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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민주주의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시아 민주주의 어디로 가고 있는가?
  •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비교정치
  • 승인 2013.09.3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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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공동 학술대회 참관기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와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는 공동으로 ‘아시아 민주주의의 현재적 조건과 전망’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에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그리고 한국 등 총 6개국의 학술연구자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참가국들이 처해있는 민주주의의 현재적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민주주의의 질적 발전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 됐다. 무엇보다 국내외 학술연구자 및 참가자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평가와 전망에 관심이 높았다. 그 이유는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고 있는 나라로 평가받는 한국에서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문제,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언론 및 의사표현의 자유의 제한 등과 같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사례발표가 있는 세션의 발표 및 토론을 중심으로 참관기를 정리하고자 한다. 

쇠퇴하는 한국 민주주의

한국 사례를 발표한 이광근 성공회대 연구교수(사회학)는 한국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 민주주의에 있어 2008년 보수정부가 들어서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는 시민의 자유권이 침해되고 있으며,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에서 알 수 있듯이 절차적 민주주의도 훼손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지난 1년간 경제민주화,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 그리고 복지의 확대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기업과 재벌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가 강화되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더불어 복지를 중심으로 한 사회안전망의 작동되지 못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판매를 예로 들면서 갑과 을의 종속적 관계, 즉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경제구조가 지속되고 있음도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으로 한국의 자살율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 성격은 시민적 자유의 제한과 불평등의 심화가 이루어지는 ‘제한된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인도네시아의 안톤 프라쟈스토 민주주의와 인권연구를 위한 연구소 연구원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비교하면서, 공통점으로 민주주의의 쇠퇴경향과 자유화와 평등화 간 격차를 지적하고, 어떻게 민주주의를 심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공동의 학문적 실천적 노력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또한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우선 인도네시아의 경우 경제영역에서 탈독점화를 위한 많은 노력이 일어나고 있고 이의 필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증대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게 경제적 권력이 집중화돼 있는 상황에서 경제영역의 탈독점화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시민사회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중이 배제된 인도의 민주주의

인도의 실질적 민주주의의 도전과 가능성에 대해 발표한 델리대의 나빈 챈더 연구원은 국내외적으로 인도의 민주주의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가지 역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정치 엘리트나 기득권층에게 정치권력이 독점돼 있으며, 둘째, 빈부격차의 심화와 빈곤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도의 민주주의는 국민, 대중을 배제한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면서 대중이 없는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발표자는 현재 아시아 민주주의를 측정하는 아시아 민주주의 지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각 국가의 특수한 역사문화적 그리고 정치적 환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론한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러시아/인도통상학부)는 아시아 민주주의 지표로 인도의 민주주의를 측정함에 있어 인도의 특수성을 보다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인도의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방(주)정부의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제안했다.

도시엘리트에 기초한 태국의 민주주의

마지막으로 태국의 민주주의를 발표한 출알라롱쿤대의 Jakkrit Sangkamanee 박사는 민주주의가 정치적인 개념이 아닌 사회계급투쟁으로 인해 역사적 맥락 속에서 계속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 주체로서 도시의 중산층이 아닌 농어민을 강조했다. 즉, 새로운 사회운동 연구방법에 따른 연구를 보면, 농어촌 사람들이 정치에 훨씬 적극적이고 참여적이라고 주장하면서 농어촌 지역에서 예전과 같은 연고주의가 와해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재 태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한계가 경제영역뿐만 아니라 정치와 사회영역에서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지역사회에서의 인종주의의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박은홍 성공회대 교수(비교정치)는 농촌이 현대화된다는 것은 시민화, 민주화가 유입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농어촌 지역의 탈바꿈 또는 변화가 민주주의 혁명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태국의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변인임을 주장했다.

이들 세 편의 논문발표와 토론 속에서 아시아 민주주의가 직면한 문제는 민주적 제도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사회영역에서의 불평등성이 해소되지 않고 권력자원의 독점화가 이뤄질 때 민주주의의 허약성과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주적 제도를 보다 공고히 하는 동시에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쌓기 위해서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문적 정책적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비교정치
한국외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정치학회, 한국선거학회, 비교민주주의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민주화 이행 모델과 ‘좋은 민주주의’: 민주주의 수행력을 중심으로」, 저서로 『다시보는 한국 민주화 운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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