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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역사학 국제회의’ 준비한 김용덕 서울대 교수(동양사학과)
인터뷰 : ‘역사학 국제회의’ 준비한 김용덕 서울대 교수(동양사학과)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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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5 11:58:06

△ ‘역사 속의 한국과 세계’라는 주제를 선정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우선은 역사학회 50주년을 어떻게 기념할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역사학회의 기반을 놓은 지난 50년을 반성하는 동시에, 앞으로 우리 역사학계가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그런 까닭에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사가 아닌 역사학에서 소외됐던 분야를 중심으로 끌어냈다. 역사교육에 대한 논의나 동남아시아 역사에 대한 발표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그밖의 다양한 논의를 다 포용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려다 보니 지금의 주제로 결정하게 됐다.”

△ 여러 문제제기 중 역사교육에 관련한 논의가 두드러지더군요.
“지금까지 학계가 역사교육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역사 교과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반인들도 역사에 대한 관심은 많으나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다. 텔레비전 사극이 많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역사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많은 것을 반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학교에서는 역사가 그리 재미있는 과목도, 중요한 과목도 아니다. 이렇게 된 것에는 역사학계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다.
역사교육은 미래의 역사관을 설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역사교과서가 변해야 하는지 논의를 수렴하는 것도 역사학계의 중요한 과제다. 역사가 대중에게 쉽게 수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번 국제회의가 학계의 이런 노력을 끌어 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 이번 대회를 개최하는 데 특별한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모든 것이 다 어려웠다(웃음). 몇몇 외국학자를 초청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처럼 모든 것을 준비하는 국제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없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이것이 소중한 경험이 된 것도 사실이다. 또 역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지 않아서 기업으로부터 지원받기도 힘들었다. 결국 외국학자들은 자비를 들여 참석했다. 지나고 보니 잘한 일이지만, 사회적 무관심은 아쉬운 부분이다. 다시 한번 개최하게 된다면, 그때는 여러가지 여건이 나아지리라 기대한다.”

△ 앞으로 역사학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역사학회에 남겨진 과제는 각 분야별로 연구하고 있는 역사학 관련 학회들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각각의 역사학회들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상호간의 소통이 활발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역사학회가 그 역할을 충분히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역사학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편협한 민족주의 입장을 넘어서서 새로운 역사 방법론을 모색하고 연구 방향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역사교육을 비롯해 한국 역사학계는 국수주의적·민족주의적 성향이 분명히 있었다. 한국사가 빛나는 역사적 배경을 가진 것으로 교육하고 있지만, 세계사를 살펴보면 사실 그다지 특별한 역사를 가진 것은 아니다. 이런 국수주의적 사관을 벗어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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