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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최우선 정책’으로 ‘창조적 대학’만들겠다”
“‘학생 최우선 정책’으로 ‘창조적 대학’만들겠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4.01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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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홍승용 덕성여대 신임 총장

덕성여대 총장에 홍승용 전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취임했다. 11년간의 임시이사 체제를 끝내고 지난해 정이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처음 선출한 총장에 ‘구조개혁 전도사’가 온 것이다. 홍 총장은 “과거 좋은 평판과 대외평가를 받았던 대학이 분규와 성장동력 상실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교육 중심 중규모 여자대학’의 성공 모델을 만들고 싶어 총장 공모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창조적 대학’을 최우선 전략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참여하는 교육, 수업 중 토론문화, 시스템 구축이다. ‘원 스톱 서비스 체제’를 구출해 학생 최우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도 빠트리지 않았다. 홍 총장이 덕성여대의 영어 이니셜을 풀어 만든 모토 ‘Dare to Succeed’(도전과 성공)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한 셈이다. 지난 20일에야 취임식을 가진 홍 총장을 지난 25일 만났다.

•대담 : 최익현 편집국장
•일시 : 2013년 3월 25일 오후 3시, 덕성여대 총장실
•사진·정리 :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홍승용 덕성여대 총장은…


△ 대학구조개혁위원장과 장관급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까지 지냈는데 덕성여대 총장 공모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덕성여대가 2000년대 초만 해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28위 정도 했다. 지금은 40위 밖으로 떨어졌다. 과거 꽤 좋은 평판과 대외평가를 받았던 대학이 분규와 성장동력 상실로 추락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총장 경력과 대학구조개혁위원회 활동 경험이 덕성여대에 새로운 리더십을 불어넣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원하게 됐다. 투명한 공모 절차를 통해 내 자신을 평가받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교육 중심 중규모 여자대학’의 성공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쟁대학과 비교해 SWOT분석을 해 보니 강점보다는 약점 요인이 더 많다. 교수 당 학생 수, 취업률, 외부연구비, 국제논문 수, 국제화 등이 열위다. 더욱 중요한 것은 비전과 중장기 전략에서 치열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학 구성원 모두 ‘魂·創·通’을 위한 재점화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혼이 있는 조직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 덕성여대를 어떤 대학으로 만들고 싶나.
“혹시 「모나리자 스마일」이라는 영화를 봤나?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웰즐리대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다. 그때 여자대학의 목표는 현모양처를 키우는 것이었다. 지금은 세계 지도자를 키우는 게 목표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우리나라의 이인호 전 핀란드 대사가 웰즐리를 나왔다. 이제 우리도 그런 대학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그래서 모토를 덕성의 영어 이니셜인 ‘D S’를 풀어 ‘Dare to Succeed’(도전과 성공)로 설정했다. ‘성공하기 위해 지성과 덕성으로 용기 있게 도전하자’는 것이다. 덕성여대만의 학풍이 있는 것이고, 과감하게 도전해 보자는 것이다. 취임식 다음날 하버드대 첫 여성 총장인 파우스트 총장이 이화여대 연설에서 여성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용감한 의지와 폭넓은 사고’를 꼽았는데, 나와 철학이 비슷한 것 같았다.
또 하나 덕성여대가 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덕성’이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교육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덕성이다. ‘인·의·예·지·신’을 갖추는 것이 바로 덕성이다. 덕성지수(VQ)가 높은 여성 지도자 교육에 중점을 두는 대학으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겠다. IQ보다는 EQ, EQ보다 VQ가 중요한 시대다. 커리큘럼도 VQ를 최고로 올릴 수 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 특히 중점적으로 구상하는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대학의 기본 임무인 교육, 연구, 봉사에 ‘창조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접목하고 실천해보고 싶다. 다양한 융·복합적 상상력, 유연성과 혁신적 도전을 결합한 ‘창조적 대학’으로 실용적이며 창의적인 인재를 배출할 것이다. 창조적 대학의 핵심은 참여하는 교육, 수업 중 토론문화, 시스템 구축. 이 세 가지다. 하나 더 이야기한다면, 학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 대학경영 3.0시대에 걸맞게 취업, 학업, 창업의 세 가지 교육트랙을 설정하고, 입학부터 졸업까지 ‘원 스톱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멘토 시스템에 더해서 교수와 학생을 끊임없이 붙여주려고 한다. 인생 경로에 대한 디자인을 덕성여대에서 하라 이거다.”

