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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된 ‘보존 철학’으로 차별화된 계획 수립”
“합의된 ‘보존 철학’으로 차별화된 계획 수립”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10.07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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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형 한중연 전문위원이 제안한 고존적 보존 방안

‘고전적 보존’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을 주제로 지난달 27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제1회 장서각 고전적 보존 한·중·일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나형 한중연 전문위원(문화재보존과학)의「장서각 고전적 보존의 실례와 향후 방안」은 현재까지 장서각에서 행해진 고전적의 현대적 보존 방안에 대한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보존 방안의 개선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김 전문위원은 지금까지 실행된 장서각 고전적 보존의 실례를 소개하고 장서각 소장 자료의 원형을 찾아가고자 노력하는 연구자들의 생각과 윤리에 대해서도 고찰했다. 그가 제시한 고전적 보존의 방법론을 들어본다.

1. 대량자료 보존을 위한 합리적인 시스템

장서각은 고전적 소장 중심의 기관으로서 대량 문서 관리를 위한 차별화된 보존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보다 구체적인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해 적용방안을 중심으로 형태별 훼손 현황을 파악해‘보존처리량’을 산출해야 한다. 보존처리는 자료의 형태에 따라 보존처리 작업 기간 차이가 많이 난다. 상태조사를 통해 보존처리 적용방안을 기준으로 분류한 뒤 자료 중심의 작업이 아닌 작업 과정 중심의 팀 단위의 조직에서 더욱더 전문화된 효율적인 보존처리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2. 예방보존을 위한 노력

자료의 보존처리 방향은 자료 각각의 컨디션에 맞춰져야 한다. 어떠한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손상 진행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고, 앞으로 얼마만큼 자주, 어떤 사람들이 사용할지, 보관될 보존환경은 어떠한지에 따라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장서각 소장 자료는 다른 미술품에 비해 전시나 열람, 촬영에 의한 사용빈도가 아주 높다. 또한 자료의 수량이 많고 형태가 다양해 이미 손상이 진행된 자료의 손상 가속도보다 열람이나 촬영, 보관 부주의에 의한 손상 가속도가 훨씬 빠르고, 위험도가 높은 상태이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자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개별 맞춤 보관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하며(보관상자, 포갑, 굵게말이축 제작)대량 자료의 해충·미생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보존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3. 복제본 제작의 필요성

자료의 복제본 제작은 또 다른 보존의 방식으로 자료를 보존해줄 수 있는 방법이다. 복제본의 제작은 재질의 과학적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련 학자들과 함께 인문학적인 연구 내용(제작관련 의궤 등)을 고증해 제작을 한다. 복제본이 원본이 될 수는 없지만, 이를 대여, 열람, 전시, 촬영에 활용해 원본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또한 일실할 수 있는 기록물의 복제본을 제작함으로써 기록물을 영구적으로 후손에까지 나눠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하겠다.

4. 장서각 도서의 원형 찾기

장서각 소장 자료를 살펴보다보면 수리를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국가지정문화재인『월중도』는 黃染紙(종이) 표지 위에 綾織(비단)의 表題로 꾸며져 있다. 조선시대 장황은 일반적으로 능직의 비단 표제에는 종이가 아닌 비단 표지가 따라오는 형태로 이러한 형태를 통해『월중도』가 전 시기에 수리됐다고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그림 부분을 라이트로 비추어보면 좀 먹은 부분을 메움 작업한 것을 알 수 있다. 표지와 그림부분 충해정도의 차이, 격이 맞지 않는 표지의 표제와 바탕재질을 통해 특정시기 『월중도』가 그림부분 메움작업과 동시에 표지 교체를 했다고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장서각 소장 자료의 改粧이나 수리한 사례를 연구하여 시기를 파악함으로써 장서각 소장 자료의 원형을 찾을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5. 고전적 보존에 대한 보존윤리

실질적으로 훼손된 자료 전체를 보존처리해야 하는가에서 부터 메움 재료의 염색방법, 메움을 통 한 복원 형태, 낱장문서의 배접, 표지가 유실된 책의 표지를 복원해야하는가 등 고전적 중심의 보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각 자료 가치에 대한‘사실성’과 ‘보존성’의 경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관련 예산이나 인력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인문학 연구기관의 허브로서 장서각은 고전적 보존을 위한 보존철학을 마련해야하며 고전적의 보존해야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이러한 가치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철저한 인문학-보존과학 연구가 바탕이 되어야할 것이다. 이 과제는 비단 보존처리 담당자의 문제가 아닌 장서각 전체가 동일한 관점과 일관된 가치 판단에 의해, 모두가 합의된 기준으로 진행해야 하며, 후대에 결코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철저한 사명감과 의무를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다.

정리=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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