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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을’들에게 친절을 강요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의 ‘을’들에게 친절을 강요할 수 있을까”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5.30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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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친절학’ 강사 배재금을 만나다

한 대기업의 임원이 항공사 여승무원에게 막말에 폭행까지 해 물의를 빚었던 ‘라면 상무’ 사건, 콜센터 직원에게 막무가내로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 사고가 났어도 기업은 돈만 잘 벌면 된다고 발언한 어느 대기업의 사장, 본사의 밀어내기 횡포에 견디다 못해 자살한 대리점 주인. 최근 비정상적인 ‘갑과 을’의 관계가 사회이슈로 떠올랐다.
사회양극화의 심화는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고, 무한경쟁시대는 가치상실의 시대, 가치혼란의 시대를 낳았다. 삭막하고, 까칠한 세상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는 숨 쉴 틈이 없다.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민주당)과 친절학 강사 배재금 씨가 만났다. 국회 입법 현장의 좌장과 20년 넘게 친절ㆍ감성 교육을 해온 베테랑 강사가 ‘사람 사는 세상’을 이야기 했다. 지난 5월 26일 일요일 오후, 파주 탄현면 법흥리 살래길을 함께 걸었다.

삭막하고 까칠한 한국사회 풍경들

배재금(배) : 최근 ‘갑과 을’의 관계가 사회적 이슈가 됐어요. 본사의 밀어내기 횡포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일까지 있었고요. 20년 넘게 ‘친절교육’을 하고 있지만, 사회가 점점 더 삭막하고 까칠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신계륜(신) : 제14대 국회(1992년~)부터 국회에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삭막해졌어요. 의원실 사이도 그렇고, 의원과 비서 사이에도 ‘벽’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습니다. 국회 사무처 직원들도 그렇고, 의원과 기자 사이도 예전 같지는 않아요. 정도 많이 사라지고 사무적인 관계가 많아졌어요. 사회 전체로 보면, 전문화되고 고도화됐지만, 서로 소통하면서 공동체 구성원이라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게 사라지고 자기 것만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58세)은
주5일 근무제, 주40시간 근로, 남성근로자 육아휴직 허용, 정년 60세 연장 법안 등을 이끌어 노동환경 개선에 앞장서 온 민주당 4선(14ㆍ16ㆍ17ㆍ19대) 의원이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맡았으며 1992년, 37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이 됐다. 386의 맏형으로 불린다. 생활체육 ‘배드민턴’을 16년째 즐겨왔고 최근 대한배드민턴협회장직에 취임하기도 했다. ‘걸어서 평화만들기’라는 모임을 통해 전국 산하 곳곳과 민생현장을 찾는 일도 즐기고 있다.
: 고객과 접점에 있는 감정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할 때가 많아요. 이들의 근무여건을 보면, 너무 열악해요.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화장실도 제때 못가요. 기업 입장에선 경영효율화를 위해 ‘고객서비스’ 같은 일은 아웃소싱을 하고, 소사장 제도를 도입했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더 열악해졌어요.

  : 어렵고 까다로운 일은 하청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죠. 국가가 원천적으로 막을 수도 없어요. 그렇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노동력의 착취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죠.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면 노동자는 더 열악해지겠죠. 그런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이냐, 국가는 또 어떻게 할 것이냐,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는 거죠.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 입장에서도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요. 요즘 노동계의 핵심적인 화두입니다.

: 요즘, 우리 사회가 많이 거칠고 공격적이죠? ‘타인에 대한 친절’은 곧 ‘나의 행복지수’와 비례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해야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이죠. 선진국의 조건이 뭘까요?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어서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 국가 중 26위더라고요. 개인의 행복이 물질적으로 이뤄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우리 사회가 한 번 180도 회전을 해야 되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가. 이런 걸 신중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봅니다.

왜 이렇게 거칠고 여유가 없는 것일까?

: 우리는 생활 곳곳에서 유교적이고 서열적인 사회구조 때문에 감정적인 인내나 자제를 미덕으로 알고 살아 왔어요. 그러다가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낯선 타인들, 만만한 곳에서는 폭발하게 되거나 거칠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특징이 바로 할 말 못하고 내 성질을 죽여야만 하는 서열이 분명한 구조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감정이 많이 억압당하잖아요? 또 하나는 디지털 과학문명의 한 가운데에 너무 빠른 속도로 와 있다 보니까 일종의 디지털 사회의 폐해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카페에 갔더니 대학생들이 얘기를 하는데, 한 사람은 노트북을 보고 있고, 다른 사람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서로 얘기를 해요. 좀처럼 눈을 바라보면서 얘기하지 않아요. 현대인들이 얼마나 외롭습니까? 굉장히 외롭고 개인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디지털로 인해 공격적인 성향이 더 커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제가 볼 때는 공동체 의식의 결여도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더불어 사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살 것인가, 어떤 공동의 목표를 추구할 것인가라는 사회적 목표의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습니다. 나만 잘하면 된다, 돈만 잘 벌면 된다는 사고들. 국가라는 테두리 전체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가 무엇이냐, 고전적으로 보자면 자유나 평등, 박애 이런 것인가? 우리가 함께 지키고 지향해야 할 무엇인가가 없어요. 그러다보면 나라가 방향을 상실할 수도 있어요. 좀 못살아도 함께 추구하는 목표가 있어야 하거든요. 추구한다는 건 서로 합의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이해하면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는 이것이다’하는 이런 걸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의 최소공약수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있었잖아요. 소박하지만, ‘잘 살아보자’ ‘민주화 하자’하면서 같이 매진했거든요. 지금은 목표가 불분명해요. 가치상실의 시대죠. 국가가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공통적으로 이해를 같이 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 불분명하거나 전체적으로 통용이 안 되고 있는 겁니다. 혼란에 빠져 있어요.