△ 대학 특성화와 경쟁력 강화 방향은.
“우리가 경쟁력이 강한 학과가 5개 있다. 약학, 유아교육, 심리학, 디자인, 식품영양이다. 웰빙, 고령화, 평생교육 시대에 필요한 것들을 이미 갖고 있다. 그런데 그걸 톱으로 못 만들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의 교수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학생들을 최고의 학생으로 만들어야 한다. 들어올 때 최고라면 좋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입학할 때보다 졸업할 때 더 뛰어난 학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게 최고의 대학이고 잘 가르치는 대학, 교육에 초점을 두는 대학이다.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 제고가 기본이다. 전임교수를 확충하고, 앞서 말한 5대 분야 특성화를 추진하겠다.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100% 취업률 전공’ 분야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 오랜 임시이사 체제에서 벗어난 대학 상당수가 정상화 이후에도 갈등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할 것이다. 그래야 서로가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포부와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학생, 교직원, 재단 등 모든 구성원 간에 소통과 신뢰를 구축해 화합과 변화를 도모할 것이다. 정직, 겸손, 생각의 개방성을 유지하는 CEO 총장이 되겠다. 총장과 법인간의 관계는, 대학에서 소유와 경영에 관한 책임과 권한이 보다 명확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지난달 28일 임기를 시작한 홍승용 덕성여대 총장은 숨 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업무 파악 중간에도 입학식과 교무위원 인사, 취임식 등의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학기 초와 맞물려 더 바쁜 듯했다. 지난 25일 덕성여대 총장실로 찾아갔을 때도 신임교수들과의 면담을 막 끝낸 직후였다. 홍 총장은 “이미 교수들을 4분의 1 정도는 만났다. 첫 6개월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할 것이다. 5월에는 학생들과도 모여서 이야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 직접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입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보나.
“2018년부터 학령인구 감소가 시작해 2025년이면 16만명이 부족하다. 100여개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한다. 기업의 ‘대마불사’가 무너지듯이 ‘대학불사’의 신화도 무너질 것이다. 이른바 메이저 대학도 정원 감축해야 한다. 인구 절벽으로 다가가는 ‘고등교육호’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국가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먼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대학 정원규모에 대한 큰 그림이 나와야 한다. 4년제와 전문대학의 역할 정립과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기능 정립,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특성화 전략도 필요하다. 재정지원 평가방식에서 대규모 대학과 중소규모 대학, 남녀공학 대학과 여자대학의 형평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MB정부는 ‘신호등 체제’에 의해 부실대학이나 후보군 대학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했던 시기였다. 박근혜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 촉진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경영적으로나 재무적 판단에서 도저히 대학으로서 존립하기 어려운 부실대학의 조기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 평가방식은 어떻게 바꿔야 하나.
“대학 구조조정에도 ‘프리미어리그’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최상위 단계의 대학은 대학 구조개혁 차원의 평가에서 제외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비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멀쩡하게 잘하는 대학까지 한 리그에 넣어 돌려버리는 것은 별로 성공하는 모델 같지는 않다. 평가리그를 좀 더 세분화해 객관적이고 형평에 맞는 평가 잣대를 만들어 평가해야 한다. ”

 

△ 지역대학 육성 정책에 수도권 중규모 대학들의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지역대학 육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문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큰 그림이 우선 나와야 한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지역대학 육성 사업인 누리사업의 재판이 돼서는 안 된다. 당시는 퍼주기 비슷하게 되다 보니 성과를 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우수한 지역대학과 재정지원이 갖춰지면 크게 성장할 지역대학을 선별해 재정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90년대 대학설립준칙주의에 의해 대학이 양적으로 확대된 이후 지금은 질적 충실을 위한 정책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수도권 대학의 프리미엄이었던 학생 충원과 취업 우위도 사실상 감소하고 있다. 반값등록금 규제로 대학의 질적 충실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대학이든 지역대학이든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투자 확충은 불가피하다. 고등교육법이든 사립학교법이든 혹은 재정교부금법이든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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