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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통합네트워크’ 대학위기의 대안 될 수 없다”
“‘대학통합네트워크’ 대학위기의 대안 될 수 없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5.0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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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코뮤날레 ‘노동’ 관점에서 본 대학구조조정 분과 마련
대학위기의 원인 ‘입시·학벌’ 아닌 ‘학력 격차’에서 찾아야

지역대학의 위기를 교육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듯 대학 구조조정 역시 마찬가지다. 오는 10~12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리는 ‘제6회 맑스코뮤날레’의 한 분과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마련한 ‘대학의 기업화와 불안정 노동’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학령인구 급감을 앞두고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의 실태와 해법을 모색해 보는 자리다. 그간 대학 구조조정을 다룬 정책 토론회나 세미가 많았지만 대학정책 차원에서가 아니라 ‘노동’의 관점에서 구조조정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자리와 차별화된다.

“진보진영에서 제출한 ‘대학통합네트워크’안은 현재의 대학 위기에 대안은 될 수 없다.” 「대중대학의 위기와 구조조정, 그리고 대안」을 발표하는 남종석 부산대 강사의 주장은 진보학계가 보기에 다소 도발적이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입시과열에 대한 대응을 의미할 뿐이지 입시과열을 낳고 있는 고등교육의 위기에 대한 대안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학통합네트워크로 상위권 대학들이 평준화되는 것은 대학 입학과정에서의 선별효과를 약화시키는 것이지 선별효과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결국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 등의 안정적 직장에 진입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 일반화되고 있는 과잉학력 문제를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면서 남 강사는 대학 위기에 대한 중요한 대안으로 “학력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과잉학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학력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상승시키는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은 중등교육을 마친 학생들이 어떤 분야에 취직해도 일정한 수준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줌으로써 고등교육에 대한 욕망을 줄일 수 있게 한다.” 그렇다고 지난해 교수단체들이 내놓은 대학통합네트워크의 핵심인 교육의 공공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대학정책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노동자 내부의 임금 격차가 줄어들지 않으면 학력에 대한 과잉 수요가 존재하게 된다”는 점이다.

김경례 전남대 강사는 ‘여성화’의 측면에서 대학 구조조정을 분석해 눈길을 끈다. 「비보장노동의 여성화: 대학 시간강사를 중심으로」라는 발표에서 김 강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대학노동시장에서 실현된다 하더라도 여성은 교원 충원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며 “많은 고학력 여성들이 시간강사로서 불안정 고용 상태에 머무르거나 그마저도 박탈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한다.

이어진 김 강사의 설명이다. “시간강사의 위촉과 해촉, 전임교원의 충원과정에서 성별은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젠더 권력 관계와 역할모델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 내 시간강사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여성이 정리해고의 1차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정진희 경상대 강사는 ‘불안정 교원 노동’의 관점에서 대학 구조조정의 실태를 분석할 예정이다. 정 강사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정부가 구조조정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치면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급증하고 시간강사 해고가 증가하는 등 고용 불안정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정 강사는 “대학 교원의 고용 불안정성 심화는 1990년대 후반 이후 국가와 대학당국의 교원노동 전반에 대한 통제 강화 추세와 함께 일어났다”라며 “시장 논리를 바탕으로 한 국가의 관료적 대학정책과 개별 대학들의 경쟁력 강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대학 시스템의 혼란이 가중되는 한편 연구업적평가 강화, 성과연봉제 도입 등 교원 노동에 대한 체계적인 통제가 발전했다”라고 분석했다.

비정규교수노조 관계자는 “노동의 관점에서 대학의 위기를 끄집어낸 후에는 지식 생산공장으로써 대학이 갖는 의미를 모색해 보는 ‘대학과 이데올로기’, 대학을 통해 체제와 연결되는 권력 구조와 대학 내 지배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다룰 ‘대학과 권력’ 등의 주제로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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