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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호 새로나온 책
681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3.04.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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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퀴드 러브,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권태우·조형준 옮김, 새물결, 343쪽, 18,500원
근대성에 대한 오랜 천착으로 잘 알려진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인 바우만의 책을 옮겼다. 제목이 좀 역설적이다. ‘사랑하지 않을 권리’. 왜 이렇게 붙였을까. 인터넷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 열풍이 일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과연 무엇을 ‘소통’시키고 있는 것일까. 사람과의 관계, 소통을 위한 수단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인기를 얻는 이유는 아마도 그만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그 ‘외로움’을 ‘우리’를 통해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이 책은 바우만이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책으로, 에세이와 팡세의 중간 형식을 빌려 우리 시대의 주인공인 유대 없는 인간을 둘러싼 여러 현상을 노련하게 해부한다.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 형식을 빌려 ‘현대의 우울’에 대해 파스칼의 『팡세』와 같은 고급 에세이를 펼쳐 보인다.

■ 박헌영 트라우마, 손석춘 지음, 철수와 영희, 204쪽, 13,000원
언론인인 저자가 박헌영의 아들 ‘원경 스님’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그의 아들 원경과 나눈 치유 이야기’이다. 치유라고 한 걸 보면, 그 아픈 세월의 상처를 어떤 방식으로 마주하고 보듬어 안으려는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20세기를 살았던 한국인 가운데 박헌영만큼 파란만장했던 삶을 산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전쟁은 그 트라우마의 정점이었고, 박헌영은 그 트라우마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이 책은 박헌영이 남쪽에 남긴 유일한 혈육인 원경 스님과 나눈 대화를 통해 박헌영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평가를 담았다. 또한 남에서는 공산주의자로, 북에서는 ‘미제국주의 간첩 및 국가전복 음모’라는 죄명을 달고 있는 남과 북의 박헌영에 대한 거짓과 위선적인 태도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서사적 자아와 도덕적 자아, 박재주 지음, 철학과현실사, 378쪽, 25,000원
청주교대 교수인 저자는 습과적인 도덕적 삶을 강조한다. 그래서 도덕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인격함양’ 내지 ‘도덕적 자아 형성’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습관적인 도덕적 삶을 통해서 도덕적 자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보면서 저자는 인간의 습관적인 삶을 ‘말하기’로 대변하고자 한다. 이 말하기는 대화하기와 이야기하기 등 다양한 서사로 이뤄진다. 그래서 저자는 서사적 접근의 도덕교육이 진정한 도덕교육의 방식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근대의 형이상학적 자아 관념 논쟁을 소개한 뒤, 현대의 실천적 자아로서의 서사적 자아 관념들, 도덕적 자아 관념들, 서사적 자아와 도덕적 자아의 연계성 순으로 접근했다.

■ 시민론: 정부와 사회에 관한 기초철학, 토마스 홉스 지음, 이준호 옮김, 서광사, 384쪽, 30,000원
스스로 공포와 쌍둥이로 태어났다고 하는 홉스는 그 공포로부터 벗어나 평화를 갈망했던 17세기 근대 정치과학 설립기의 대표적 정치철학자이다. 그는 이 책의 서두에서 “인간은 인간에 대해 악명 높은 늑대이기도 하지만 신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그가 인간에 대해 ‘악명 높은 늑대’라고 정의한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신’이라고 정의한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인간은 신’이라는 말은 곧 자연법을 토대로 제정된 국가의 공정한 법률인 실정법을 준수하며 국가의 보호를 받는 사회 구성원일 때, 인간은 서로에 대해 정의롭고 자비로운 평화의 신이라는 뜻이다. 이는 ‘인간은 누구나 공포의 투쟁 상태’를 벗어나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원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가와 개인에 대한 홉스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 자들의 공동체, 알폰소 링기스 지음, 김성균 옮김, 바다출판사, 268쪽, 15,000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명예교수인 알폰소 링기스는 미국 철학자이자 작가 겸 번역가로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겪은 다양한 체험들을 자신의 철학에 녹여 현상학의 독특한 갈래를 발전시켜왔다. 니체의 정언명령 개념, 레비나스의 타자 개념, 메를로퐁티의 육체 개념 등 “기존의 언어와 개념을 계승하면서도 선배 학자들의 성과를 해체하고 변형하여 다르게 사고하고 표현하는 독특한 철학과 문체를 창도”함으로써 “사상 측면에서나 행동 측면에서 대학의 상아탑에 갇힌 보통의 포스트모던한 학문들에서 멀리 벗어났다”는 평을 받는다. 저자는 자기만의 철학 사상의 정수를 담아낸 이 책을 통해 합리주의의 폭력성에 희생되는 타자들의 희생과 죽음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합리적 공동체’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그리고 나아가 타자들이 죽음의 장벽을 가로질러 내미는 맨손을 잡아 ‘타자 공동체’와 ‘죽음 공동체’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

■ ‘전후’의 탄생-일본, 그리고 ‘조선’이라는 경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권혁태·차승기 엮음, 그린비, 328쪽, 20,000원
일본은 아직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를 가리키는 ‘전후’라는 개념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일본과 함께 세계대전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독일이나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1960년대를 지나면서부터 ‘전후’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역사 왜곡의 시도, 민주화의 흐름을 거스르는 우경화의 흐름, 평화헌법 개정 시도를 필두로 한 군사주의화에 이르기까지, 갑작스럽게 많은 가치가 전도된, 일본의 모순적인 ‘현재’를 설명하기 위해 ‘전후’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전후’ 일본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봉인됐던 것들을 끄집어냄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 파워 엘리트, C.라이트 밀스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 북스, 512쪽, 23,000원
저자가 말하는 파워 엘리트는 군부와 경제와 정치의 지휘부를 차지하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로 권력이 집중되고 있고, 이들이 계급의식이나 이해관계의 일치를 통해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 권력을 더욱 강화하고 영구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자신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결정에 휘둘리며 조종 당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1956년에 출간됐지만 이런 맥락 때문에 현재적 독서가 가능한 책이다. 저자가 던지는 물음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미국의 현실이 이론에서만큼 실제로 민주적인 국가가 맞냐는 것. 책이 출간되고 6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 한국의 상황에도 밀스의 주장이 어느 정도 적용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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