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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호 새로나온 책
685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3.05.2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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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오늘의 문제평론: 비등하는 역사 결빙의 현실, 오창은·맹문재 엮음, 푸른사상, 272쪽, 17,000원
2012년에 발표된 평론 중에서 문단의 편파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학 담론을 제시하고자 애쓴 글들을 골라 엮은 평론선이다. 문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문학의 방향성을 읽어가는 데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는 전방위적 비평의 한 형태를 띠고 있는 주제 비평문들로 묶었다. 2부는 우리시대 시의 변화를 이론적으로 탐색하는 글들의 다발이고, 3부는 소설가들의 문학세계를 재구성하려는 평론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다. 비록 수록된 글들이 우리시대 비평의 最高峰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동시대와 문학을 바라보는 돋보이는 문제의식이 번뜩이는 글들임에는 틀림없다.

■ 궁극의 시학, 안대회 지음, 문학동네, 716쪽, 38,000원
시를 논한 옛사람들의 ‘시학서’는 단순히 시를 말한 책의 의미를 넘어 세상과 인간에 대한 미학과 통찰이 모두 집약된 예술과 철학의 총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시학서인 『이십사시품』은 20세기 중국문학계에서 그 저작자가 누구이고, 어떤 미학을 담았는가를 놓고 가장 시끄러운 논쟁을 불러일으켜 세계적으로 연구의 대상이 된 작품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중국 시학 가운데 난해하면서도 대중적이며, 아직까지도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시품』을 대상으로 회화와 서예, 인장, 그리고 인생의 문제까지 연결시켜 분석해냈다. 『시품』 풍격은 단지 예술의 소재나 미학 개념으로만 활용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인생이 지향해야 할 지점을 가리켰다. 이 점에서 시학을 문학과 회화, 인장, 국제교류, 인간들의 교제와 같은 다양한 예술과 인간사와 융합해 다룬 이 책은, 19세기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문화와 미의식을 『시품』의 기준에서 해명한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 망명자의 수기, 이인섭 지음, 반병률 옮김, 한울, 456쪽, 38,000원
항일혁명가이자 사회주의자였던 李仁燮(1888~1982)의 자서전이다. 1888년 9월 14일 평양에서 태어난 이인섭은 의병에 가담해 항일운동에 참여하다가 일제의 탄압을 피해 중국을 거쳐 러시아로 옮겨가면서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됐다. 러시아로 건너가는 도중 감옥에 갇히게 됐고 위조 여권을 만들어 가까스로 석방될 수 있었는데, 이때 여권상의 이름이 이인섭이었다. 그는 이후 본명이 아닌 이 중국 사람의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가야만 했다. 이 책에는 이렇게 망국의 아픔을 안고 천대받으며 조국을 떠나 살 수밖에 없었던 망명자의 슬픔과 서러움이 절절하게 드러나 있다. 또한 스탈린대탄압의 희생자였던 저자가 자신의 경험은 물론 하바로프스크와 카자흐스탄에서 만난 희생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스탈린대탄압의 희생자들이 졸지에 처형당해 미처 기록을 남길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이주 당해야 했던 조선인(고려인)들이 어떻게 그 땅에 정착해 살아갔는지도 생생하게 알 수 있다.

■ 생명 교향곡, 권오길 지음, (주)사이언스북스, 256쪽, 13,000원
이 책은 저자가 강단을 떠난 후 한갓진 동네에서 직접 밭 갈고 씨 뿌리며 살아가면서 깨달은 사계절의 변화무쌍함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예찬하는 자연 관찰 일기이다. 저자는 주변 논밭과 산책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그마한 생명체에서부터 종국엔 우리 밥상과 식탁에 올라 먹을거리로서 우리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갖가지 동식물들을 담담히 관찰하고 꼼꼼히 기록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그러나 속살이게처럼 영민하게 한평생 숲과 흙, 곤충과 새를 벗 삼아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자연이 품은 비밀을 탐구해 온 노학자의 사계절 생명 예찬인 이 책을 읽어 가다 보면 바쁜 도시 생활에서 잊고 지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 강산이 선사하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 어제까지의 세계,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744쪽, 29,000원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지리학과 교수는 문명대탐구를 통해 역사의 역동적인 변화와 흐름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세계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과 진실을 낱낱이 파헤쳐왔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총, 균, 쇠』에서는 인류역사의 탄생과 진화를, 『문명의 붕괴』에서는 문명의 위기와 종말을, 그리고 10년 만에 출간한 이 신작에서는 세계의 희망과 생존의 해법을 찾아 나섰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남태평양의 뉴기니섬에서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까지 전 세계 곳곳을 탐사하며 어제와 오늘의 세계, 전통과 현대 사회를 비교분석하고 진정한 화해와 공존을 모색한다. 또한 인류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과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고, 세계의 희망과 생존의 해답을 통찰한 문명대연구의 최종 결론과 최첨단의 문명사회를 구할 강력한 비책을 연구한다. 부제는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다.

■ 지식 독점에 반대한다, 미셸 볼드린·데이비드 K.러바인 지음, 김평수 옮김, 에코리브르, 471쪽, 23,000원
특허와 저작권이 강조되는 오늘의 상황에서 본다면, 이 책은 매우 논쟁적이고 또 그만큼 시사적이다. 저자들은 저작권과 특허로 인해 생겨나는 많은 사회적 비용 문제도 짚고 있다. 제임스 와트의 친구이자 스승인 애덤 스미스는 가격이 상승하면 독점의 가용성이 감소하는 원리를 설명한 초기 경제학자다. 음악 작품의 경우에 독점은 엄청난 사회악은 아니지만, 에이즈 치료약의 가용성과 같은 경우는 엄청난 악이 될 수 있다. 저자들이 지적하는 ‘지적 재산권’의 유일한 정당성은, 그것이 사실상 혁신과 창의를 증진할 때만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료를 아무리 찾아봐도 지식 독점이 창의성과 혁신을 증진한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증거는 없다. 따라서 지식 독점은 이로울 것이 없다”라고 말한다.

■ 한국 근대수학의 개척자들, 이상구 지음, 사람의무늬, 212쪽, 12,000원
이 책은 한국 수학의 발달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수학자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근대 수학의 발달 과정을 역사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현재 우리가 다루는 근대 수학이 어떤 시기에, 어떤 과정을 거쳐, 누구에 의해 도입돼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개화기 전통산학에서 근대 수학으로 그 중심이 변해가는 시기에 그 변화의 중심에서 누가 어떤 업적을 이루면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까?’, ‘식민지가 된 후 한국 수학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식민지 교육정책은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와 같은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한국 근대 수학의 역사와 함께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주요 수학자들도 확인하며, 서울 국제수학자대회를 앞둔 21세기 한국 수학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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