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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체제 위해 잠정적 終戰선언 필요하다”
“평화체제 위해 잠정적 終戰선언 필요하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7.08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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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0주년, 평화의 길 모색한 북한연구학회와 역사문제연구소

2013년은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정전협정의 국제법적 의미는 ‘국제법상 전쟁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를 말하며, 전쟁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단지 군사적 교전행위만을 중지한 것’이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한반도 정전협정 이후 반세기가 더 지난 2013년 여름, 정전협정의 의미와 한반도의 평화를 모색하는 두 학술대회가 연이어 열렸다. ‘정전체제를 넘어 평화와 신뢰의 한반도 구상’을 주제로 한 북한연구학회(회장 최진욱)의 학술대회와 ‘끝나지 않은 전쟁 60년, 평화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역사문제연구소(소장 김동춘)가 주최한 학술토론회가 그것. 일주일 간격으로 열린 두 학술대회에서 오간 수많은 논의들은 하나의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었다. ‘평화’였다.

지난달 28일 조선대에서 열린 북한연구학회 학술대회에서 정전체제가 한반도에 끼친 영향을 살핀 이승열 이화여대 강사(북한후계체제)는「정전체제와 평화체제: 60년의 남북관계」에서 한반도 정전체제가 지난 60년 간 민족 간 분단의 질서를 규정하는 행위의 틀이자 현상유지의 작동 매커니즘으로서 제도화됐다고 분석했다. 이 강사는 그 결과 한반도 정전체제가 △적대적 상호의존성 △잠정성과 과도성 △지역성과 국제성 △세계최고 수준의 폭력성과 무력성 △동아시아의 예외주의로서의 다자주의 배제와 일방적 양자주의의 지속과 같은 성격과 특징을 갖게 됐음을 도출해냈다. 이 특징들 중 어떤 요인들은 상호충돌적인데, 이 강사는 충돌과 모순 자체가 정전체제의 본질이라고 읽었다.

실리위주 균형외교 펼치는 중국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더욱 한중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국제학부)는「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한중협력」에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경색 국면을 탈출한 한중관계가 차후 10년간 중국을 이끌어갈 시진핑 신지도부와 더욱 긴밀한 협력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기존 대북정책인 三無정책(無핵화, 無전쟁, 無동란)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라고 말하며 “한반도 비핵화 정책 속에서 실리위주의 남북한 균형외교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겠지만, 그 안에서 자국의 국익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21세기 중엽 국가현대화 달성이라는 긴 호흡을 하는 와중에 한반도의 통일과정에서 자국의 입장과 국익이 최대한 반영되길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 교수는 한국의 대안적인 대중 외교정책 방향으로 △향후 5년간 신뢰구축 및 중국 압박에 대한 의구심 해소 △중국의 북한 고삐죄기 등 적절한 영향력 행사 용인 등을 제시했다.

지난 6일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열린 학술토론회에서는 어떤 논의가 오갔을까. 지난 2월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국제관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발표가 있었다. 서재정 이화여대 초빙교수(국제관계)는「북의 3차 핵시험과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의 전망」에서 부시 정부가 취했던 군사적 압박정책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군사화하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오바마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함께 추진한 제재정책은 북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확장·발전시켜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제재정책을 국제화한 유엔결의 1695호 직후 북한의 1차 핵실험이, 국제적 제재 강화하는 유엔의 조치에 대응한 2, 3차 핵시험이 뒤따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서재정 초빙교수는 “‘비핵화=평화’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금까지의 생각을 뒤집어 생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군사력 행사, 군사적 압박 및 제재 등을 강조하는 현실주의는 지금까지 북의 핵 능력을 오히려 강화시켰다는 역사적 경험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현실주의와 기능주의를 넘어선 ‘평화’가 북의 핵무장을 해제할 수도 있다는‘평화주의’를 고민해야할 때라는 주장이다.

남북관계와 평화체제에 대해‘당사자’문제를 지적한 발표도 있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역사·쟁점·전망」에서 전쟁 당시 교전 당사자였고, 현재 한반도 군사질서의 실질 당사자인 한국이 1953년 휴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당사자’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평화체제 논의에서 북한은 줄곧 북미 구도를, 남한은 남북구도를 주장해오고 있는 이 평행선의 근원이 휴전협정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북남 구도를 언급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54년 6월 15일 제네바 회담에서 북한의 남일 대표는 “전쟁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남북 조선 대표로 협정체결을 제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나 회담 마지막 날의 제안이라 더 이상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불안정한 휴전협정에서 항구적 평화협정으로

김연철 교수는 평화체제의 제도적 완성인 평화협정을 이루기 위해 불안정한 휴전협정을 항구적인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별도포럼’을 합의한 바 있듯이, 6자회담 재개와 동시에 4자회담을 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래식 군비경쟁이 지속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 9·19 공동성명에서처럼 북한은 핵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외교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한반도 평화체제를 제공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한반도 평화체제이고, 이 과정에서 잠정적 조치로 ‘한반도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 문제가 이미 2007년 10·4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이기도 하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이번 정전체제를 돌아본 두 학술대회는 60년의 정전체제가 한반도에 미친 사회적인 영향과 외교 관계에서 중심이 된 쟁점들을 충실히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 쟁점과 문제점을 풀어나갈 해법을 찾는 데 있어서는 학계의 도발적 주장이 다소 적어 아쉬움을 남겼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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