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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호 새로나온 책
702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3.10.0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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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 제로―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 사이먼 배런코언 지음, 홍승효 옮김, (주)사이언스북스, 288쪽, 16,000원
케임브리지대 정신병리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심리학자 사이먼 배런코언은 뇌 과학과 유전학, 발달 심리학 등 최신 과학을 동원해 사이코패스를 비롯, 흔히 악마라 불리는 사람들의 뇌와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이 보이는 잔혹하기 짝이 없는 행동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다른 살아 있는 존재들을 생명체가 아닌 그저 단순한 물건으로 취급해 버리는 등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완전히 바닥이 난 상태인 ‘공감 제로’에 놓이게 되는 순간, 우리 안의 악한 본성이 고개를 들어 극악무도한 행위들을 저지르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사이코패스와 경계선 성격 장애, 아스퍼거 증후군 등 실제 공감 능력 상실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임상에서 오랫동안 진단하고 연구해 온 저자가 어떻게 해서 몇몇 사람들에서는 공감의 침식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살인이나 폭력과 같은 잔인한 행동들이 나타나게 되는지를, ‘공감’의 심리적, 신경 과학적 기반에서 살펴냈다.

■ 권력의 도상학―식민지 시기 파시즘과 시각문화, 한민주 지음, 소명출판, 542쪽, 29,000원
이 책은 일제 말기(1937~1945) 다양한 매체를 통해 창조됐던 파시즘 체제의 권력 이미지를 연구한 것이다. 따라서 파시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문학텍스트나 역사적 사건 해석이 아니라 문화 전반에 편재해 있는 이콘(icon)을 찾아 해석하는 ‘도상학적 문화 텍스트’로 시도했다. 식민지 시기 한국문화에 나타나는 파시즘의 정치적 심미화 양상을 도상학적 측면에서 밝혀 식민지 파시즘 문화의 풍속도를 재조명하는 데 그 목적을 둔 이 책은, 총동원 체제의 여러 정책들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창출하기 위해 사용된 시각적 修辭 원리와 대중매체를 통해 이상화되고 심미화된 체제의 긍·부정적 인물 도상들, 그리고 통제경제로 국가 권력의 확대를 추구했던 파시즘 경제체제가 창조한 시각적 도상들의 정치경제학적 의미를 규명하고 있다.

■ 미학 에세이―예술의 눈으로 세상 읽기, 진중권 지음, 씨네21북스, 324쪽, 17,000원
예술은 항상 ‘醜’에 관심을 가진다. 삶에 대한 욕망의 반대편에는 추함과 더불어 해체, 즉 죽음에 대한 이끌림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저자는 예술가들의 작품 또는 행위에서 드러나는 죽음(해체)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벨머의 가학적으로 해체된 인형(2장 인형의 꿈), 미시마 유키오의 유미주의적 죽음, 바타이유와 마송을 통해 본 에로티시즘과 죽음 충동의 관계(3장 언캐니), 워홀, 폴록, 만초니, 백남준의 분변 예술(4장 분변증) 등, 예술에 드러난 죽음 욕망의 다양한 양상을 살펴본다. 삶과 죽음, 성, 기술, 정치,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예술에 대한 고찰을 전방위로 확장시킨 사색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심에 선 것은 저자의 ‘미학자’로서의 정체성이다.

■ 북한의 권력과 일상생활, 홍민·박순성 엮음, 한울, 424쪽, 34,000원
빈곤, 영양실조, 식량 배급, 군인, 전쟁, 38선, 천안함과 연평도 폭격, 권력 세습 등 ‘북한’으로 시작되는 문장을 들으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있다. 조금 다른 모습을 떠올릴 수는 없을까. 남한 드라마에 열광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나, 새로 산 옷을 은근히 자랑하며 우아하게 일본에서 수입한 커피를 마시는 북한 여성, 자녀의 교육을 위해 탈북한 북한 관료의 근심어린 얼굴과 같은 것을 말이다. 이 책은 미디어의 렌즈만 좇을 때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북한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담고 있다. 특히, 북한의 시장에 주목한 글들은 매우 흥미롭다. 북한 정권이 강력하게 금지, 단속하는 시장이 아래로부터 탄생한 것을 북한의 주요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 대한 하나의 일관된 해석적 관점을 공유하기보다 일상생활이란 화두 속에서 다양한 색채와 질감의 북한사회를 보여주는 데 강조점을 뒀다.



