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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호 새로나온 책
700호 새로나온 책
  • 북학 기자
  • 승인 2013.09.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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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엔지니어의 탄생, 김덕호 외 지음, 에코리브르, 328쪽, 17,000원
근대를 구축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한 엔지니어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양성됐고, 그들의 사회적 정체성은 어떻게 구성됐는가. 이 연구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근대화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마치 20세기 非유럽 국가에서 전개된 근대화의 길이 하나가 아닌 것처럼, 엔지니어의 탄생 과정 역시 보편적이라기보다는 국가별로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됐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기는 제1차 산업 혁명기, 즉 18세기 후반에서 1870년대 혹은 1880년대까지다.

■나, 스티브 호킹의 역사, 스티븐 호킹 지음, 전대호 옮김, 까치, 192쪽, 16,000원
스물 한살에 생명이 2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서도 그후 50년간 생존하면서 수많은 이론물리학을 남긴 최고의 과학자 스티븐 호킹의 자서전이다. 중등학교의 학급에서 20등 정도를 한 평범한 소년이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최고의 이론물리학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전신마비의 71세의 호킹은 이 자서전을 이렇게 끝맺는다. “내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무언가를 보탰다면, 나는 행복하다.”

■덩 샤오핑 시대의 탄생―중국의 역사 재평가와 개혁, 안치영 지음, 창비, 340쪽, 25,000원
서남동양학술총서의 한 권인 이 책은 ‘개혁개방의 아버지’, ‘개혁의 총설계자’라 불리는 덩 샤오핑 체제의 형성과정을 추적한다. 특히 이 책은 정치개혁 과정의 ‘平反’에 착안해 중국공산당이 평반을 통해 문화혁명 전후의 정치적 균열을 해소하고 이념적 통합을 이룩했음을 규명하고 있다. 법률적 권리의 회복에 더해 정치적 재평가, 배상과 원직회복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인 ‘평반’은 문화혁명 이후 역사재평가를 통해 개혁의 전제가 됐으며, 덩 샤오핑 개혁체제를 형성하는 직접적인 기제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김윤식 지음, 그린비, 368쪽, 20,000원
원로 비평가 김윤식이 ‘라이벌 의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문학사의 주요 장면과 한국문학사에 ‘창조력’을 공급한 문제적 개인들을 그려내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문학사를 관통하는 다섯 유형의 ‘라이벌 의식’을 그려낸다. ①경성제국대학의 아카데미시즘에 맞선 무애 양주동과 도남 조윤제의 라이벌 의식, ②김수영과 이어령 사이에서 벌어진 1960년대의 ‘불온시 논쟁’, ③『한국문학사』(1973)를 공동집필한 이후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린 ‘실증주의적 정신’(김윤식)과 ‘실존적 정신분석’(김현)의 관계, ④<문학과 지성>과 <창작과 비평> 사이의 라이벌 의식, ⑤마지막으로 스승 김동리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넘어서고자 했던 이문구와 박상륭에 이르기까지, 다섯 사례를 짚었다.

■비글호 항해기, 찰스 다윈 지음, 장순근 옮김, 912쪽, 30,000원
청년 과학자 찰스 다윈이 남아메리카를 비롯 인도양까지 비글호를 타고 5년여에 걸쳐 탐사한 내용을 18권의 노트에 적은 이 『비글호 항해기』는 훗날 인류의 역사와 패러다임을 바꾼 진화론의 뿌리가 된다. 세종기지 월동대 대장을 지낸 장순근 박사는 기존에 출간된 『비글호 항해기』의 번역 오류를 바로잡고 원문의 뉘앙스를 최대한 살려 고전적인 번역의 맛을 되살렸다. 여기에 비글호 탐사 당시 그린 그림과 관련 사진 총 150여 장을 함께 수록해 내용만으로 해소되지 못했던 부분을 덜어주는 한편 읽고 보는 재미를 더했다. 다윈의 일생과 『비글호 항해기』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각 장 말미에 옮긴이의 주석을 정리해 수록했으며, 부록으로 주요 인명과 항해 일정표, 참고문헌, 찾아보기 등을 일목요연하게 간추렸다.

