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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푸드이자 슈퍼 푸드인 이것, 寺刹에서 금했던 이유는?
파워 푸드이자 슈퍼 푸드인 이것, 寺刹에서 금했던 이유는?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3.09.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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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90_ 부추

이날 이때껏 지방마다 써온 부추의 鄕語에는 소풀, 부채, 부초, 난총, 솔, 졸, 정구지 따위가 있다. 충청도에서는 졸, 우리 동네 경남 산청에서는 소풀, 내 처가 경북에선 정구지, 전라도에서는 솔, 경기도 지방에서는 부추 등으로 각각 다르게 불린다. 이를 하나로 통일해 표준어에 해당하는 편리한 우리말이름(國名·Korean name)을 정했으니 그것이 ‘부추’다. 만물은 다 제 이름이 있다(萬物皆有名)다 하였다. 기실 나라 사람끼리도 이렇게 헷갈리니 국명을 정해놓지 않으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물며 국내에서 이 정도라면 나라끼리는 어떻겠는가. 아무리 외국인들을 보고 이 풀 이름은 ‘부추’라고 해도 의사불통이다. 부추를 놓고 서양인은 garlic chives, 중국인은 kow choi(구채·菜), 일본인은 nira, 동남아인은 cuchay라 불러대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여기에도 세계 공통어가 필요했으니 다름 아닌 學名(Scientific name)으로, 부추의 학명을 Allium tuberosum으로 정했다. 누가 봐도 다 알아차리니 얼마나 편리한 만국공통어인가! 보다시피 학명은 만국 명명규약에 따라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글자체인 이탤릭체로 쓰기로 했고, 반드시 라틴어로 쓴다. 여기서 파·양파·마늘과 같은 파속식물을 뜻하는 屬名 Allium은 대문자로 쓰고, 種小名인 tuberosum은 소문자로 쓴다. 이렇게 속명과 종소명을 나란히 쓰는 二名法을 창시한 사람은 스웨덴에서 국보로 치는 분류학의 鼻祖린네(Carl von Linn´e/Carolus Linaeus)이시다.

부추는 외떡잎식물(單子葉植物), 백합과에 속하며, 한 번만 종자를 뿌리면 그 다음 해부터는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 계속 자라는 다년생초본으로 동남아시아가 원산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自生하기도 하지만 특히 농가에서 대량으로 재배한다. 필자도 텃밭에 20여 무더기를 심어 키우는지라 나음대로 그들의 생태를 꽤나 아는 편이다. 포기나누기(分根)로 옮겨 심으며, 수염뿌리가 아주 세게 얽히고 뻗어나고, 대개 봄부터 가을까지 대차게 자라는지라 자라는 족족 3∼4회 연거푸 베먹으며, 최대한 흙 가까이 밑동을 자른다. 그 자리에 재(灰)를 흩어 줬는데, 아마도 강알칼리성인 재가루가 다른 병균이 달라 드는 것을 막느라고 그랬는데, 꼴을 베다가 벤 자리에 어른들이 준 담뱃재를 문질렀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아무튼 늦여름이면 포기마다 멀쑥하게 긴 꽃장대가 목을 빼고 길게 치솟는데 그 끝에 꽃송이들이 한가득 피고, 거꾸로 된 심장 꼴인 6개의 검은색 종자(씨앗)를 품은 모난 열매는 익으면 果皮가 말라 쪼개지면서 씨를 퍼뜨리는 果이다.

소복 같은 부추의 새하얀 꽃은 청초하다고나 할까? 꿀벌부터 뭇 벌레들이 꽃물을 빨겠다고 마구 달려든다. 물론 부추는 전형적인 외떡잎식물이다. 이들은 꽃잎의 수가 3의 倍數이고, 쌍떡잎식물은 4와 5의 배수라는 공식을 생각한다면 부추꽃잎은 몇 장일까? 꽃잎과 수술은 각각 6장씩인데, 사실 외떡잎식물에서 꽃잎이 셋인 것은 동서양란에서 보듯 아주 많지만 배수인 여섯인 것은 드물다 하겠다.

부추는 누가 뭐래도 알아주는 파워 푸드요 슈퍼 푸드라는데, 한자명이 起陽草, 壯陽草라는 것만 보아도 부추가 정력에 좋은 强壯채소임을 말해 준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특별히 먹지 못하게 하는 음식으로 五辛菜라는 것이 있으니, 마늘(Allium sativum)과 파(A. fistulosum)·부추(A. tuberosum)·달래(A. monanthum)·흥거 다섯으로, 흥거를 빼고는 모두가 백합과, 파속(Allium)이며, 모두 자극성이 있고 톡 쏘는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절에서는 양파(A. cepa)도 먹지 못하게 하니 그 또한 파속식물이라 그렇다. 참고로 학명쓰기에서 처음은 학명을 모두 쓰지만 위에서 보는 것처럼 두 번째부터는 속명은 약자(Allium A.처럼)로 쓰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오신채의‘辛’은 단지 매운맛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양기를 성하게 하는 기능이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홍거(흥거)는 서양에서 나는 미나리과식물로 우리나라에는 살지 않는 식물이라 한다. 재언하지만 오신채를 절에서 금하는 것은 날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고, 익혀 먹으면 淫心을 일으킨다고 그런다.

“4월 부추는 사촌도 안 준다"고 하던가. 부추 맛은 조금 시고 맵고 떫으며,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고, 활성산소해독작용(antioxidant), 혈액순환을 원활케하는 식품이란다. 우리가 먹는 부추 요리도 참 많으니, 부추잡채·무침·부침개·겉절이·김치·장아찌·즙은 물론이고 보신탕이나 추어탕에도 빠지지 않는다. 어디 그 뿐인가. 배추김치나 오이소박이 담글 때 부추를 넣으면 독특한 향으로 맛을 돋우며, 재첩국에까지 넣는다. 부추에 함유돼 있는 당질은 대부분 포도당과 과당의 단당류이며, 특유한 냄새는 유황화합물로 독특한 향미가 있는 식품이다. 마늘의 대표적인 성분은 자기방어물질인 알리신(allicin)인데 이는 동맥경화, 혈압, 항염증에 좋으며 매운맛과 동시에 톡 쏘는 마늘냄새를 풍긴다. 마늘뿐만 아니라 양파나 부추도 유사한 기능을 가진다는 것. 食以藥이요 藥食同源이라고 음식 속에 몸에 필요한 약이 들었다. 부연하면 음식이 약인 것이니 고루고루 먹는 것이 백번 옳다. 여태껏 부추가 유달리 질깃한 것이 이(齒)사이에 자꾸 끼여 귀찮고 시시하게 여겼는데,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급작스레 180도 확 바뀌었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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