럼 인문학 분야에서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법적으로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인문 진흥을 위한 법안 발의와 논의가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법안 발의 건수 늘이기에 포함돼서도 안 될 것이다. 한국인문학 진흥, 인문학 전공자의 활동 무대 마련을 위한 정부와 국회, 학계의 다각적인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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