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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삼성장학재단에 바란다엘리트 기업의 사회적 책무
●기고 : 삼성장학재단에 바란다엘리트 기업의 사회적 책무
  • 교수신문
  • 승인 2002.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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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31 14:44:33
사회적 상위계층의 도덕적 책무를 암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에 대한 의식 결여와 축적된 부의 사회환원 결여는 우리나라 사회지도계층이 가장 비판받는 내용 중 하나다. 부자든 빈자든 수입의 일정한 부분을 사회적 공익을 위해 기부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는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 도약을 위해 의식적으로 시민들에게 고취하도록 해야 할 선진문화로 여겨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에 발표된 2개 거대 장학재단의 설립은 그 기금이 주로 기업가들의 사재출연에 기반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선진적 시민의식 고취에 기여하리라 판단된다. 이종환 삼영화학그룹회장이 모든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관정장학재단’과 삼성에서 설립예정인 장학재단은 미래인력육성이라는 교육적 목적으로 설립됐기에 더욱 반가운 내용이다.

관정장학재단과 삼성장학재단의 기금은 해외 명문대학에 유학할 학생들을 주요 수혜 대상으로 하고 있다. ‘창조적 소수가 다수의 사회를 지탱‘하리라 예상되는 미래 지식기반사회의 인력양성에 일정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한국 대학의 현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상당기간 선진국 유학은 사회발전에 긍정적이리라 판단된다.

하지만 이 2개 장학재단의 사회적 기여 부분이 경쟁을 매개로 하는 교육이라는 시장경제 체제에서도 충분히 생존 가능한 미래 한국사회의 엘리트 계층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2개 재단의 지원내용과 규모를 감안할 때, 2개 장학재단의 수혜대상은 미국의 유명대학에서도 장학금을 수혜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우수학생들일 가능성이 많다.

필자도 미국 유학을 경험했지만, 해외 명문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우수한 학생유치를 위해 다양한 장학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의 순수 장학금 수혜는 현지인이 아닐 경우 그 수혜의 폭이 극히 제한적인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대로 학업을 수행하는 유학생의 경우 연구조교(RA), 교육조교(TA) 등과 같은 선진국 대학의 수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대학별, 과정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 장학금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대체로 해결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단순히 본인의 연구만 수행하는 순수 장학제도와는 달리, 이들 제도는 교육 및 연구에 지도교수와의 공동참여를 통해 학업수행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유학생들에게 참여를 권고하고 싶은 제도다.

2개 장학재단이 계획하고 있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창조적 소수 육성’이라는 좋은 의도가 혹 재능있는 유학생들의 더 나은 교육 및 연구기회의 박탈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정장학재단이 해외 유학생과 함께 국내 영재교육과 국내대학의 진흥을 고루 계획하고 있는 반면, 삼성장학재단의 기금은 엘리트에 해당하는 해외유학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은 또 다른 아쉬운 부분이다.

예전과 같지 않게 유학생의 신분이 사회적 동경의 대상인 시대는 끝났지만,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계층은 여전히 재정이나 학업수행의 측면에서 상위 집단이다. 삼성의 대규모 공익사업이 왜 해외유학생과 같이 사회 상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계층만을 주요 수혜 대상으로 하고 있는가.

삼성의 오늘이 소수 엘리트에 의한 공헌에도 기인하지만 그 형성과정에서 엄청난 소비시장의 형성과, 저평가된 임금수준을 감내해 왔던 다수의 공헌이 있었다는 점은 불문가지다.

삼성의 엘리트육성이라는 뜻있는 사업을 폄하할 의사는 전혀 없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계층의 육성은 시장에 맡기고 최근 시장실패가 드러나고 있는 부문의 인재육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는 없을까. 최근 실업계교육, 농어촌교육, 그리고 지방대학의 존폐여부는 인재육성과 관련된 시장실패부분이다.

삼성의 규모와 인재육성 의지로 유추컨대 추가적 교육사업은 계속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앞으로 설립될 장학재단이 삼성의 이름을 걸고 ‘지방대학육성장학재단’과 ‘농어촌교육장학재단’ ‘실업교육장학재단’ 등과 같은 교육 소외계층을 위한 장학재단이 나온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기업문화를 선도하는 삼성이 엘리트육성만이 아닌 시장소외계층의 복지도 함께 생각하는 공익재단을 설립한다면, 다른 기업들의 공익사업 육성의지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선진 기업문화의 정착이 삼성과 같은 엘리트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제”에 대한 실천이 아니겠는가.

이성우 / 서울대·지역사회개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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