■ 사유와 상상력, 배영달 지음, 동문선, 272쪽, 20,000원
저자는 그간 주의깊에 읽어왔던 보드리야르와 비릴리오의 이론적 상상력을 더듬어낸다. 폴 비릴리오는 근본적으로 지각과 체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나, 사회와 정치 발전 문제에도 깊은 조예를 드러낸 사상가다. 그는 전쟁 및 군사전략의 문제, 영화의 역사, 현대 매체 및 통신의 속성, 문화 와 예술 생산 등 폭넓은 주제를 사유했다. 그 사유 폭은 놀라우리만치 넓어서 다방면의 학문에 없어서는 안 될 준거점을 제공하는데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착안했다. 이 책에서 부분적으로 논의하게 될 비릴리오의 사유는 많은 사람들이 피상적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보드리야르의 사유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 실제로 비릴리오와 보드리야르가 지적·정신적 교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비릴리오가 마르크스주의·기호학·허무주의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가 보드리야르의 하이퍼리얼리티나 시뮬라시옹 개념 반대편에 서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 서남동의 철학: 민중신학에 이르다, 김희헌 지음, 이화여대출판부, 284쪽, 16,000원
신학자이자 개신교 목사였던 죽재 서남동의 생애와 사상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연구서다. 이화여대출판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한국현대철학선’ 시리즈의 하나. 민중신학은 1970년대에 서남동을 비롯한 몇몇 신학자들에 의해 시작된 개신교의 진보적 실천신학을 일컫는데, 저자는 서남동의 민중신학이 전통적인 기독교 신학으로부터의 이탈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의 원점을 철저하게 재해석하는 작업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기독교 신앙의 원점이란 구원의 열정을 지닌 신이 이 세계 속으로 성육신해 모든 생명을 죽음의 질서에서 해방시킨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서남동의 민중신학 사상을 그의 생애 후반 10년 동안 전개된 민중신학에만 국한해 해석하지 않고, 전 생애를 통한 사상적 고투 끝의 종국적 완성으로 설명했다.

■ 지구화의 이방인들―섹슈얼리티·노동·탈영토화, 최종렬 지음, 마음의거울, 496쪽, 30,000원
1990년대 이후 가속화된 이주의 지구화를 통해 한국사회에도 새로운 이방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상호작용의 한 형식으로서 ‘異邦人性’은 토박이가 해결할 수 없는 독특한 문제적 상황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도구다. 예컨대 이주여성의 ‘에스닉 섹슈얼리티’가 저출산 고령화로 우리사회가 처한 국민 재생산의 위기를 해소해줄 수도 있다. 이주노동자의 ‘에스닉 노동’은 자본과 노동의 지구적 재구조화 과정 중 공백이 발생한 한국 노동시장의 맨 밑바닥을 채워줄 수 있는 도구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존의 사회학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에스닉 관광’이라는 관찰방법과 ‘자아문화기술지’라는 사회학적 글쓰기다. 연구자인 동시에 관광객이라는 두 시선을 통해 탈영토화된 공공장소인 안산다문화거리를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학문적 글쓰기를 시도했다.

■ 포트폴리오와 다이어그램, 배형민 지음, 박정현 옮김, 도서출판 동녘, 462쪽, 22,000원
서양 고전주의 건축 담론을 대표하는 포트폴리오와 근대적인 기능주의를 대변하는 다이어그램. 포트폴리오와 다이어그램이 교차하는 과정을 거쳐 건축은 매체의 시대에 진입했다. 건축이 재정의 돼야 하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다이어그램의 철학과 방법론은 세계 건축계의 화두가 됐다. 이 책은 ‘특정 건축 디자인 체계가 서구 세계 전체에서 통용됐던 마지막 사례’인 보자르 체계의 기율과 20세기 초 등장한 건축 다이어그램의 연결 고리를 재구성한다. 원래 이 책은 저자인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가 MIT 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한 것인데, 이것이 1993년 MIT 대학출판부에서 The Portfolio and The Diagram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옮긴이는 배 교수의 제자다. 이 책은 ‘현대 건축이 만들어지게 된 기본적인 조건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역사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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