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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호 새로나온 책
675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3.03.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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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투어-엘리트 교육의 최종 단계, 설혜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412쪽, 23,000원
연세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의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한 연구로 재탄생한 유럽 지성들의 특별한 교육 여행서다.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돼 전 유럽은 물론 19세기 미국으로까지 퍼졌던, 어린 귀족들의 교육 여행 그랜드 투어. 상상을 초월하는 화려한 준비물에서부터 보통 2~3년이 걸리는 긴 여정, 그들은 왜 그토록 엄청난 여행을 했던 걸까. 일찍이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다양한 언어를 배우며, 국경을 넘어 전 유럽이라는 더 큰 공동체를 체험했던 여행의 역사, 오늘날 조기유학과 해외여행의 원조인 이 특별한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을 통해 18세기 유럽의 모습을 복원한다. 또한 그랜드 투어가 어떻게 지금의 EU와 같은 유럽의 동질성을 형성했는지, 영국인들이 사 모은 그림과 예술품이 유럽의 예술과 건축을 어떻게 바꿨는지, 그들이 배운 대륙의 매너가 어떻게 ‘젠틀맨’을 만들었는지, 여행 중 만난 철학자와 문인 등 당대 지성인들의 교류가 어떻게 계몽사상을 만들고 전파했는지 등 서양 근대의 탄생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 사회 속의 과학, 나카지마 히데토 지음, 김성근 옮김, 오래, 252쪽, 12,000원

일본 방송대학의 나카지마 히데토 교수가 자신의 강의 교재로 활용하던 책을 옮긴 것으로, 비과학 독자들도 아주 쉽게 책의 내용을 따라갈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 속의 과학’이란 기술을 포함한 넓은 영역을 가리키는 ‘과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의 과학은 더 이상 순수 지식이 아닌, 기술을 통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됐다. 이 책은 크게 그리스시대의 과학부터 현대과학까지를 정리하고 있는 과학사의 통사로 볼 수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과학기술사를 줄거리로 하면서도 과학철학의 논쟁적 이론들, 그리고 오늘날 기술과 결합한 과학이 사회 속에서 불러일으키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폭넓게 고민하고 있다. 이는 종래의 과학사 통사들과 구별되는 이 책만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 유엔 안보리 제재의 국제정치학, 임갑수·문덕호 지음, 한울, 328쪽, 22,000원

국제법적 정당성을 갖춘 안보리의 제재는 오늘날 국제사회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일상적 정책수단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제재는 때로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효과가 뒤따르지만, 국제사회가 정통성을 거스르는 행위를 저지른 국가를 무력으로 처벌하지 않으면서도 정통성 있는 국제사회의 공동 질서를 강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재에 관한 논의에서 이 점을 기억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아직까지 국내에는 유엔의 제재를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 없었다. 이 책은 현직 외교관 두 사람이 지식과 현장 경험을 모아 안보리의 제재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두 저자는 대표적인 제재업무 전문가로 꼽을 수 있는 인물들이다. 긴박하게 변화하는 국제정세·정치, 제재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이해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 정치심리학, 데이비드 패트릭 호튼 지음, 김경미 옮김, 성균관대출판부, 400쪽, 20,000원

이 책은 ‘정치심리학’이란 학문 분야를 소개하는 교양서이다.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대 정치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는 오래전부터 왜 사람들이 이런저런 특정 정치적 행동을 하는지 그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으며,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심리학’과의 접목에 집중했다. 즉 간단하게 정리하면, 정치심리학이란 정치학과 심리학 간의 상호작용, 특히 심리학이 정치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행동을 내부적인 원인(성향) 또는 외부적인 원인(상황)에 의한 것으로 인식하는 성향주의와 상황주의의 관점에서 접근한 저자는 간단한 구별을 통해 정치학의 이해와 관련 있는 다양한 심리학적 이론을 설명하고 대조하면서, 또한 나아가 집단학살, 투표행동, 인종차별, 민족주의, 국가 간 갈등과 다른 정치적 행동들을 설명하는 데까지 이러한 이론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 한일 근대어문학 연구의 쟁점,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 지음, 소명출판, 347쪽, 26,000원

 ‘근대’라는 특정한 시기를 중심으로 문학과 어학에 관한 한국과 일본 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한 책에 묶이는 일은 비교적 드문 일일 수밖에 없다. 근대 초기 언어와 문학은 근대적 국가 체제의 형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데, 결국 ‘근대’라는 것이 동아시아적 질서의 재편 과정 속에서 각 나라 간의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태동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을 인식한다면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의 시도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넓게 내다본다면 전공별 영역과 국가별 경계를 넘어 ‘근대’라는 특정한 시기의 대상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한일 양국의 근대 초기 문학 연구의 쟁점들과 근대국어 연구의 쟁점들, 이렇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한 네 차례 국제학술회의의 성과를 담았다.

■ 현상학적 심리학, 에드문트 후설 지음, 이종훈 옮김, 한길사, 480쪽, 25,000원

오늘날 철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현상학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급증함에도 현상학계가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는 이유는 후설 현상학의 참모습을 통일적으로 온전히 밝혀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상학계에서조차 후설 현상학을 그의 입장에 충실하게 이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사상이 발전해나간 단계를 ‘기술적 현상학 對 선험적 현상학 對 생활세계적 현상학’, ‘정적 분석 對 발생적 분석’, ‘주관적 관념론 對 객관적 실재론’이라는 단절된 도식적 이해의 틀 속에, 심지어 현상학의 기본문제인 의식의 ‘지향성’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없거나 일관성 없이 자의적으로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설로 되돌아가’ ‘후설과 더불어 현상학을 해야만’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후설이 실제로 강의를 했던 생생한 자료다. 그뿐만 아니라 스승 브렌타노나 동료 딜타이에 대한 진솔한 반성적 회고를 통해 그의 현상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1920년대 중반 그가 당시에 주도적 학문이었던 심리학과 연관된 문제를 어떻게 고민했는지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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