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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명의 학자들이 부산에 모인 이유
450명의 학자들이 부산에 모인 이유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8.27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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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대규모 학술대회 연 한국국제정치학회 이호철 회장(인천대)

이호철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인천대)
“학회는 대박이 났지만, 학회장은 쪽박을 차게 생겼어요. 하하”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에 있는 벡스코 제2전시장. 450여명의 교수와 대학원생, 연구원들이 모여 들었다. 지방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로는 전례가 없을 정도다. 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이호철 인천대)는 1956년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하계학술대회를 이곳에서 23일부터 이틀간 열었다. ‘21세기 국제질서와 동아시아’를 대주제로 56개 패널이 구성됐고, 외부 학술연구모임에서도 16개 패널이나 열렸다.

학술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부산 학술대회를 계획할 때, 25개 패널에 25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회의장과 숙소 등을 준비해 왔다. 3주전, 발표 신청을 마감하고서는 깜짝 놀랐다. 예상보다 두 배 이상 참가 신청을 한 것이다. 한국국제정치학회는 회비를 내는 회원이 1천200여명이다. 이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참석했다.

이호철 학회장(56세ㆍ사진)은 “우리 학회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학술행사”라며 “장터 같은 학회로 학술과 휴식, 소통과 친목의 장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날짜와 장소를 고려했다. 우리 학회의 르네상스가 실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국제정치학회는 올해, 그동안 침체된 학회를 활성화시키고 ‘회원들에 의한 회원들의 학회’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회장은 우선, 학회 내 20개 분과위원회가 활발히 움직일 수 있도록 힘썼다. “주요한 현안이나 학술적 논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된 연구분과위원회가 실질적인 회의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학회의 운영방식을 제도화하는 일에 회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

학회장 선거를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꾼 효과도 있다고 했다. 한국국제정치학회는 10여 년 전, 학회장 선거를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꿨다가 지난 2011년에 직선제로 바꿨다. 이 회장은 다시 직선제로 바꾼 뒤 첫 학회장이다. 회원들의 참여가 늘어난 데는 학회장의 리더십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이번 부산 학술대회는 국제정치 관련 다양한 외부연구모임과 대학원생들을 참여시켜 모학회로서의 기능을 높이고자 했다. 학술회의(Conference)를 넘어 학술대회(Convention)로서 정착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학술대회 56개 패널 가운데 10개를 대학원생 패널로 구성했다. 국제적 아젠다에 예비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신진학자와 기성학자들의 학문적 소통은 서로에게 필요한 중요한 학술활동이다. 서로 배우고 자극받는 계기가 된다.” 이 회장은 대학원생들의 학회 참여를 확대시키는 것은 학회운영의 중요한 목표의 하나라고 했다. 대학원생들도 자신의 학위논문을 학회에서 검증을 받고, 보완해 나가는 절차가 필요하고 주요 대학의 대학원에서는 이를 의무화하거나 적극 권장하고 있는 추세라고 이 회장은 덧붙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반도와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한국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고, 이를 위해 공공외교, 한국의 핵 안보, 동아시아 영토분쟁 등 핵심 아젠다와 이슈를 중심으로 총 12개 기획학술회의를 조직했다.

‘21세기 공공외교의 현황과 한국 공공외교의 미래’ 패널에선 지난 2001년 9ㆍ11사태와 통신수단의 혁명적 발전으로 군사력과 경제력이 핵심을 이루는 ‘하드파워’ 외교가 한계에 봉착하고, 타국 대중과의 소통, 신뢰관계의 구축, 국가 소프트파워 증진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으로서 ‘공공외교’를 재조명했다.

‘동아시아 영토분쟁’을 다루는 패널에서는 한ㆍ중ㆍ일 주요 동아시아 국가들이 당면해 있는 역사ㆍ영토 분쟁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긴장과 갈등 속에 놓인 동아시아 화해와 공존공영을 모색했다.

특히 한일 중견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긴장과 갈등의 한일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한일교류패널-기로에 선 동아시아 지역구상’ 회의는 지역안보와 경제협력, 사회문화의 측면에서 동북아 지역협력의 한계와 가능성을 고찰했다. 일본국제정치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일본 치바국립대 사카이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한ㆍ일 학자들 간의 지속적인 학술교류와 소통은 한일관계가 과거를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협력의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조만간 중국의 국제정치학회도 참여시켜 한ㆍ중ㆍ일 국제정치학회의 공동학술회의로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세계화 시대, 한국국제정치학회의 비전은 무엇일까. “21세기 국제질서의 주요한 특징의 하나는 19세기적인 ‘영토’의 확장이 아니라 ‘영역’의 확장이 매우 중요해진다. 우리의 경제와 문화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 현지인들이 누리고 즐긴다면 그것이 바로 국가의 힘이 되는 것이다. 이런 우리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것이 우리 학회의 주요 활동의 방향이 될 것이다.”

이 회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에서 박사를 했다. 중국정치와 동아시아국제관계를 전공했다. 인천대 학생처장과 사회과학대학장, 한국정치학회 한중학술교류위원장,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외교안보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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