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4:15 (목)
[해외통신원리포트] 프린스턴대 입학담당부서의 예일대 컴퓨터 해킹 사건
[해외통신원리포트] 프린스턴대 입학담당부서의 예일대 컴퓨터 해킹 사건
  • 최미화 / 미국 통신원
  • 승인 2002.09.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09-14 12:16:44
현재 미국 대학가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사건은 지난 12월 프린스턴대 입학담당부서에서 경쟁대학인 예일대의 컴퓨터 웹사이트에 접속해 두 대학에 모두 지망한 지원생들의 예일대에서의 합격 여부를 알아보았던 사건이다. 지난달 초 프린스턴대 총장은 이에 대해 공식사과를 했으며, 다른 한편 양대학 모두 법적인 대응에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프린스턴대의 입학담당부서장이 지난 6월 아이비리그 학장회의에서 예일대 웹사이트로의 접속이 가능했다는 말을 비공식적으로 흘린 결과, 예일대 측이 FBI에 사건의 경과 조사를 의뢰함으로써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 결과, 프린스턴대에서 총 11명의 지원자에 관한 예일대 측 합격여부를 검색했고, 그 중 조지 부시의 조카인 로렌 부시의 파일에는 총 4번의 지속적 접속이 시도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프린스턴대 측은 11명 중 세 명은 지원자의 형제자매에 의해 접속이 시도됐던 것으로 밝혔다.

프린스턴대 입학담당 부서에서 예일대 측 파일 검색을 한 것은 이미 양 대에서 입학여부를 편지로 발송한 후여서, 프린스턴대의 합격여부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며, 이에 대해 프린스턴대 측도 단순한 호기심이 촉발한 사건이라고 변명을 했다. 프린스턴대의 입학 지원서류 파일은 처음 접속할 때 만든 패스워드를 계속 사용하도록 되어있는 반면, 예일대의 프로그램은 지원자의 생년월일과 사회보장번호만을 요구하고 있어서, 이를 입수하고 있는 프린스턴 대측이 쉽게 접속이 가능했던 것이다.

예일대의 프로그램은 본인의 패스워드를 요구하지 않아 가족이나 친지들도 합격여부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를 지녔지만, 정보의 보안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주 취약점을 안고 있다.

프린스턴대 당국은 그동안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평가를 받은 입학담당부서장, 스테펜 르메니저에게 즉각 유급휴가를 주고 이후 다른 부서로 옮기는 조치를 취했다. 프린스턴대의 해킹행위는 범죄행위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중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법안은 ‘1974년 가정교육권 프라이버시 안 (Family Educational Right to Privacy Act of 1974)’이다. 이는 학교는 학생에 관한 기록을 일정 수준에서 보호해야 하는 것을 요구하는 법이다. 입학지원자료는 입학 검토 이외의 목적에는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하고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프린스턴대 측에서 생년월일과 사회보장번호를 다른 목적에 사용한 것은 위법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이의 위반이 기정사실화 되는 경우, 프린스턴대는 이에 해당하는 재정적인 지원면에서 불리함을 당하게 된다.

이번 사건은 미국 상위권의 치열한 경쟁 현실에 관한 논의보다는, 정보화 사회에서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와, 지식의 전통적 권위를 지닌 대학이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느냐에 대한 논의를 유발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입학여부를 알리는 편지 봉투를 뜯어보는 것은 금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별 가책없이 남의 파일을 컴퓨터를 통해 들여다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해, 대학에서도 정부기관이나 일반 회사처럼 프라이버시를 관리하는 전문가를 둘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다른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법 적용이 애매한 것은 현재 정보관리에 대한 미국의 법이 많이 허술함을 보여줬다. 이번 사건은 대학이 전통적 지식의 권위적 담보기관임을 자처하고 이를 수호하는 윤리적 역할까지 떠맡고 있지만, 급변하는 컴퓨터 세상에서 요구하는 윤리에는 적절하게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최미화 / 미국 통신원·시카고대 박사과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