서로 배려하는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친절학’ 강사 배재금은
1992년부터 20년 넘게 친절ㆍ감성 교육을 해온 베테랑 강사다. 삼성물산 의류부문 연수팀 교육담당을 거쳐 수석 강사를 지냈다. 삼성그룹 임원과 사장단 서비스 교육과 신세계 백화점, 한국패션협회, 아웃도어 네파의 서비스혁신과정을 맡아 교육했다. 코리아나 화장품, SK상사, 기업은행 등에 감성서비스전략과 고급 영업스킬,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감성을 팔아라』를 썼고, 『감성으로 통하는 세상』을 집필 중이다.
: 지금은 디지털 세상 속에서 혼자 노는 세상이잖아요. 함께, 더불어 뭔가를 한다는 게 참 어렵게 됐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서양이나 일본처럼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서 나도 남한테 피해를 안주고, 남도 나한테 피해를 안주면 서로 괜찮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막상 우리는 그런 것도 없어요. 우리나라 사람은 개인주의적이라기보다는 남에게 피해를 줘도 문제만 안 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적인 성향이 더 강한 것 같아요.

: 혼란의 시대를 겪고 있는 것은 ‘사회적 책임’과도 연관이 된다고 봐요. 뭔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가 참 힘들어요. 누구의 권위도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국가지도자회의’ 같은 것도 필요치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나서도 안 되고, 국회가 결의를 해도 안 돼요. 그렇다고 시민사회가 나서도 안 되고요. 이런 혼란의 시대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주 강정마을을 보세요. 몇 년째 이러고 있잖아요. 이런 곳이 한두 군데입니까? 국가 전체가 혼란스럽고 가치관은 실종되고 이걸 조정하는 기능도 상실돼 있어요.

가치 상실의 시대, 진정한 배려란 무엇인가

: 배 선생님도 말씀하셨지만, 가식적이고 강요된 친절은 친절이 아니겠죠.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친절과 같은 수준의 개념 중에 사랑이 있잖아요. 친구와의 사랑이든, 이성간의 사랑이든. 사랑도 마음 속에서 나와야 진실한 것이죠. 친절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렵고 힘든 사람에 대한 배려, 이런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친절의 문제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남을 억압하거나 위에서 지배를 하거나, 남을 폭력으로 위협하면서 겉으로 웃음을 지어봐야 그 웃음은 진실할 수 없겠죠. 오래 갈 수도 없고요.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선생님 책을 보니까, 거울을 보고 친절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하는 데 저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개인적인 노력도 분명히 필요한데,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회적ㆍ집단적 관계의 측면에서 기본이 바로 서야 진정한 친절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배려와 친절은 서로 상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했을 때는 저 사람에게 잘해주고, 배려해줬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반드시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배려라는 것은 ‘역지사지’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의 기준에서 그냥, 내 마음대로 그 사람에게 친절을 제공하거나 배려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베푸는 게 필요하죠.

상대방을 위한 배려는 어떻게?

: 제가 강의할 때마다 강조하는 게 있어요. 우선은 내 마음이 행복해야 해요. 내 마음이 행복해야 다른 사람한테도 웃을 수 있잖아요. 그러려면 첫 번째는 스트레스를 없애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21세기를 감성의 시대, 관계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사실, 업무 역량은 크지 않아요. 정말 어려운 건 관계의 역량이고 감성의 능력이거든요. 그래서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 상대방이 즐거운지, 행복한지, 슬픈지 여러 정서적인 부분에 서로 공감해 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우리는 너무 표현을 안 해요. ‘쏘리, 미안하다’는 말을 정말 안 해요. 지하철에서 발을 밟고도 미안하다고 하지 않아요. 네가 왜 내 발밑에 있냐? 이런 식이에요. ‘미ㆍ고ㆍ사’를 생활화하면 좋겠어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런 예쁜 말을 생활화하면 좋겠어요.  

