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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에 나이 새겨 … 100살 넘게 살기도
뼛속에 나이 새겨 … 100살 넘게 살기도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3.05.0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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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83_ 상어

강은 분명 물고기들의 집이요 고향이다. 그런데 물고기가 사는 물을 사람들은 목을 축이거나 몸을 씻는 것으로, 신은 은총의 감로수로, 아수라는 무기, 아귀는 고름이나 썩은 피, 지옥인은 끓어오르는 용암으로 본단다. 아련한 기억으로 쓴 물의 의미다. 어느새 그 총명(?)하던 내 기억력도 망각의 벌레가 다 파먹어버려서 안경을 들고 안경을 찾는다. 철딱서니 없기론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는데 잔인한 세월이란 지우개가 기억력도 말끔히 지워버려 기억의 창고가 텅 비었으니 얼추 허섭스레기가 되고 말았다. 지질한 노인 말이다. 희비가 갈마드는 인생을 되 살아볼 순 없는 것일까?

각설하고, 물고기는 뼈가 딱딱한 硬骨魚類와 물렁물렁한 軟骨魚類로 나뉘며, 그 중 거의가 경골이고(민물어류는 죄다 경골임) 일부만 연골어류이다. 물렁뼈 물고기에는 상어, 홍어, 가오리무리들이 속하고, 이들은 하나같이 아가미를 덮는 아가미뚜껑이 없어 아가미가 겉으로 휭 드러나 맨눈으로도 보인다. 경골어류는 아가미뚜껑을 여닫이 해 물이 아가미 새를 세차게 흐르지만 연골어류는 그 뚜껑이 없는지라 입에 단내 나고 숨 가쁘게 기를 쓰고 휘젓고 다녀 물이 아가미를 스치게 한다. 상어엔 까치상어와 같이 50cm 정도의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고래상어처럼 18m나 되는 대형의 것도 있다. 먼 바다에 널리 분포하며 세계적으로는 470여 종이 알려져 있고, 한국연근해에도 큰 것 작은 놈 등 40여종이 있다한다. 그 중 귀상어·청상아리·청새리상어·백상아리·뱀상어 같은 끔찍하고 흉포한 놈들은 사람을 습격하기도 하며, 어류나 연체동물(오징어·문어 등)·갑각류(새우·게 등) 등을 잡아먹는다.

상어이빨은 턱뼈가 아닌 잇몸에 박혀있으면서 평생 이를 간다. 곧, 여러 겹의 이틀이 있어서 앞의 것이 닳으면 뒤 것이 앞으로 밀고나가 그 자리를 채운다고 하며, 오래 산 상어는 때문에 평생 3만개의 이빨을 갈아치운다고 한다. 내가 상어라면 비싼 돈 주고 치아를 심지 않아도 되었을 터인데…. 그리고 서식지는 심해에서 얕은 바다에 이르고, 먹성이 매우 좋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육식성이라 창자가 매우 짧으며, 딱히 소화가 안 되는 것은 위에서 입으로 단방 토해버린다. 체형은 방추형에 등은 회색 내지 암청색이며, 배는 흰 편이고, 물고기 중에서 후각이 가장 잘 발달했다. 몸은 거친 방패비늘(楯鱗)로 덮여 있어 만지면 꺼끌꺼끌하고, 눈꺼풀에는 순막(瞬膜:각막 앞을 가로질러 안구 전면을 덮는 투명하고 얇은 막)이 발달했다.

한데 보통물고기는 물에다 암놈이 알을 낳고 거기다 수컷이 정자를 뿌려버리는 체외수정을 하지만 별난 상어는 암수가 짝짓기 한다(체내수정). 수놈의 배지느러미 안쪽에 손가락만한 한 쌍의 교미기를 가지고 있으니 뱀의 그것과 아주 흡사하고, 홍어도 유사한 음경을 가졌다. 가뜩이나 수놈이 왜소해 상품가치가 없기에 어부들이 탐탁찮게 여겨 여지없이 패대기를 치거나 암컷처럼 보이게 하기위해 음경을 잘라버린다. 터무니없이 거기다(?) 분풀이를 해대니 ‘만만한 게 홍어 뭣’이란 말이 생겨났다. 아무튼 맹랑하고 묘한 놈들이다!

