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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에 입각한 과학적 연구로 고조선의 위상 되찾겠다”
“사실에 입각한 과학적 연구로 고조선의 위상 되찾겠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10.16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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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과학적 고조선 연구 시작한 김연성 인하대 고조선연구소장

오천년 민족사의 산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주류사학계로부터 그저 ‘신화’ 정도로 치부돼 왔던 ‘단군’과 ‘고조선’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하대 고조선연구소(소장 김연성, 경영학과, 51세·사진)가 지난달 25일 ‘고조선연구의 세계화’를 주제로 연구소 개소 기념 학술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김연성 인하대 고조선연구소 소장은 주류사학계와의 논쟁에 힘을 빼기보다는, 융합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구체적으로 시작된 고조선 연구에 대한 고민은 올 1월 대학측의 허가를 받아‘인하대 부설연구소’형태로 출발하는 데로 이어졌다. 김연성 소장은 “고조선 관련 연구소가 전무한 상태에서 과학적 사실과 근거에 입각한 연구를 하는 연구소가 처음 발족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남한에 있는 고조선 관련 유적이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이 거의 유일한데, 인천 지역사회의 학술 연구를 활성화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사적 136호인 참성단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도록 노력중이다. 유네스코에 등재가 되면 자연스럽게 고조선 연구의 과학적 활성화가 기대된다”라고 부풀어 있다. 고조선연구소가 인하대에서 시작한 것은 지리적인 이유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새로 개설된 인하대 대학원에 융합고고학과 교수들이 핵심 연구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큰 힘이 됐다.

우선, 1980년대 『한국고대사신론』으로 고조선연구에 파격적 주장을 했던 윤내현 교수의 제자인 복기대 인하대 교수(융합고고학과)가 있다. 또 남창희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 체질인류학으로 유전자·DNA를 분석하는 안영미 인하대 교수(간호학과), 수중고고학을 연구하는 이광홍 인하대 교수(해양학과)도 가세했다. 김 소장은 “연구소가 그야말로 융합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고조선의 가치와 세계화 필요성」으로 기조연설을 한 이홍범 세계정경협회 총재(헌팅톤커리어대학장)도 원로 교수로 자문을 맡고 있다.

김 소장은 외부의 관심도 대단하다고 귀띔한다. “참성단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정부의 관심이 큰 건 말할 것 없이, 발굴·탐사를 하는 외부 업체들과 3D 스캐닝(실물, 지형을 스캐닝해서 컴퓨터를 통해 형상화해 보여주는 기술) 업체와도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국립천문원이나 향토사학자들의 관심도 커서 연구소 외연을 넓혀가는 데 좋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고조선연구소의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 김 소장은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홍범 세계정경협회총재의 발표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역사의 시작이 삼국시대부터인데, 외국 문헌이나 중국 사료, 최근 고고학 발굴자료를 통해 더 앞당길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 둘째, 고조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단군, 홍익인간 사상이 우리나라의 정신적인 유산으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는 것. 셋째, 마니산 참성단의 국제적 인정이 세계적 연구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도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해외 석학들과의 작업이 필수적이다. 구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 고조선 연구에도 세계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세계 학계의 고조선 연구에 대해서도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최근 미국 출장에서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도서관, 서점을 들렀는데, 예컨대 중국 자료가 100권이면 한국 자료는 3권에 불과했다. 그 3권도 한국 역사의 시작을 삼국시대로 잡고 있다. 고고학적으로 청동기 유적, 유물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에서 사실에 입각한 새로운 역사적 사안을 밝혀내 1차 연구성과를 많이 내야 외국의 유수한 연구소와의 교류도 가능할 것이다.” 세계학계의 고조선연구 불씨를 지필 국제컨퍼런스 추진을 위해, 사실에 입각한 국내 연구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연구소 운영을 맡은 김 소장의 전공은 경영학이다. 역사학이나 고고학과는 일견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고대 물류교역’이라는 그의 연구 영역을 확인하면그 우려가 기우로 보인다. 그러나 상고사에 대한 입장차가 극명한 사학계와의 갈등은 어떻게 풀어나갈까. 경영학과 교수다운 답이 돌아왔다. “만약 내가 사학전공자였다면 얘기하기 힘들었겠지만, 나는 경영학자다. 기업 경영에서도 수많은 난제를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한다. 뚜렷한 대안은 없지만, 사실에 입각해 과학적 방법으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 나간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갈등, 논쟁에 힘 빼지 않고 연구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그의 말대로 고조선연구소의 과학적 연구가 단군과 고조선사를 神話에서 곎史로 격상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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