"저는 초ㆍ중ㆍ고교에서부터 정책적으로 친절교육이나 소통교육, 예절교육 등 서로 배려하는 문화를 익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배재금) 사진=김성헌 사진가

배려의 문화,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 사실,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부모들도 아이가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오케이에요. 저희 아이도 중학생인데, 중2부터 완전히 180도 변하는 거예요. 인성교육도 나름대로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학교에서도 공부 중심으로 가니까. 저는 초ㆍ중ㆍ고교에서부터 정책적으로 친절교육이나 소통교육, 예절교육 등 서로 배려하는 문화를 익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요즘도 수학여행 실태를 보면, 한 반에서 평균 5~6명은 돈이 없어서 못 간답니다. 부모가 20만원을 내지 못해서 수학여행을 못간대요. 서울시내의 학교 실정이 이렇습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본다면, 똑같은 인성교육이나 친절교육을 해도 이런 학생들이 겪는 좌절감이 클 테고, 교육의 효과도 똑같으리라고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은 문제의 근원은 학교 안에 있다기보다는 사회에 있다고 보는데요.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서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서로 더불어 잘 살고,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는 사회로 가면 그런 문제들은 근원적으로 약화되지 않을까요. 물론, 사회가 그렇게 변한다고 해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겠지요. 사회가 올바로 서지 않고서는 학교교육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는 건데요. 우선은 사회가 평등하고 서로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교육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자율과 인격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창의적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필요한 기본요건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자율에 따르는 책임도 학교에서부터 가르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자기 잘못에 대해서는 미안한 줄 알아야죠. 자유와 인권에 따른 자기책임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은 여전히 적은 것 같아요. 해외에 나가보면, 물 한잔 갖다 줘도 굉장히 감사함을 표현하잖아요. 고객도 친절한 거예요. 상호 친절이라는 것은 친절을 제공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친절을 제공받는 사람도 친절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런 상호적인 관계에서 진정한 친절이 나오는 것이지, 일방적인 한쪽만의 커뮤니케이션은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세대 문제’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대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어요. 최근 10년 사이에 심각해졌어요. 정치적으로도 심각해졌어요."(신계륜) 사진=김성헌 사진가

배려ㆍ친절 문화는 제도화가 가능한가

: 아무리 친절교육을 하고, 감성교육을 한다고 해도 근무만족도나 처우가 불만족스러우면 진정한 친절이 나오기는 힘들어요. 조작된 친절이거나 가짜 친절이겠죠.
감정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요.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일해요. 계산대에서 일하는 분들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10시까지 일해요. 여기서 일하는 분들은 집도 멀어요. 집에 가면 11시, 12시. 씻고, 바로 자요. 개인의 질적인 삶이 보장이 안 돼요. 그러다 보니까 메마르고, 황폐해지고, 더 까칠해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에게 친절을 더 강요할 수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정말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감정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나 처우가 기본적으로 정규직에 있는 사람들과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라도 맞춰야 하는데 너무 차이가 커요. 친절서비스라는 것도 유무형의 상품서비스라고 본다면, 생산성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근무만족도가 높고, 근무환경도 좋아서 기분이 좋고 행복하면, 친절하게 하지 말라고 해도 친절해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근무여건이나 처우를 먼저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친절과 배려를 요구하는 게 맞겠지요.

: 지금, 핵심적인 노동현안이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감성노동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잖아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커지고 있어요. 한국사회의 최대 문제가 됐어요.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제도적으로 필요하죠. 또 한편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도 있지만, 비조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제도개선이 필요해요. 조직 노동자는 10% 미만입니다. 비조직 노동자가 90% 이상을 차지해요. 이런 비공식 부문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도 없어요. 신고도 하지 않고 일하는 영세한 곳의 노동자들, 불법 외국노동자를 고용한 곳, 미성년 노동자를 쓰는 곳,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사업장..., 이런 곳이 얼마나 되는지도 몰라요. 3D업종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제가 ‘주5일 근무제’, ‘주40시간 근무제’ 등 현대적인 근로제도를 만들고자 노력해 왔었는데요. 예외 조항이 많아요. 주 40시간이라고 해도, 12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 휴일 근로도 16시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최대 주 68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는데요. 이런 예외 조항을 줄이거나 없애고 근로시간을 더 줄여 나갈 필요가 있어요. ‘주5일, 주40시간’이 확립됐지만, 너무 많은 예외 조항과 연장근로와 휴일 근로를 인정하는 예외 조항 때문에 이것이 원칙대로 지켜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까칠한 사회를 친절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붐 조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처럼 국민들에게 친숙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친절한 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우선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요. 친절과 배려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확산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우리가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세대 문제’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대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어요. 최근 10년 사이에 심각해졌어요. 정치적으로도 심각해졌어요. 세대별로 투표성향이 이렇게 달라진 선거가 지난 대선 말고는 없었어요. 그래서 세대 문제가 드디어 정치문제가 되는구나 싶어요. 그러니까 아주 험한 말도 나오잖아요. 젊은 사람은 연세 드신 분들에게 험하게 대꾸하고, 어른들은 또 젊은 사람들에게 험하게 꾸짖는 현상까지 나오고 있어요. 굉장히 불행한 일입니다. 친절이나 예의라든가 이런 면에서 본다면, 세대의 갈등이 격앙된다는 것은 아주 좋지 않은 징후라고 생각해요. 세대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력을 사회에서 각별히 경주해서, 어른을 공경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 가야죠. 전통적으로 참 잘해 왔는데 세대간 갈등 때문에 이게 무너졌어요. 세대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쪽으로 여러 가지 노력을 경주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글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사진 김성헌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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