보통 물고기는 알과 치어가 다른 물고기에게 거지반 먹혀버리기에 알을 되우 많이 낳아야하지만 상어는 어미 몸속에서 고스란히 다 커 나오기에(긴 것은 임신기간이 18~24개월) 아주 큰 편인 알을 낳으니, 1회 산란 수가 겨우 두서너 개에서 수십 개에 지나지 않는다. 수정란이 그대로 발생하는 卵生, 수란관에서 부화하고 자신이 가진 난황과 수란관에서 분비하는 점액(양분)을 얻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卵胎生, 탯줄을 통해 양분을 얻어 자라서 태어나는 것을 胎生이라 한다. 그러므로 상어는 난태생이 주이고 난생, 태생하는 것도 있다 한다.

연골어류는 연골밀도가 경골의 반이라 체중을 줄이는데 유리하다. 그리고 날고뛰는 ‘간 큰 사람’도 상어 肝에는 못 당한다. 녀석들은 내장의 30%가 간으로 채워졌다니 말이다. 상어는 왜 그렇게 간덩이 크담. 이놈들은 다른 물고기처럼 공기를 넣었다 뺐다하여 부침을 조절하는 부레가 없고, 대신 기름덩어리인 큰 간이 있어 물에 잘 뜰 수 있다는 것. 그 큰 간에서 야맹증에 즉효인 肝油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강력한 살균작용에 성인병예방에도 좋다는 스콸렌(squalene)뿐만 아니라 심지어 상어연골에서는 관절 아픈데 효험 있다는 콘드로이친(chondroitin)도 얻는다.

상어하면 상어지느러미수프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상어를 잡으면 지느러미만 싹둑싹둑 자르고 몸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다에 휙휙 집어 던져 버릴 정도로 알아주는 부위다. 그 지느러미들 중에서도 가장 윗길이 등지느러미고 가슴지느러미들 하품에 든다고 한다. 지느러미에는 콜라겐단백질이 많이 들었으며 살코기는 백숙, 산적, 찜, 포, 회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게다가 껍질은 말려 사포(砂布·sandpaper)처럼 물건을 매끄럽게 문지르는데 사용한다. 간, 살코기, 껍데기까지 주는 상어야, 너 참 고맙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더러 등장하는 상어를 ‘바닷개(sea dog)’, ‘바다의 폭군’, ‘바다의 포식자’라 부르는데 이들은 장수동물로 통상 20~30년을 살지만 족히 100살을 넘기는 것도 있다한다. 사실 물고기도 늙고 병들어 시름시름 힘 빠지면 죽기도 전에 다른 놈이 쥐도 새도 모르게 달려들어 잡아 먹어버리기에 사람처럼 똥싸 붙이면서 근근이 생명을 부지하는 일은 없다. 그런데 상어는 나이를 뼛속에다 묻어 뒀다! 등뼈를 세로로 잘라보면 나무의 나이테 닮은 연륜이 있어 그것으로 나이를 짐작 할 수 있다.

상어는 체내삼투압을 바닷물삼투압보다 다소 높게 유지하기 위하여 요소와 트리메틸아민옥시드를 피 속에 다량 넣어놓고 있다. 이렇게 몸에 요소가 많아(세균을 죽임) 여느 물고기처럼 쉽게 부패하지 않기에 옛날에도 바다에서 아주 먼 동네의 제사상에 상어토막이 올랐다. 물론 오래두면 요소가 분해하면서 암모니아를 내기에 몹시 지린내가 난다. 그런가하면 동해안의 바닷가 여염집 제사에는 고래 고기를 祭物로 쓰는 것을 보면 제사도 환경의 산물이었던 것(동해안에 고래가 많이 잡힘). 하여 祭禮도 지방마다 좀씩 다르다. 모름지기 어버이 살았을 적에 섬기기 다하여라. “살아 탁주 한 잔이 죽어 큰상보다 낫다”고 한다. 상어 한 토막도 살아 계실 때 대접할 것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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