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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저금리 시대 뚝 떨어진 장학금 둘러싼 대학들의 고민
[이슈] : 저금리 시대 뚝 떨어진 장학금 둘러싼 대학들의 고민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9.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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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14 12:21:23
장학금은 대학 등록금 부담이 적지 않은 학생들에게 대학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며, 교수들 역시 한 학생이라도 장학금을 더 받게 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수고를 마다 않는다. 외부에서 장학금을 끌어오기 위한 대학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 또한 엄청나다. 요즘 뚝 떨어진 금리는 대학, 학생 모두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소식 가운데 하나이다. 저금리 시대 ‘장학금의 위기’를 맞은 대학들은 어떤 묘책을 세우고 있을까.

장학재단 대부분 영세…금리 타격 커

대학 장학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등록금 수입으로 운영하는 내부 장학금과, 기업체나 외부 재단 혹은 기부자들에게서 지원받아 기금 형태로 운영하는 외부 장학금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장학금의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충당한다. 서강대 장학금 담당자는 “철저하게 내부 장학금으로 운영한다. 은행에서 굴리는 여윳돈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저금리가 문제 되는 것은 교외, 외부 장학금이다. 등록금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내부 장학금은 시중 금리에 영향 받지 않지만 기금을 활용하는 외부 장학금은 곧 시중 금리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경북대 장학금 담당인 박재경 씨는 “거의 모든 대학들이 다 어려운 형편일 것”이라고 말문을 연다. “외부장학금은 거의 모든 대학들이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주는 대로 받는다. 기금은 일정하고, 은행이자는 오르락 내리락거린다. 그럴 때마다 장학금도 오르내린다. IMF 즈음에 금리가 잠시 올랐다가 그 뒤에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때 10%이던 이자가 지금은 5%이니, 외부장학재단에서 대학에 요청하는 장학생 수도 반으로 뚝 떨어졌다.”별다른 대책도 세우기 힘든 형편이다. 대학이 직접 기금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장학재단의 ‘처분’만 바라고 있는 형편이니, 그쪽에서 딱히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한 반쪽짜리 장학금에서 대학은 최대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 박재경씨는 이에 대해 “큰 재단들은 자체 사업이라도 벌여서 어떻게든 낮은 이자를 메워보겠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장학재단들은 영세한 수준이다. 장학재단의 90% 이상이 설립자 기금 몇 푼 가지고 은행 이자만 바라보고 있는 형편이니, 금리 인상을 바라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고 전한다.
동아대는 외부재단의 장학금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대학에서 운영하는 자체 기금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동아대 동문장학재단’의 경우 1학기에는 24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지만, 2학기에는 18명으로 대폭 줄었다. 장학과의 김수녕 씨는 “이미 2년 전부터 예상했던 일”이라고 전한다. “작년에 동문장학재단에서 저금리 때문에 학생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언질을 줬다”는 것.
다른 대학보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기금이 많은 동국대 역시 낮은 이자율 때문에 고민이다. 외부 재단에서 지급하는 교외장학금은 규모가 비교적 큰 편이라 영향을 받지 않지만,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금은 어려운 형편이다. 예년에는 장학기금 가운데 일부는 적립금으로 돌려 다음을 기약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부 장학금으로 돌릴 수밖에 없고, 규모가 적은 기금은 당장 학생 수를 줄여야 했다.

‘발로 뛰는’ 학생복지과

이렇듯, 저금리가 장학금에 끼치는 영향이 큰 가운데, 대학들은 나름대로 줄어드는 장학금을 충당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동국대 학생복지실의 유광호 씨는 “금리 인하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한다. “낮은 이자가 고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금융 같이 위험한 데 투자할 수는 없고, 그나마 은행에서 가장 유리한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졸업생들에게도 후원금을 은행에 적립하기보다 십시일반해서 직접 전달하는 방향으로 권한다. “이런 저런 방법을 찾고 있지만, 잘 되고 있지는 않다”는 유광호 씨는 또 대학에서 장학금을 운영하는 데 규제가 많고 법적으로도 많이 묶어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학금 마련하는 길이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다.
낮은 이자 때문에 고민이기는 하지만 대학들은 아직까지는 그래도 ‘안전한’ 은행을 선호하고 있다. 고수익으로 유혹하는 사금융권들이 많지만, 수익을 앞서 생각하지 않는 대학 특성과 안전성 때문에 은행을 이용한다는 것. 한림대 장학복지과의 한철석 씨는 “외부 장학금 가운데 금리에 영향 받게끔 큰 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기금은 없지만, 금리와 상관없이 아직까지는 그래도 안전한 제 1금융권을 이용한다”라고 전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장학금 자체가 많이 줄어서 ‘기금’ 마련은 꿈도 꾸기 어렵다는 지적을 한다. 조선대 장학 담당 직원은 “옛날에는 외부장학금이 많았는데, 요금에는 기부금 형태로 개인이나 기업에서 전달하는 장학금이 거의 없다. 직원들이 발로 뛰면서 장학금을 마련하는 형편이고, 그나마 1년에 서너 차례면 많은 경우”라고 전한다.
특별히 기금을 운영하지 않는 학교들은 은행거래에서 생기는 ‘옵션’으로 장학금을 받기도 한다. 조선대는 모 카드회사에서 운영하는 대출거래를 이용할 때 10여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약속받기도 했다.
동아대는 근로장학생 수를 대폭 줄이는 대신 그 돈을 성적장학금으로 돌렸다. 김수녕 씨는 “자질구레하게 조금씩 주는 장학금을 줄여서 성적장학금을 대폭 올렸다. 학생들의 호응도 좋다”고 전한다. 또 동아대는 1년에 한 번씩 전국에 있는 장학재단을 ‘순례’한다. “굳이 장학금을 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신경써줘서 고맙다는 표시로 재단을 돈다. 그다지 반가워하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계속 찾아갈 예정”이라는 것이 김수녕 씨의 설명이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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