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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질문과 과학적 대답 그리고 종교적 질문
철학적 질문과 과학적 대답 그리고 종교적 질문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04.15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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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9. ‘우주와 생명’연구해온 김희준 석좌교수

우주의 팽창, 우주의 원소 분포, 우주 배경 복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바로‘빅뱅’이다. 지난 9일, 김희준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는 128차 나눔포럼에서 강연을 펼쳤다. 김 석좌교수는‘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과학적 대답으로 빅뱅이론을 설명하며, 철학적 질문에 대한 과학적 대답 그리고 다시 종교적 질문이 가능하다고 여운을 남겼다.

광주과학기술원 김희준 석좌교수가 128차 나눔문화포럼에서 강연을 펼쳤다. 그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답으로 빅뱅 이론을 설명했다. (사진제공=나눔문화)

과학·철학·예술로 빅뱅이론을 보다

나눔포럼은 2000년부터 매월 둘째 주 화요일마다 나눔문화(www.nanum.com)가 주관해왔다. 지금까지 100명 이상의 창조적 전문가들이 포럼에 참여했다.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121차,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115차,「 과학의시대에‘생명’을말하다」) 등이 함께 했다.

김희준 석좌교수가 평생 연구해온 것은 한 마디로 ‘우주와 생명’이다. 그는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며 가졌던 고민들과, 서울대에서 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며 익힌 노하우를 통해 과학을 쉽게 풀어냈다. 위에서 언급된 세 가지는 우주론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김 석좌교수는 이들을 철학, 문학, 예술, 종교 등으로 꿰어 보물로 만들었다. 그의 강연 속에는 이야기가 녹아 있어 더욱 관심을 모았다.

현대과학의 입장에서 볼 때‘道生一’에서 일에 해당하는 것은? 도생일은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도에서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일은 이, 삼으로 이어져 삼라만상을 生한다. 김희준 석좌교수 설명에 따르면 일은 에너지다. 이는 물질과 반물질, 삼은 양성자-중성자-전자. 반물질은 영화「천사와 악마」에 등장하는데, 물질의 반대 전하를 갖는 입자다.

시간은 138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년 전, 100년 전 … 1억 년 전, 10억 년 전, 100억 년 전. 이 사이에 공룡이 멸종하고, 다세포 진핵생물이 등장하며, 태양계가 형성된다. 그 처음엔 빅뱅에 의한 별과 은하의 탄생이 있다. 빅뱅에 따라, 입자의 진화, 별의 진화, 화학적 진화, 생물학적 진화, 인류의 진화가 이뤄졌다.

강연은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난다. 빅뱅 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가장 멀리 있는 천체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은? 허블이 1923년에 거리를 측정한 천체는? 풍선모델을 사용해 허블 법칙으로부터 우주의 팽창을 유추한 사람은? 허블 상수와 우주의 나이 사이의 관계는? 이 질문들은 모두 빅뱅 우주론의 기둥인 팽창과 원소 분포, 배경 복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 이 가운데 여성과학자 리비트의 삶도 소개됐다. 그녀는 1천777개의 변광성을 발견했으며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로 유명하다. 변광성(variable star , 變光星)은 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별이다. 김 석좌교수는 조지 존슨이 지은『리비트의 별』(궁리 刊, 2011)을 번역해 소개한 바 있다.

김희준 석좌교수는 한 칼럼에서 “우주에 관한 궁극적 질문은 누가 우주를 만들었는가가 되겠지만 그것은 과학적 질문은 아니다”라고 적었다. 따라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빅뱅이 된다. 우리 몸 3분의 2는 물이다. 물은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졌는데, 수소가 더 많다. 수소는“빅뱅 우주에서 처음 1초 이내에 만들어진 것이 확실”하다는 게 그 이유다. 강연 말미에 그는‘과학적 대답 종교적 질문’이라는 제목으로 집필을 하면 어떨까 구상 중이라고 했다. 『철학적 질문 과학적 대답』(생각의힘 刊, 2012) 후속이다. 이 때문에 MIT의 앨런 구스가 제기한 반박, 즉 빅뱅이론은 무엇이 왜 폭발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과학의 범주를 넘어선다.

과학의 본질 그리고 질문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세상을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시공사, 2013) 저자 크리스 임피는 “‘빅뱅’이 하나의 폭발이나 모든 물질이 한 점에 집중돼 있던 시간으로 흔히 설명되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이 이론은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더뜨겁고 더 밀집된 조건에서부터의 우주 진화를 묘사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빅뱅 우주론은 특별하고, 구체적이며, 검증 가능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빅뱅 이론 반대편에 있는 정상상태이론은 설득력을 잃는다. 빅뱅 이론을 지탱하는 네 축은 △허블 팽창 △은하와 퀘이사의 진화 △초단파 배경복사 △헬륨의 양이다.

김희준 석좌교수는 과학의 본질은 모든 문제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에 맞는 답을 찾는 것이라고 적은 바 있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이유다. 김 석좌교수는 노자의 철학과 서정주의 문학, 고갱의 예술 등을 통해 과학적 대답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과학의 범주가 정해진 것이라면 과학적 대답을 위해 사용된 철학, 문학, 예술은 의미가 있을까. 강연은 매우 쉽고 재미있게 진행됐으나, 여전히 궁극적 질문 즉‘우리는 어디서 무엇 때문에 왔는지’에 대한 답은 멀기만 하다. 그의 후속작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듣고 싶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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