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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대학발전 위한 ‘총장 리더십’ 평가
지속가능한 대학발전 위한 ‘총장 리더십’ 평가
  •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감사팀장
  • 승인 2013.09.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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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경영 패러다임을 바꾸자 2

대학은 2000년대 초반까지 양적 성장 시기에 온실 속 화초처럼 외부 환경과 단절된 그들만의 리그에서 존재했다. 대학 총장은 신설학과를 만들어 학생 정원을 확대하는 노력에 치중했고, 고등교육의 질적 개선은 등한시했다. 대학 간 경쟁은 느슨했고, 대학경영자는 획기적 변화와 새로운 도전은 시도되지 않았다.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변화되면서 대학의 존재이유도 크게 변화됐지만, 대학 경영진은 기존 방식을 고집하면서 외부 환경변화 요구에도 비영리, 공익성, 기회 균등의 교육논리를 강조하면서 조직의 낮은 효율성과 효과성에도 불구하고 대학만의 논리로 맞서왔다.

양적 성장의 성공 경험은 아낌없이 버려야

최근 대학은 질적 성장을 요구받는데, 질적 성장은 양적 성장에서 경험한 성공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쟁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대학 운영방식을 전면적으로 탈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원하는 특성화된 세계 수준의 선도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지금까지 양적 성장의 성공 경험을 아낌없이 모두 버려야 한다. 산업시대의 경쟁방식은 시장성과를 1등, 2등, 3등이 모두 함께 골고루 공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창조지식기반시대의 경쟁방식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고객 가치에 따라 다양한 특성화 시장이 형성되지만, 1등과 2등의 경쟁결과에 따른 차이는 점차 확대돼 오로지 1등만이 시장성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분방식으로 전환됐다. 따라서 우리대학은 이런 시대 변화 속에서 유일한 1등 분야를 개척하는 적극적인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대학총장은 산업시대의 조직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현재 상황에서 창조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에 맞는 조직문화를 선도해야 한다. 대학총장의 리더십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대학경쟁력의 핵심역량이며, 대학 발전의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총장은 대학 교직원의 동기부여를 유도해 집단지성의 장으로 대학을 승격하는 조직문화를 성숙시키지 못하고 있다. 리더십은 비전, 전략, 갈등조정 등 다양한 의사결정 형태로 구현된다. 특히 대학은 우수인력이 함께 하고 있는 조직으로서 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대학 발전의 핵심 성공요인임을 모두가 함께 인식해야 한다. 대학 총장은 교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기 경영을 유도해 경영 성과를 제고해야 한다.

대학총장은 대학의 중장기 발전방안을 결정해야 하는데, 대학특성화전략은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방안이다. 대학특성화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대학 내부로 그 문제를 가지고 오면 각 학과 및 단과대학 차원에서 생존의 문제로 대학조직의 전체목표를 바라보지 않고 각자 자신의 입장에 서게 된다. 물론 인간적인 측면에서 당연할 수 있지만, 조직적인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총장을 비롯한 대학경영진은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을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시간만 가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대학총장의 리더십은 분명하게 돋보인다. 올바른 대학총장 리더십은 대학 비전과 전략에 따라 각 교직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설득과 이해를 구하면서 단계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대학 경쟁력은 서서히 내려가서 대학경영 자체가 악순환 구조에 돌입해 다시금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4년 단임제 총장'은 질적 성장기에 맞지 않다

특히 총장 리더십과 관련해서 총장 선출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과거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선임하던 방식에서 민주화 열기 속에서 교수 직접투표에 의한 직선제 총장선거가 대세를 이루었지만, 최근 대부분 대학들은 공모제 선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총장 직선제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4년 단임제 총장은 대학교육의 질적 성장 시기에 맞지 않는 제도로 인식되게 됐다. 왜냐하면 안정성과 결단력 없는 지배구조는 중장기 대학발전전략 수립ㆍ실행을 위한 체계적인 자원 배분과 지속적인 투자 그리고 성과 관리에 한계를 노출했다.

대학경영은 경영진의 전문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직선제 총장은 2년 단위로 주요 보직을 변경했다. 경영진의 업무추진 노력에 의한 교육성과를 도출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었다. 대학총장은 통상적으로 임기 4년이다. 대학총장은 최종 의사결정자로서 대학경영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임기 4년도 다양한 교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동기부여를 통해서 대학경영전략을 수립·시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개선하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미국 주요대학은 총장 직무수행 기간이 20년 이상으로 매우 길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실상 다른 나라 이야기로 생각됐는데, 우리나라 한동대, 서울여대, 전주대 등도 10년 이상 대학 총장직을 수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총장 임기도 표준화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대학 특성과 조직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학의 중장기 전략을 확립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통일된 리더십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대학총장의 경영성과 평가도 외·내부에서 객관적이고 주기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성과가 좋은 총장의 경우 지속적으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 총장 평가제도가 서둘러 도입돼야 한다.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감사팀장
한국대학경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단국대에서 부동산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대학경영, 어떻게 할 것인가』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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