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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칼럼_ 지금 대학총장들은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총장칼럼_ 지금 대학총장들은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 강우정 한국성서대 총장
  • 승인 2013.09.2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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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정 한국성서대 총장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학은 그가 펼칠 새로운 대학정책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대학 총장은 참 고달프다. 지난 10년 이래 이렇게 힘든 적이 언제 있었던가 싶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현란한 정책보다도 대학 총장들, 대학의 운영자들에 대한 자그마한 신뢰와 긍정의 시선이다.

나는 그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한 후 이의 관철을 위해 거리로 나서서 장외투쟁을 벌이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사학법 개정 반대 당론에 대해 국민의 열기도 식어가고 당 내부에서도 ‘이젠 그만하고 국회로 들어가지’ 하는 기류가 감돌기도 했지만 당시 박 대표는 “이렇게 끝낼 것이라면 시작도 안 했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던 사립대 총장들은 그의 단호한 태도와 그가 흔드는 전진의 깃발에 다시 한 번 용기를 얻었었다.

지금 대학 총장들은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어디를 봐도 우군은 없다. 일반 국민도, 언론도, 정계도, 심지어 교육부도 대학을 보는 눈초리가 싸늘하기만 하다. 대학을 강타한 소위 ‘반값 등록금’ 이후 대학은 초토화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학을 옥죄는 입법예고가 줄을 잇고 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대학에 대한 신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일부 대학이 비리를 저지르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이 부패한 정도는 아마도 이 사회가 부패한 정도와 정비례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학이라는 집단이 언제부터인가 지나친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누군가의 교묘한 음모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상상까지도 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대학이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비리집단으로 매도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의 대학 이슈는 정치의 문제이고, 복지의 문제이고, 행정 편의의문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 제자들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반값 등록금’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2011년 5월 집권여당의 황우여 대표가 느닷없이 발표한 이 정책이 1년6개월 후로 다가왔던 총선에서의 표심을 겨냥한 정치적인 배려가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국가장학금도 장학의 의미보다는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의 뜻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려운 학우들을 돕는 것이 무에 그리 문제가 되겠느냐마는 학우들을 소득분위 순서로 일렬로 세우고 국가장학금을 계산하는 직원들을 등 너머 훔쳐보며 이게 대학인지 복지관인지 하는 허탈감이 앞선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시간강사 문제도 사회적인 이슈를 대학이 소화해 내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교원확보율을 100%로 하는 것은 학교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다.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어정쩡한 타협안으로 하루아침에 해결을 보려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정책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재정지원을 연계시킨다든가 지표, 산식 등을 통한 간접규제에 대학은 너무 피곤하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경영부실대학 등 무시무시한 이름들이 대학 총장들의 악몽이 되고 있다.

대통령이 시장에 가서 생선장수 아주머니와 허물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TV에서 본다. 참 정겨운 장면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청와대에서 만찬을 같이 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다며 대통령과 함께 크게 웃는 사진을 보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큰 즐거움이다. 교육은 백년지계라고 한다. 대통령이 대표적인 대학 총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웃으며 백년대계를 도모하는 사진을 볼 날은 영영 없을 것인가.

강우정 한국성서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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