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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世說_ 特質考
是非世說_ 特質考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3.03.28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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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의 소설가 故오영수 선생이 「特質考」를 쓴 게 1979년이다. 지역별 한국인의 특성을 지역언어 등 향토적 차원에서 고찰한다는 취지로 쓴 이 글이 특정지역 사람을 비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筆禍수준의 파문을 겪는다. 이 충격으로 오영수 선생은 호된 시련을 겪었고, 이게 결국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 선생의 이 글은 특정지역 사람들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선생의 사과문에서도 언급되듯, 해학성의 특성을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이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이 사건의 전말이다.

얘기가 좀 길어졌다. 30년이 훨씬 지난 오래 전의 이 얘기를 다시 꺼내보는 것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특정한 이념으로 특화된’ 이른바‘ 특질인’들로 인한 여러 이슈를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근자에 느닷없이 ‘백년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태와 논란을 우선 들어본다. ‘백년전쟁’은 친일파와 반일파와의 백년에 걸친 ‘전쟁’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동영상물이다. 친일청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이 영상물은 우리 근·현대사를 이승만, 박정희로 대표되는 친일파와 김구, 안중근 등 반일투쟁파라는 프레임으로 설정해 양자 간의 대립과 반목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걸어온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 인터넷에선 조회 수 200만회를 상회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화제와 논란거리로 대두되고 있는데,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을 표하면서 진보와 보수 간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서 ‘특질’적인 부분을 지적해보자.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는 보는 사람마다의 시각과 이념에 따라 다르고, 그에 따라서 자기 입장을 표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팩트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을 왜곡해서 역사로 평가한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이승만과 박정희,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 발전 등에 대한 사실의 왜곡을 여기서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겠다. 보수진영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왜곡한 악질적인 反韓문건이라고 비난하자 진보진영에선 ‘색깔론’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색깔론’이긴 해도 사실을 왜곡한 부분은 이 영상물을 만든 저의를 의심케 하는 측면이 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하려해도, 그게 從겗이든 아니든 오늘의 대한민국을 부정하려는 이념적 특질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곡 부분에 대해 “패러디에 불과한 것”이라는 반응도 설득력이 없다. 결국 웃음거리용의 희화화로 사태를 물 타기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느 원로 사학자가 언급한 남북한 권력 구조에 대한 시각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북한의 3대 세습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이 다를 바 없다며 북한의 권력 세습을 에둘러 인정한 것이다. 아마도 박정희의 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 것 같은데, 역사를 공부한 원로사학자로 할 말이 아니다.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父子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이 어떻게 민주선거를 통해 선출된 우리의 대통령과 비교할 수 있는가. 이 분은 또 이런 글도 썼다. ‘종북’이니 ‘좌빨’이니 하는 용어는 이른바 통일을 주장하는 평화세력에게 굴레와 색깔을 씌운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대목에선 예전에 누가 쓴 북한에 대한 ‘內在論적 접근’을 떠올리게 한다. 이 분도 뭔가 어떤 부분에서 어느 방향인가 이념적으로 ‘특질화’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가 오래 전에 쓴 한국인의 ‘특질고’에 대한 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한국인처럼 대가 센 국민도 없다. 자본주의, 공산주의를 해도 세계에서 유례없이 극단적이고 무엇을 해도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질을 갖고 있다. 반면 한국인만큼 정에 약하고 감동을 잘 하는 국민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면 힘을 다해 노력한다. 그런 만큼 국가지도자는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어떠한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국민 대통합’을 새 정부의 슬로건으로 걸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이런 특질, 저런 특질의 사람들도 모두 포용해야 하는 전제가 붙는다. 부정적인 ‘특질’의 사람들도 신뢰와 올바른 정책방향 제시,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정확한 고찰을 통해 함께 보듬어 나가야 한다. 이 책무 역시 박 대통령 정부의 몫이다.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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