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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世說_ 내부고발자
是非世說_ 내부고발자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3.06.2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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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whistleblowing)’은 양심의 한 보루로 존재하는 용기 있는 행위다. 그러나 그 사안의 과정이나 결말은 대개는 불투명하고 매끈하지 않다. 내부고발의 대상은 강하다. 권력과 힘을 갖고 있다. 국가기관이나 대기업들이 그들인데, 이들은 고발내용 자체를 부정하거나 무시하면서 내부고발자를 갖은 방법으로 탄압한다. 따라서 사안이 처음엔 국가와 사회문제 차원에서 거론되다 신상문제 등 이상한 방향으로 엮여져가면서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미국의 전직 CIA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미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과 해외감청 폭로를 둘러싸고 내부고발과 내부고발자가 다시 관심거리다. 이 사건으로 미국 국내는 물론 중국·독일·터키·남아공 등 해킹 대상국들의 미국에 대한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국내외 지지율도 큰 폭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내부고발은 진실과 양심을 바탕으로 잘못된 사안을 드러내 시정코자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결말이 그런대로 정리된 사건이 우리나라에도 몇몇 있지만, 미국의 현직 대통령을 사임으로 몰고 간 지난 1972년의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내부고발 승리의 전형으로 회자된다. 그러나 이 사건도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런 결말로 이어지기까지 이를 부정하고 무시하려는 국가기관의 방해와 협박공작이 얼마나 가열 찬 것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당시 이를 취재하던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의 집에는 도청장치가 설치됐고, 사주인 캐서린 그레이엄에게는 사운과 관련한 엄청난 위협이 가해진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특정 부위를 “빨래 짜는 기계에 넣어 짜주겠다”는 협박도 있었다. 이런 협박과 공작도 진실 앞에선 무력해진다. 바로 FBI 부국장인 마크 펠트의 내부고발 때문이다. 내부고발이 없었다면 이 스캔들은 그저 한낱‘2급 절도죄’로 묻혀버렸을 것이다.

역시 닉슨 재임 시인 1971년 북베트남 공산정권 전복과 관련한 비밀공작으로 미국이 베트남전 발발에 군사적으로 깊숙이 개입한 과정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를 언론에 공개, 미국의 부도덕한 군사행위를 고발하면서 반전여론에 불을 지핀 장본인도 바로 미 국방부 소속 대니얼 앨스버그의 내부고발 때문이었다. 또 2010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민간인 살해행위 등을 담은 동영상과 외교문서를 <위키리크스>에 공개해 폭로한 브래들리 매닝 일병도 내부고발 부분의 주요 인물로 꼽힌다. 매닝 일병은 분쟁의 현장에서 민간인 등 사람들을 죽이는 데 집착해가는 미군의 역할 공개를 통해 미군의 역할이나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내부고발자를 자임했다.

스노든도 미 국가기관의 개인정보 수집 행위 등이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것에 대한 분노가 고발의 단초였음을 밝히고 있다. 홍콩에 피신 중인 그는 단호하다. “미국 정부가 나를 체포하거나 살해한다고 해도 진실을 감출 수는 없을 것”이라며 NSA 불법행위에 대한 추가폭로도 예고하고 있다.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이런 내부고발은 당연히 국가의 반발을 사게 된다. 내부고발을 기초로 한 사건의 전개과정을 보면 일단 국가는 고발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부정한다. 그러면서 고발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고발의 내용이 추가되고 점점 구체화되면서 여론이 사실로 인정하게 될 즈음이면 ‘국가 이익’ 등을 내세우며 여론 물타기 식으로 꼬리를 내린다, 이 과정에서 내부고발자는 탄압을 받는다. 브래들리 매닝 일병은 2010년 미군당국에 의해 체포돼 버지니아의 쿠안티코 감옥에 3년째 갇혀있다.

스노든도 마찬가지다. 미국 보수진영에선 그를 ‘반역자’로 비난하고 있고, 미 법무부에선 국가기밀 누설죄로 기소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FBI는 중국에 그의 신병인도를 요청했다. 그에겐 일단 고난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결말로 이어질 것인지를 현재 미 정부의 이런 일련의 조치로 예단할 수는 없다. 미국의 역대 내부고발과 고발자가 어떻게 매듭지어졌는가가 그에 대한 답이다. 악명 높은 쿠안티코 감옥에 갇혀있는 브래들리 일병은 투옥중인 2011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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