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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낮거나 건조하면 맥 못추는 평생 ‘손님’… 효과적 퇴치방법은?
기온 낮거나 건조하면 맥 못추는 평생 ‘손님’… 효과적 퇴치방법은?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3.05.21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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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84_ 먼지진드기

사람에겐 무척 귀찮은 손님인 먼지진드기이야기다. 이는 절지동물, 거미강, 먼지진드깃과에 속하며 , 미국 먼지진드기(Dermatophagoides pteronyssinus)와 유럽먼지진드기(D.farinae) 및 주름먼지진드기(D.maynei) 등 3종이 세계적으로널리 분포한다. 먼지진드기(먼지응애, house dustmite)는 길이 0.4mm, 너비 0.25~0.32mm로 작고 투명해 잘 보이지 않지만 검은 바탕에 놓고 올려놓고 보면 맨눈으로도 겨우 보인다. 현미경으로 보면 卵形의 몸에 작은 가시털이 쀼죽쀼죽 나있고, 야문 입이 앞쪽 다리 사이에 머리처럼 솟아있다(눈과 더듬이는 없음). 수놈수명은 보통 10~19일이지만 짝짓기를 한 암놈은 70여일을 살면서 마지막 3일 동안에 60~100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부화하여 6개의 발(足)을 갖는 유생이 되며, 3번 허물을 벗고 나면 剛毛(센털)가 듬성듬성 난 8개의 발(앞뒤 2쌍씩)을 지닌 성체가 된다.

우리 몸에 크게 해가 되지 않지만 이들에 대해 면역계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수가 있으니 이를 과민반응(hypersensitivity) 혹은 알레르기(allergy)라고 한다. 먼지진드기나 꽃가루, 애완동물의 분비물, 음식물 등이 흔히 알레르기(18%~30%가 일으킴)를 일으키며, 알레르기는 비염이나 눈의 결막염, 기도천식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진드기는 일생동안에 한 마리가 2천여 개의 변 부스러기를 만들며, 특히나 진드기의 내장에 들어있는 소화효소가 진드기 똥에 묻어나와 알레르기성 가려움, 기침, 재채기, 눈물, 콧물, 천식 등을 유발한다. 연중 봄철 꽃가루알레르기 있는 철에 더 심하고, 추워서 방문을 꼭 닫는 겨울도 그에 못지 않다한다. 이들 진드기의 먹이는 이것저것 많으나 주로 사람의 살가죽에 생기는 회백색의 잔 살비늘(skinscales)인 비듬이고, 그것도 곰팡이에 의해 반쯤 분해된 것을 먹는다.

참 이야기기 하기 쑥스럽지만 그때는 그랬다. 한겨울에 바짓단을 까뒤집어 보면 하얀 비늘이 주르르 밀가루처럼 흘러 내렸지. 겨우내 목욕하지 못한지라 그렇지 않을 수 없었고, 이렇게 죽은 살갗세포는 1주일에 약 10g이 떨어져 나간다. 하여 아침 창문틈새로 가느다랗게 새어드는 빛발에(틴달현상, Tyndall phenomenon) 보이는 일직선의 희뿌연 먼지의 80%는 피부조각이 잘게 잘라지고 깨진 것이며, 방바닥을 쓸고 또 쓸어도 먼지가 나오니 거의 대부분이 바로 角質부스러기인 것!

먼지진드기는 몸에 달라붙는 기생충은 아니다. 바닥요나 매트리스 0.914m2에 약 10만 마리가 산다하며, 베개 하나에는 칫솔에 묻은 것보다 더 많은 16종의 곰팡이도 산다하고, 거기에 진드기 수백만 마리가 득실거린다 하니 이는 머리비듬(dander)이라는 먹잇감이 많은 탓이다. 때문에 잠자리의 이부자리가 먼지진드기의 천국인 셈이다. 우리가 만일에 현미경적인 눈을 가져서, 그것들이 떼 지어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것이 훤히 보였다면 어쩔 뻔했나. 어중간한 눈을 가진 것이 천만다행이로다!

살비늘(각질)이야기다. 물론 털이나 손톱은 각질화한 것이지만, 살갗도 각질화(케라틴 쌓임)가 일어나니, 상피 제일 바깥에 생긴 각질형성세포(keratinocyte)가 질기고 야문 각질(케라틴, keratin)을 만든다. 각질형성세포는 핵이나 세포소기관을 잃고 상피에서 떨어져 나가는데, 40~50일 주기로 죽고, 생김을 되풀이한다. 이들 각질형성세포가 죽어 만든 각질층은 병원균(세균, 곰팡이, 기생충, 바이러스)을 막는 장벽이 되고 또 열이나 자외선, 수분증발을 막는 마개요 덮개다. 각질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때’라는 것인데, 아랑곳 않고 때를 싹싹 문지르는 것은 DMZ의 철책을 걷어버리는 꼴이다!

이 글을 쓰면서 왜 목욕탕에서 때 밀던 생각이 떠오르는 것일까. 이 또한 겸연쩍지만, 우리 어린 시절엔 너 내 할 것 없이 늦가을이면 벌써 목욕은 언감생심, 이듬해 늦봄이나 돼야 몸에 물을 묻혔다(물론 제삿날에는 소죽솥에서 데운 대얏물로 끼적끼적 목물 목욕재개를 함). 1960년대, 대학생 때도 한 달에 한 번 목욕탕을 갔을라나. 탕에 들어가 실컷 때를 불리고, 때수건도 없어서 광목수건으로 죽기 살기로 온 몸을 싹싹 문지르면 막국수 같은 때가 목욕탕 바닥에 한 가득했고 힘 빠져 기진맥진한다. 각질층은 물론이고 그 아래 산 세포층인 上皮, 더 아래의 신경과 실핏줄이 분포하는 眞皮까지 벗겼으니 살갗이 아프고 피가 뾰족뾰족이 배 나왔다. 그런데 요새도 때를 문지르는 사람을 본적이 있으니…. 자기 살이 코끼리 살이라면 몰라도 그렇게 혹사 할 수 없다. 때 벗기기를 절대 삼가라. 때가 내 피부의 보호막이렷다! 拔本塞源? 어처구니없게도 내일 죽을 사람처럼 뿌리를 뽑으려 든다. 그러나 때는 또 생긴다.

평생을 함께 지내야 할 ‘손님’인바에야 다 잡아죽일 수 없는 노릇이고 수를 좀 줄이는 것이 최상이다. 먼지진드기는 온도 20℃에 습도 45%가 최적조건이고, 기온이 낮거나 건조하면 맥을 못 춘다. 그러므로 아침에 일어나며 먼저 이불과 요를 걷어치우고 거기에 밴 땀을 말려주고, 진공청소기로 자주 청소하면 훨씬 더 효과적이며, 자주 센 햇볕에 일광 소독을 시켜주고, 뜨거운 물(60℃) 물로 베개, 이불, 카펫빨래를 자주 세탁한다.

암튼 우리는 몸 안팎으로 수많은 미생물에다 진드기들과 친구하며 산다. 숫제 너무 정갈하게 살 생각말자. 水至淸卽無魚人至察卽無徒라,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동지가 없느니라.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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