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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경제론’에 대한 학계평가
‘민족경제론’에 대한 학계평가
  • 교수신문
  • 승인 2002.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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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제 추상적 분석은 ‘한계’…방향성엔 ‘동의’
민족경제론은 한국경제의 외형적 지표가 크게 신장하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바람으로 일국적 수준의 거시경제 전략이 크게 퇴색한 오늘날의 현실에서 그다지 많은 함의를 던져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동향과 전망’ 2001년 봄호에서는 2000년 12월에 한국사회과학연구소가 개최한 ‘故 정윤형 교수 추모학술대회’에 발표된 논문을 바탕으로 특집으로 비중 있게 재조명하기도 했다. 이는 민족경제론을, 그 이론적 성패를 떠나서 ‘박정희식 발전모델’이라 할 수 있는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적 전망으로서 최초의 체계적인 형태를 가진 이론으로서 높이 평가했기 때문.

민족경제론은 故 박현채 조선대 교수의 단독 작업으로 보기는 힘들다. 민족경제론은 해방 이후 이어져온 민족주의와 민중주의의 관점을 총괄한 경제이론으로 ‘한국경제의 전개과정’(1981)을 함께 집필한 정윤형 前 홍익대 교수, 전철환 前 충남대 교수 등의 동시대 학자들과 함께 많은 내용을 공유하고 있었으며 일본 오오츠카(大塚)의 국민경제론에 나오는 분류와 용어를 상당부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론적 특성은 자립경제·내포적 발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현채 교수의 작업을 정점으로 보는 것은 박현채 교수가, 동명의 책(1978)에서 체계적 입장을 집대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은 한국자본주의 발전사, 한국민족주의 운동사, 한국경제의 문제와 민중운동, 한미일간의 경제 유착, 한국사회 성격과 발전단계, 민족통일과 민족공동체, 민주화, 한국경제의 동향과 전망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진보적 색채가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

박현채 교수는 나이 사십 무렵에 발표한 ‘경제학과 나’(1974)에서 “경제학의 주제에 상응하게 제 민족과 가난한 자에 대한 충만한 사랑으로 연구하고 살” 것을 다짐한다. 이에 대해 박순성 동국대 교수, 김균 고려대 교수는 “이론의 명령을 실천에 옮기고 삶 전체에 일관되게 견지했던 지적 도덕성”을 보여준 것으로 박현채 교수의 삶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많은 한계와 시사점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 그의 민족경제론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민족경제론의 두드러진 특성으로 ‘자립경제’를 꼽는다.

조석곤 상지대 교수는 민족경제론적 사고의 핵심을 첫째 성장지상주의(외연적 발전) 대신 내포적 발전을, 둘째 종속 대신에 자립을, 셋째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과 농업의 육성으로 요약한다.
그는 민족 경제론이, 박정희 정권이 미국의 압력으로 외자의존형 성장전략을 선택하면서 그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1960년대 이전에는 수입대체적인 기간산업 육성 전략과 맞아떨어지지만 중화학공업을 통한 고도성장정책을 추진했던 1970년대와 그 이후에 대해서는 적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비판한다.

그러나 류동민 충남대 교수는 민족경제론에 대해 “박현채 자신이 시동을 건 1980년대의 사회구성체논쟁이라든가 심지어는 중소기업육성을 강조하는 ‘대중경제론’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지속적인 영향력이 있었음을 강조한다.

민족경제론의 현재적 설명력에 대한 학계의 입장도 ‘전략적 보완’보다는 ‘정서적 계승’에 가깝다. 학계의 공통적인 평가는 민족경제론이 개방, 국민경제에 대해 추상적인 분석에 머무르고 있으며 국민국가간의 관계를 경쟁과 대립으로 단순화한 점을 한계로 지적한다.

‘전략적 보완’ 보다는 ‘정서적 계승’

박순성 교수와 김균 교수, 류동민 교수 등도, 박현채 교수의 이론 전체에서 볼 때, ‘일반이론’에 해당하는 국가독점자본주의 단계와 ‘특수이론’에 해당하는 민족경제론을 결합하는 작업으로 인해 논리적 일관성과 정합성이 상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낙년 동국대 교수도 1960년대 후반부터 “중화학공업제품의 수입대체를 지향하는 정책적인 노력이 경주되고 있었다”라며 ‘1960년대=수입대체, 1970년대=수출지향說’을 반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족경제론이 현재적 유효성이나 전략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박순성, 김균 교수는, 민족경제론이 남한의 조국근대화론과 북한의 자립적 민족경제건설노선을 균형있게 비판하고 시장과 계획의 조화, 시장영역과 공공영역의 공존, 그리고 민주적 통제 등의 경제이념을 내세움으로써 한국의 비판적 경제학자들에게 커다란 유산을 남겼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사회의 자생적인 경제발전과 통일, 민주화의 전망을 담은 이론으로서, 그 방향설정은 유효하지만 세계화의 현실에 걸맞은 새로운 그 무엇이 보태져야 한다는 한계도, 앞으로의 과제로서 남겨져 있는 것이다.

권진욱 객원기자 ato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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