■속삭이는 사회―스탈린 시대 보통 사람들의 삶, 내면, 기억(1·2), 올랜도 파이지스 지음, 김남섭 옮김, 교양인, 1권 560쪽·2권 604쪽, 각권 23,000원
이 책은 소비에트 억압 체제를 외부에서 분석하는 데 머물렀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어, 체제가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 인간관계, 가치관과 내면 심리에 끼친 영향을 당사자 자신의 목소리로 서술한 최초의 책이다. 천 명에 달하는 생존자 인터뷰와 무수한 편지 및 일기를 바탕으로 저자는 당대를 살아간 이들의 숨결까지 되살린다. 레닌이나 스탈린, 트로츠키 같은 유명한 혁명가나 지도자가 아니라, 공적 역사에 통계 숫자로 남은 수많은 평범한 가족들의 숨겨진 역사를 통해 소련 체제를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내면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작업이 흥미롭다.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셀던 월린 지음, 우석영 옮김, 후마니타스, 504쪽, 23,000원
미국의 대표적 진보 정치학자이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실 우리는 더 이상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라 ‘전도된 전체주의’ 체제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놓는다. 대체 무엇이 이 노학자에게 그토록 전체주의를 증오했던 냉전의 종주국을,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칭하며 전쟁까지 불사하는 나라를 ‘전도된 전체주의’ 체제로 규정하게 만들었을까.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돈, 엘리트, 애국주의, 공포, 기만이 지배하는 정치를 과연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겠냐는 것. 이점에서 그의 책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로도 읽힌다. 책의 부제는 ‘관리되는 민주주의와 전도된 전제주의의 유령’이다.

■절망의 인문학, 오창은 지음, 이매진, 400쪽, 18,000원
제도 안에서 제도 밖을 사유하는 半제도 비평가 오창은이 2001년부터 싹튼 문제의식을 현지 조사와 심층 인터뷰라는 민속지학 연구 방법에 기대어 깊이 있는 논의로 벼려냈다. 52명의 말을 통해 대중 인문학의 현실과 의의와 한계, 대학의 전근대적인 위계 관계와 학문 프롤레타리아트의 열악한 처지, 학술지 평가와 기초학문육성지원사업을 중심으로 학문을 정량화해 관리하는 국가 정책을 비판한다. 또한 우리 시대의 비판적 인문 정신을 대표하는 김종철, 강내희, 김동춘, 정승훈, 윤건차, 송두율, 정지아, 최일남과 나눈 대화도 함께 엮었다.


■제국의 폐허에서―저항과 재건의 아시아 근대사, 판카지 미슈라 지음, 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488쪽, 25,000원
노벨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은 이 책과 저자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판카지 미슈라는 이 책에서 세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터키에서 중국에 이르는 아시아의 사람들이 겪어 온 근대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서구의 오래된 동양관을 전복시킨다. 오늘날 분노하는 아시아인의 할아버지 세대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다. 탁월하다!” 20세기 아시아의 문제적 지식인의 사상지도를 만날 수 있는 미슈라의 이 책은, 아시아 지식인들이 어떻게 서구에 종속됐는지 성찰하면서 서구 중심의 근대성을 비판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엘즈비에타 에팅거 지음, 황은덕 옮김, 산지니, 212쪽, 13,000원
철학가들은 삶 속에서 어떠한 사랑을 나누었을까. 폴란드 태생의 유태인 저자 엘즈비에타 에팅거는 저자 자신과 마찬가지로 유태인이었던 한나 아렌트의 삶에 주목해 이러한 의문의 답을 풀고자 한다. 1995년 이 책이 미국에서 처음 발표됐을 때, ‘공상적인 이야기’라는 평가와 함께 다양한 논쟁이 일었다. 이때 이 책에 부정적으로 묘사된 하이데거의 모습을 두고 하이데거 측에서는 서둘러 두 철학자의 서신들을 전격 공개했다. 이후 둘의 관계를 토대로 구성된 다양한 서적물이 출간됐는데, 이 책은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의 서신관계를 토대로 쓰인 최초의 책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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