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感想 아닌 ‘제작’으로 치유 모색
感想 아닌 ‘제작’으로 치유 모색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8.20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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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인문치료연구단, ‘영상치료’기법으로 영상물 제작

실제 강박증자가 출연한 영상물의 DVD 표지
‘인문치료’라는 표현은 2007년 강원대에서 탄생했다. 강원대 인문치료연구단(단장 김남연, 이하 인문치료단)은 인문치료를 ‘인문학적 가치와 방법을 통해 현대인들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연구 6년차인 현재 논문 200여 편, 총서 10여 권을 생산한 인문치료단은 그동안 ‘인문치료’에 쏟아지던 부정적 시각을 어느 정도 걷어낸 상태다.

국내외 학술대회로 이론적 토대도 공고해져 가지만, 찾아가는 새터민학교, 교도소, 자활센터, 다문화가정 등에서 진행한 임상 또한 이들의 이론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인문치료단. 그런 인문치료단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바로 인문치료 영상물(「조발기-어느 강박증자와의 만남」)을 제작한 것이다. 영화 제작 활동을 통한 인문치료의 실천적 작업으로 시도한 이번 프로젝트는 김남연 단장이 기획하고, 정락길 HK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9월에 기획에 착수, 7회 촬영을 거쳐 지난 3월 최종편집을 마쳤다.

반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영화는 실제로 강박증을 가진 사람이 출연해 김정일 정신과 의사를 만나 상담을 받고, 싸이코드라마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고 있다. 환자가 영화 속에서 직접 자기의 병을 이야기하고 변화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면서‘영화 제작 과정’이‘치유의 과정’이 된 것이다. 인문치료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인문치료라고 하면 ‘위로’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위로의 과정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다시 마주할 수 있는 통찰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게 인문치료단의 입장이다. 실제로 주인공은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제작 과정에 참여한 그는 타인과의 상처, 사회 적응의 어려움, 자신의 강박적 행위 등 쉽사리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를 고백한다. 강박증을 앓고 있는주인공은 서서히 그 치유의 실마리를 영화 형식, 영화 제작 과정을 통해 드러내고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제작을 통해 영화를 활용한 자기 통찰이라는 인문치료의 주제가 발견되고, 영상을 활용한 새로운 제작치료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인문치료단의 주장이다.

지금까지의 영화치료와의 차이점은? 기존의 영화치료가‘감상’위주였다는 것을 탈피한 것만으로도 대단히 실험적이란 점이다. 이 영상물은 영화 제작 과정 자체가 치유의 과정이 됐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다. 영상매체 자체가 단순히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삶을 마주하는 계기가 되고, 단순한 위로를 넘어서 자아를 직시하고 돌파구를 마련하는 인문치료의 최종목표에 부합하고 있다.

주인공의 변화도 인문치료단의 주장을 대변한다. 강박증으로 고민하던 주인공은 처음에는 연구 차원에서 영상제작에 참여했다가 촬영을 마치고는 대중에게 공개하기를 건의했다.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기에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다. 인문치료단은 그의 의견에 따라 이 영화를 몇몇 영화제에 출품했다. 인문치료단은 이 영화를 영상치료의 텍스트로 사용하고, 반응을 봐서 이후에도 연속적인 작업을 해나갈 예정이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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