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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성가가 교회음악의 새로운 활로”
“클래식한 성가가 교회음악의 새로운 활로”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7.15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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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 다음달 23~24일 ‘제2회 TG 전국 성가 콩쿠르’ 개최

다음달 23일부터 이틀간 강릉 시내에서 특별한 콩쿠르가 열린다. 관동대(총장 이종서)가 주최하는 ‘TG 전국 성가 콩쿠르(이하 TG 콩쿠르)’가 그것. 콩쿠르는 강문동에 위치한 TG홀에서 열린다. TG는 ‘Thanks to God'의 줄임말이다. 강릉 시내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민성기 장로(강릉교회)가 설교를 위해 마이크를 쓰는 일반 교회의 설계구조로는 성가대의 음악이 잘 전달되기 힘들다는 생각에 성가대를 위한 500석 규모의 연주홀을 지어 관동대에 ‘봉헌’했다.

지난해 대학부 대상 수상자 손나래(서울대)의 연주장면. 작은 사진은 강릉시 강문동에 위치한 TG홀 전경. (사진제공=관동대 대외협력팀)

민성기 장로가 개인 자격으로 행사를 주최할 수 없기에, 관동대 교목실에서 TG 콩쿠르 아이디어를 냈고 이후 콩쿠르 진행을 전담하고 있다. 전국 규모의 콩쿠르를 개최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될 것이고, 이 행사가 지속되면 전통이 쌓여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씨앗이었다. 국내에 중앙음악콩쿠르나 동아음악콩쿠르 같은 전통 깊은 성악 콩쿠르는 있지만, 성가 콩쿠르는 드문 게 현실이다. 연세중앙교회에서 주최하는 Vision Voice 전국 성가 콩쿠르나 유클래식 전국 성가 콩쿠르 등이 있지만, 매년 열리지는 못하고 있다.

고전 성가대와 젊은 세대의 분리

TG 콩쿠르는 교회음악의 균형과 클래식 교회음악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번 행사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민종홍 관동대 교수(기독교학과)는 “중세에서부터 교회음악은 경건성이 가장 중시됐었다. 최근 국내 교회음악은 CCM이나 복음성가가 많다. 두 음악이 조화롭게 사용되면 좋은데, 젊은이들이 너무 대중적인 교회음악에 몰리다보니 교회 내부에서도 세대가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나중에는 고전 성가대가 완전 분리돼 버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현재 교회음악이 당면한 현실을 지적했다.

TG 콩쿠르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민종홍 관동대 교수(기독교학과)

민종홍 교수는 경건한 교회성가의 기원을 ‘그레고리안 성가’로 본다. 이 성가는 오래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가 1800년대 낭만주의 시대에 다시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그 사이 100년이라는 간극이 경건한 교회음악의 본원을 회복시키는 데 큰 어려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종교적 경건성을 찾으려면 고전 성가가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세태를 따라가다보면 잊을 것인데, 같이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TG 콩쿠르에서 대중 CCM 등을 못부르게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성악가가 CCM을 부름으로써 성악적인 구조가 더해져 색다른 느낌을 선보이게 한 것이다. 단 하나의 제한조건은 국내 건실한 교회의 출석교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검증장치다.

TG 콩쿠르는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로 나뉘어 23, 24일 이틀간 비공개 예선, 24일 저녁 공개 본선 형식으로 진행된다. 예선에 참가하려면 찬송가 1곡과 자유곡(성가곡·오라토이로·오페라·이탈리아가곡 등) 1곡을 준비해야 하고, 본선곡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난해 대학부에만 60여 명이 접수했을 정도로 기대보다 많은 참가자가 몰렸다. 제주도에서까지 참여한 학생이 있을 정도. 참가자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기에 지역 음악회 정도로 생각하고 왔던 청중이나 심사위원들이 많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민 교수는 2회를 맞는 이번 콩쿠르에서 그런 이유로 프로그램을 대폭 정비했다. 우선 4명이었던 심사위원을 6명으로, 심사위원의 구성도 서울·수도권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영남, 호남을 비롯한 전국의 교수들을 초빙했다.

상금도 상당하다. 총 2천870만원의 상금이 걸린 TG 콩쿠르에서 대학부 대상은 1천 만원, 고등부 금상 수상자는 200만원, 일반부 금상은 100만원이다. 지난해 고등부에 없었던 금상을 신설했다.

TG 콩쿠르가 단 2회 만에 이렇게 주목받게 된 이유는 상금 뿐만이 아니다. 본선 진출자에게 40만원씩의 체제비를 지원한 것이 입소문이 난 것이다.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콩쿠르 일정으로 숙식은 물론 반주자 사례도 해야 하는데 본선 진출자에 국한되긴 했지만 이 사례비는 매우 긍정적인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민 교수의 분석이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숙식까지제공한다. 유일하게 이틀에 걸쳐 예선을 치르는 대학부 참가학생들을 위해 관동대가 게스트하우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본선에 오르는 학생은 자동으로 40만원의 별도 체제비가 지원된다(수상자 제외).

성악가는 몸이 악기고 노래가 연주다. 일반 악기는 습도 조절하고 케이스에 넣어 관리하지만 성악가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몸 관리를 해서 매번 다른 연주 환경에서도 항상 몸 상태를 최적화해야 한다. 게다가 악기는 시간이 지나며 값어치가 올라가지만 성악가는 길어야 50년이 힘들다. 그만큼 한 명의 성악가가 값지다는 역설이다. 민 교수는 TG 콩쿠르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그런 성악가가 되길 바란다.

미지 분야 개척의 가능성

성가 성악가에 대한 국내 전망은 어떨까. 민 교수는 성악하던 많은 학생들이 뮤지컬계로 넘어간 상태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교회음악이 새로운 개척분야라고 말하는 민 교수는 “CCM 가수는 많지만 클래식한 교회음악을 하는 성악가가 잘 없다. 굳이 구분을 두는 건 아니지만, 이런 미지의 분야를 개척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한다.

그의 말마따나 교회도 변하고 있다. 민 교수는 “지휘자가 아마추어 성가대원을 훈련시키기 위해 발성적인 테크닉을 지도할 필요도 있다. 그러다보면 지휘 전공자뿐만 아니라 성악 전공자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이런 교회 시스템이 더 정착되면, 솔리스트건 기휘자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음악 콩쿠르에는 불신이 많다. 줄이 있다거나, 투명하지 못한 심사과정을 두고 결과에 불복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민 교수는 “참가자를 맞는 것부터 시작해서 공정성을 위해 심사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일반부 참가자에 대한 검증도 더 엄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순수한 노력과 결과를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콩쿠르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 독지가의 기부로 시작된 TG 콩쿠르가 교회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지 음악계의 관심이 뜨겁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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