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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교육의 필요성
감성 교육의 필요성
  • 강준수 안양대 교양학부
  • 승인 2013.04.15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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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 에세이

강준수 안양대 교양학부
권위적이고 위엄을 갖춘 어느 학자는 학문적 업적을 쌓는 왕성한 연구 활동과 수업으로 학생들과 대면하고 있었다.

그는 철저한 수업 준비와 열정적인 수업으로 흠잡을 곳이 없을 만큼 노력했고, 스스로의 수업에 도취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학생들은 불만이 점점 쌓여만 갔다.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그가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에, 더 이상 이 상태를 지속시킨다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낀 학생들은 용기를 내어서 그에게, 좀 더 많은 대화와 서로간의 소통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수업을 요구했다. 학생들의 요구는 강하면서 정중한 모습을 유지했다. 학자는 의외로 침착한 반응을 보이면서 더 이상 일방적인 수업은 없을 것이며, 상호 만족할만한 수업의 방식은 논의를 통해서 이루어 나가보자고 제시했다.

학생들의 불만이 단순히 수업방식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은 학자는 화가 나면서 동시에 한번이라도 수업이 끝나고 난 후에 학생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지 살펴본 적이 있는 지를 떠올려 보았다. 그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은 학문적 탐구와 충실한 수업 외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러한 활동만이 학자로서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자부했을 뿐이다. 그가 수업 시간에 국한하지 않고 언제든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호응을 해주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좀 더 학생들은 일체감을 느꼈을 것이다.

'도를 터득한 세대'와 교수

일본에서는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꿈이나 목표에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젊은이들이 극도의 현실주의적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자기가 맡은 일에만 충실할 뿐 아무런 꿈, 희망, 계획도 없는 ‘도를 터득한(득도) 세대’가 생겨났다고 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어가는 시점에서 학자의 소임이 단지 학문적 업적과 열정적인 수업만으로 무마되기엔 무언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취업난과 암울한 현실 가운데 힘들어 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관심사항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 학자는 자신의 틀에 박힌 교육적 시각을 확대시켜 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것이 바로 긍정의 No 발언이다. 이와 같이 진정한 소통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할 줄 아는 쌍방향적인 것이다.

우리 모두는 태어나면서부터 관계에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기 때문에 우리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존중이 물질적인 보상보다 훨씬 값질 때가 있다. 미래 한국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자들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자기가치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한다. 학생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은 많은 차이를 만들어낸다. 칭찬할 것이 많지 않을 때조차 칭찬할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방식이다. 스승의 격려는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가치가 있다는 감정을 증대시켜 준다. 스승의 격려와 관심을 통해서 학생들은 좀 더 안정된 대학 생활을 영위할 것이다. 칭찬을 통해 자부심을 키워나가는 것은 학생들이 긍정적이고, 밝은 미래를 꿈꾸고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는 일찍이 21세기는 감성이 지식만큼이나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감성지수(Emotional Intelligence)는 자신의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그에 따라서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능력을 말한다.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데도 능숙하다. 그러나 머리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감성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니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은 높은 감성지수와 관계가 깊은 사회적 기술이 부족할 수 있다. 특정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매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 사제관계

감성이란 이성과 지식만큼이나 중요한데, 우리 개인생활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도 그렇다. 예를 들면 학생들은 자신의 기호와 감성에 맞는 수업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메마른 감성의 치유를 위해서 일부러 거리의 낙엽도 쓸지 않고 놔둔다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이 시대의 교육자들은 학생들이 다가가서 말을 걸기 힘들어 보이는 엄숙하고 경직된 모습보다는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구축해야한다. 다소 딱딱한 교육자의 모습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마음에 드는 시를 학생들에게 읊어준다거나 젊은이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그들과 공감이 가능한 문화코드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바로 감성 교육이다.

이러한 감성교육은 학생들의 마음을 끌어내어 교육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학생들은 사제지간의 친밀감으로 인해서 캠퍼스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개연성이 있다. 수업이 끝나 한숨 돌리는 가운데 연구실 창밖으로 보이는 신입생들의 왁자지껄한 모습을 보면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취업 걱정에 노심초사하고, 교육 현장에서 느껴지는 맹렬한 추위에 몸살을 앓게 될 장면이 오버랩 된다. 이럴 때일수록 꽁꽁 얼어붙은 학생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스승이 되고자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학생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연구실을 찾아와서 취업이나 다른 여러 직면한 문제들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사제관계야말로 젊은이들이 좀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생의 길잡이나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서글픈 상념에 빠져본다.

강준수 안양대ㆍ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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