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3:55 (목)
"법정교원확보율 100%확보가 해법…제도 보완해 비정규교수 통합 운영하자"
"법정교원확보율 100%확보가 해법…제도 보완해 비정규교수 통합 운영하자"
  • 임순광 前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 승인 2013.05.27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년 유예 강사법’, 대안을 찾아서 ④ 강사들이 말하는 ‘강사법’ 대안은_ '연구강의교수제'는 무엇인가

 

자본주의에서 대학은 기업처럼 운영되기 쉽다. 자본의 노동자 분할지배전략은 대학에서도 예외 없이 관철된다. 교원은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트랙에 배치된 정규교원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교원으로 분할되고, 비정규교원은 다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으로 나뉜다. 비전임교원은 강의전담교수, 연구교수, 학술교수, 초빙교수, 겸임교수, 시간강사 등으로 세분화되고 시간강사 또한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 박사강사와 비박사강사 등으로 갈린다. 이 중 한두 가지에 손을 대 봐야 문제가 다른 쪽으로 이전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해 개선의 여지가 거의 없다. 또한 비정규교수에게 돌아갈 전체 파이가 그대로라면 비정규교수 일부의 이익은 다른 비정규교수의 불이익이 된다. 마치 우산장수와 아이스크림 장수처럼 말이다.

2011년에 통과된 2가지 법(교원의 정의를 바꾸어 비정년트랙교원을 전임교원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든 고등교육법제15조2항, 강사에게 교원지위를 준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1년짜리 저임금 비정규교원으로 정규교원을 대체하려는 고등교육법제14조2항과 14조의2)은 대학교수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비정규직 일부에게 강의를 몰아주면서 상당수는 해고하는 잔혹한 의자놀이가 대학에 횡행하고 있다.

대학 재단들은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위장된 아우성을 치고 있다. 대교협이 시간강사법을 반대한 이유는 강사의 임금 및 교권 보장이 미흡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쉽게 자르기 힘들어서이다. 강사들에게 4대 보험료 사용자분을 내는 것도 아까워서 그런 것이다. 사립대학들은 예전처럼 종이컵 쓰듯 저임금 강사를 뽑고 쉽게 버릴 수 있다면 강사법을 반대하지 않는다.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는 사람들과 달리 비정규교수노조의 연구강의교수제는 시간강사만을 위한 부분적 대책이 아니다.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 전체에 대한 보편적 접근이자 풍선효과를 차단하는 실질적인 대안이다. 건국 초의 강사는 교원이었지만 생활임금이나 고용안정을 보장받진 못했다. 『김강사와 T교수』처럼 그때의 강사도 쓰이고 버려지는 존재였으며 살아남기 위해 자기검열을 일삼던 열악한 비정규교육노동자였다. 그렇기에 해법은 교권, 임금, 신분의 측면에서 비정규교수 전체가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조건을 보장받는 것이 돼야 한다.

비정규교수를 고등교육법 상의 교원으로 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비정규교수가 정규교수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의 정규교수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정년보장트랙에 배치된 전임교원뿐이다. 이들만 법정교원확보율에 포함시켜 100% 확보 의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나머지 교원확보율 관련 규정들은 폐기처분해야 한다. 연구강의교수든 강사든 비정규교수에게 공무원연금(또는 사학연금), 무기계약, 호봉제 적용을 요구하려면, 그러한 조치가 시행됐을 때 비정규교수가 전임교원처럼 간주되는 역설, 그로인해 정규교수 대신 비정규교수로 전임교원확보율을 채워버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먼저 답해야 한다. 공무원연금(또는 사학연금), 무기계약, 호봉제 적용을 받는 비정규교수는 정부와 대학에 의해 전임교원으로 간주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강사가 아니라 연구강의교수라 칭하는 이유는 우리가 하는 일을 제대로 드러내고 차별적 요소를 없애기 위해서이다. 비정규교수들도 연구를 한다. 정규교수처럼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점도 부여한다. 그런데 왜 강사라고 하는가. 우리를 강사라 부르려면 정규교수들도 서로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라 구분해서 불러야 온당하지 않겠는가.

연구강의교수제는 모든 비정규교수제도를 통합해, 비정규교수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면서, 2년마다 재임용심사기회를 주고,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정부가 교육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해 마련하자는 것이다. 사립 중·고등학교의 교사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대학의 교원들은 재임용심사를 받고 있다. 이는 고등교육의 질 향상과 국민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조치이다. 정규교수도 보통 3번의 심사-전임강사(2년), 조교수(3년), 부교수(5년)-를 받아 정년을 보장받는 교수로 승진하는데, 비정규교수를 무기 계약직으로 하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다만, 비정규교수는 정규교수에 비해 권리 보장이 적으므로 정규교수의 재임용심사기준보다는 조금이라도 낮은 수준에서 심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강의평가 또는 연구실적의 80% 이상을 충족하면 계약연장이 되도록 고등교육법 부칙에 명시하는 것이다.

비정규교수의 임금은 우리나라 한 가구당 인원이 3명에 가깝고 비정규교수 평균연령이 40세 내외라는 점을 감안해 여러 대학에서의 합산 최대 강의시수를 9시간으로 해 양대 노총 3인 가구 표준생계비(4~5천만 원 정도로 정부의 최저생계비와는 다르다) 수준으로 설계하면 된다. 물론 바로 필요한 재원을 다 확보하는 건 어려울 것이니 기준 금액을 낮추어 단계적으로 올려가는 방법도 가능하다. 인건비를 대학에 바로 주는 것이 어렵거나 문제가 있을 경우 ‘고등교육기여금’ 같은 수당을 만들어 정부가 당사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도 괜찮다. 정부는 각 대학에 연구강의교수 공동연구실(4인 1실 기준)을 짓는 비용을 부담하고, 표준노동계약서 작성을 권장하며, 학술연구재단이 연구강의교수 정보관리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연구강의교수는 비정규직이며 비전임교원이므로 법정교원확보율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 연구강의교수제는 기본적으로 정년트랙전임교원(정규교수) 100% 확보까지의 보완 제도이다. 정규교수 100% 충원이 된 뒤에는 특수하고 구체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소규모로만 존재해야 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비정규교수제도가 없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강의를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고, 정규교수가 되지 못했으나 역량 있는 비정규교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장치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정규교수 문제는 대학 스스로 해결 못한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하는데 이들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왔다. 결국 비정규교수 문제해결은 주체들이 조직돼서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이 노력해 올바른 대체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3년 1월1일 시행 예정이던 ‘시간강사법’의 시행을 1년 유예하는 법을 극적으로 통과시켰으나, 국회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오는 6월 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토론회가 열린다고 하지만 토론회만으로는 부족하다. 노조에 가입하고 국회와 정부를 압박하는 일을 조직적으로 해야 한다. 연구강의교수제는 비정규교수의 실천 없이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임순광 前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