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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에서 취업률 지표 완전히 폐기하자”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지표 완전히 폐기하자”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7.29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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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예체능·인문계열 취업률 산정에서 제외 밝혔지만…

예체능계열과 인문계열만 제외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교육부가 지난 4일 “내년 대학평가 때부터 예체능계열과 인문계열은 취업률 산정에서 제외하겠다”라고 밝히면서 대학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취업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인문학이나 예·체능계열 졸업생의 취업률로 평가하다 보니 교육의 본질이 흔들린다는 대학사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라는 것이 교육부가 밝힌 이유다. 하지만 “방향 자체는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현실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고시나 공무원 시험, 임용시험 등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아 취업률이 낮은 법대나 사범대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한 지역 사립대 교수의 지적이다. 자칫 인문계열 여학생이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이 교수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올해부터 교내 취업이 3%까지만 인정된다. 인문계열은 여학생이 많고 교내 취업 또한 여학생이 많은데, 인문계열을 취업률에서 제외하면 교내 취업에서 인문계열 여학생이 제외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대학알리미에서 지난해 교내 취업 현황을 보면 여학생(4천481명)이 남학생(2천118명)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취업률 고통에서 벗어난 것으로만 볼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지난 22일 도종환 민주당 의원 등이 개최한 ‘대학 구조조정의 근본문제와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주제 발제를 맡은 박정원 상지대 교수는 “대학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취업률 통계에서 제외되는 분야보다는 취업률을 올릴 수 있는 상경계열이나 공학계열을 더 확대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며 “인문학·예체능계의 푸대접과 축소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전공분야별 대학 신입생의 비중을 OECD 주요 회원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지금도 응용·실용학문인 공학·건설 분야가 압도적이다. 이런 흐름이 더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의 주장은 보다 직접적이었다. 윤 교수는 “무리한 학과 통폐합이 속출하는 결정적 요인은 취업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라며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지표는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취업이 대학진학의 지상목표가 아니기는 순수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과학도 마찬가지”라며 “인문학과 예술은 취업과 무관하고 여타의 다른 학문은 취업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지나친 이분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교수는 대학평가 방식과 구조조정 정책의 근본변화를 주문했다. 윤 교수는 “대학의 구조조정은 상호간의 지표경쟁이 아니라 교육내용의 질적인 충실성을 진작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라며 “취업률을 비롯한 획일적 평가기준은 철폐돼야 하며, 대학의 특성에 따른 질 평가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모든 대학과 학문분야에 공정한 평가지표가 개발돼야 한다”라며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이라는 도깨비 방망이 대신 국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표들이 추가돼야 하며 대학별 중점분야와 성취가 반영된 평가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구잡이식 퇴출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윤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가 야기한 대학 구조조정은 공립 대 사립의 비율이 2대 8인,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한국 고등교육의 왜곡된 구조를 적어도 5대 5 혹은 그 이상으로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가 열린 것”이라며 “체제 개편의 큰 그림에 따라 4년제 일반대는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으로 대별하고, 대부분 연구중심인 서울의 대형대학들이 학부정원 감축에 협조케 함으로써 구조조정이 지방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지방거점대학을 육성할 기반이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학 입학정원의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립대학의 모집정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라며 “이를 모든 대학에 공평하게 적용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별 모집정원을 단계별로 20~30% 감축해야 한다”라며 “모든 대학이 매년 2~3%씩 10년에 걸쳐 줄이거나 입학정원이 지역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을 구분해 각기 수준에 맞는 비율로 입학정원을 줄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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