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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스캔으로 신경 패턴 추적하면 ‘아픔’ 만날까?
뇌 스캔으로 신경 패턴 추적하면 ‘아픔’ 만날까?
  • 교수신문
  • 승인 2013.04.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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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0_ 고통에 대한 과학적 접근

온도계가 뜨거운 정도를 알려주듯이, 고통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최근 <사이언스>에 뇌를 관찰해 고통의 정도를 파악한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뇌 식별을 통해 고통의 정도를 밝혀낸다(Brain Signature Reveals Our Level of Pain)」는 기사가 실렸다. 뇌를 스캔해해 고통에 반응하는 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사람이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얼마나 아픈지를 알려준다. 관련 전문가들은 앞으로 모든 종류의 고통을 좀 더 정밀하게 의학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고통을 얘기할 때 과학자들은 오래된 질문에 봉착한다.

“어느 정도나 고통이 심한 건가?” 고통이 가해진 순간! 이로 인해 “아야”라고 외치게 되는 생리학적 반응 혹은 신호는 무엇일까. 고통의 순간과 고통으로 수반돼 “아야”라고 외치게 되는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최근 뇌 스캔 연구를 통해 뜨거운 열이 가해졌을 때 특정 패턴의 신경 활동을 불러온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고통에 대한 의학적 발견의 단초 신경과학자인 와거 콜로라도대 교수는 “뇌 활동의 패턴을 통해 개인이 얼마만큼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양적으로 예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고통스런 기억이나 사회적 따돌림 등으로부터 야기하게 되는 고통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물리적인 고통부터 밝혀내려는 것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면 뇌 구조 중 전방의 대상 피질, 감각 피질, 간뇌에 속하는 시상이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와거 교수팀은 모두 114명을 대상으로 fMRI 뇌 스캔을 실시했다. 대상자들은 컴퓨터로 측정되는 장치를 팔에 달았다.

와거 교수팀은 44.3°C~49.3°C(매우 뜨거운 커피 잔의 온도 정도)까지 여러 레벨의 뜨거운 접시를 갖다 대며 반응을 살폈다. 실험 초기에, 연구진은 20명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 통증 없음부터 델 것 같은 통증까지 뜨거운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자극과 억제의 신경 반응을 보았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완전히 다른 실험 대상자 그룹한테도 고통에 대한 반응을 예측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대상자들이 통증이 있는 뜨거움을 느꼈는지 혹은 그저 따뜻한 정도만 느꼈는지를 순전히 뇌 식별로써 93%까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와거 교수는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 때문에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도 적용가능 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결과라고 밝혔다. 실험결과는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됐다. 실험대상자들은 통증 완화 치료제를 투여받자, 고통에 대한 반응이 줄어들었다. 심지어 위약(플라시보)이었다고 믿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울러, 아주 뜨거운 감각이 다가온다고 예상되거나 과거에 느꼈던 고통을 회상할 때도 뇌에 보이는 반응은 없었다. 특히 예전에 느꼈던 고통스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을 보아도 반응은 없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고통을 이미지화하는 과학적 시도에 비약적 발전이며 바라건대 다른 연구를 위한 단초가 될 것이다.” 고통에 대해 심층 연구하는 전문의 데이비드 보숙 박사(신경과학, 보스톤 어린이병원과 하버드 메디컬 스쿨)는 이같이 말했다. 또한 그는 뇌 스캔이 실험적인 고통 완화제가 얼마나 효과 있는지 연구를 하거나 환자의 증상에 대해 다양한 치료를 시도하는 의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웨이크포레스트대의 로버트 카길 신경과학자는 다른 종류의 고통을 밝혀내기 위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더 확실한 증거들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물리주의적 접근과 그 가능성 고통은 의식이다. 그것도 지극히 피하고 싶은 의식이다.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의식을 밝혀내려는 노력을 해왔다. “자연은 인류를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주권자의 지배 아래 두었다.” 제레미 벤담은 『도덕 및 입법의 원리 서설』에서 자연이 인류를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주권자 지배 아래 두었다고 적은 바 있다. 이번 실험결과와 연구를 통해 인류가 밝히고자 하는 비밀의 실마리를 찾은 것일까. 의식을 뇌에 대한 신경과학적 접근으로 밝혀낼 수 있을까. 즉 물리적인 사실들만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일까. 내가 느낀 고통과 당신이 느낀 아픔을 도대체 비교할 수 있기나 할까.

이런 이유로 곽호완 경북대 교수(심리학)는 『지식의 이중주』(해나무 刊, 2009)에서 “비록 뇌 과정이 의식을 낳게 하기는 하지만, 특정 상태의 복합의식이 창발(emerge)하게 되는 정신-화학적 법칙은 신경과정으로 환원되기 곤란하다”라며 “지금까지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축적될 가공할 양의 인지심리학적 발견들과 신경과학적 발견들이 집대성된 후 효과적인 가설이 도출된다면 의식에 관한 통일이론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우진 덕성여대 교수(철학)은 의식의 신비에 대한 논변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 의식 경험은 주관적이라 객관적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네이글의 주관성 논변 △ 색깔은 색깔이 지닌 모든 물리적 지식과 독립적으로 속성을 갖고 있다는 잭슨의 지식 논변 △ 우리와 물리적, 기능적으로 완전히 동일하지만 의식만을 결여한 좀비가 가능하다는 찰머스의 좀비 논변.

이러한 논변들은 물리주의에 대한 반박 속에서 등장한 것인데, 그럼에도 한 교수는 경험과학의 가능성을 믿었다. 한편, 국내 뇌 과학 연구는 KIST 신경과학센터,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등 20여 개 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다. 1998년엔 뇌연구촉진법이 제정됐고, 2011년 12월에는 한국뇌연구원이 만들어졌다. 최근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국내 뇌과학 관련 연구비는 미국의 164분의 1(2009년, 61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전체 생명공학 투자비의 5~6% 정도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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