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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할당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역할당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02.09.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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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14 12:36:50
김동훈 국민대·법학

서울대 신임총장의 신입생 선발에 있어 약간의 비율을 지역할당제로 뽑는 것을 검토해 보겠다는 발언이 연일 주요한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서울대에서 이러한 안이 나온 것은 근래 우리사회의 화두가 되다시피한 서울대 비판의 목소리에 대한 반응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간의 서울대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국립서울대의 위상 내지 존재의미에 관한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지역할당제라는 주제가 떠오르는 것은 오히려 서울대문제의 핵심을 가릴 우려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현재의 서울대가 국립대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대학으로 경상비 및 시설비 지원에 있어서만도 다음 순위 3개의 국립대학을 합친 것과 맞먹는 금액을 독식할 정도로 국고를 가져다 쓰면서, 동시에 주로 등록금에 의존하는 다수의 사립대학들과 동일한 시장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서울대는 이제 국가권력을 넘어서는 학벌권력체가 돼버렸다.
국립서울대가 제자리를 찾는 길은 두 가지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나는 24개의 일반국립대학 중 수도권지역을 커버하는 국립대학으로서 지역연계성을 강화하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으로서 사회복지적 기능에 충실한 대학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길은 연구와 교육을 향한 경쟁대열에 나서되 국가프레미엄을 벗고 민간과 대등한 위치에 서는 것이다. 미국의 지명도 높은 주립대들도 정부지원이 예산의 10%에 불과하다.
“서울대가 국립대학들 중의 하나로 존재해서는 세계의 명문대들과 나란히 경쟁할 수 없다. 서울대를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타 국립대와 다른 특별한 위치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10여년 전 서울대 발전계획안의 문구는 서울대 문제의 핵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 서울대는 이런 특권의식을 버리고 국립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결국 지역할당제 논의는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감추고 서울대가 사회통합과 소외계층을 배려한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서울대 일극체제를 강화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이는 우리 교육과 사회가 여전히 무의미한 소모전과 국가주의적 억압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암울한 전망을 제시할 뿐이다. 서울대의 지역할당제 구상은 서울대의 구조적 변신에 대한 사회의 압력을 피해가려는 눈가림 혹은 최고 교육권력기관으로서의 자기도취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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