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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연의 질서와 또 다른 내가 겨루다 … 카르마와 과학
인간 본연의 질서와 또 다른 내가 겨루다 … 카르마와 과학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03.04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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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3. 클라우드 아틀라스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제39회 새턴 어워즈 베스트 SF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남매와 「향수」의 톰 티크베어가 공동으로 감독을 맡은 영화다. 우리나라에선 올해 1월 개봉했다. 새턴 어워즈는 미국의 SF 및 판타지, 스릴러 장르 등을 대상으로 열리는 시상식이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외에도 「어벤져스」, 「크로니클」, 「헝거 게임」, 「루퍼」, 「프로메테우스」 등이 2012년 최고의 SF영화상을 놓고 각축을 벌인다. 시상식 결과는 4월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구름 지도를 뜻하는 제목은, 이리저리 흩어져 있어도 결국은 구름이라는 거대한 운명을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도를 형성하는 구름은 다양한 형태를 지닌다. 특히 시간이 지나도 하나의 근본을 가지고 움직인다. 흩어짐과 뭉침은 운명의 롤러코스터다. 구름은 마침내 완성된 형태에 이르는 순간까지 계속 흐른다. 딱, 우리 인생이다.


영화는 카르마에 대한 대서사시를 영상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진제공 www.cinemablend.com

「클라우드 아틀라스」에는 1849년부터 2346년까지 약 500년 동안 6개의 에피소드가 서로 얽혀있다. 관객에겐 불친절한 셈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노예-동성애-핵위협-자유-복제인간-용기를 다룬다. 장르 역시 혼합돼 있어 얼핏 보면 어렵다. 주인공들은 특수 분장을 통해 일인 다역을 소화했다. 특히 한국말과 한국배우가 등장한다. 영화의 중심이 서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또한 이 영화를 위해 티크베어 감독은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 작곡에 참여했다. 워쇼스키 남매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일관된 주제는 변모하면서도 초월적인, 바로 그러한 사랑의 힘”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미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혹평과 호평을 오가며 논란을 이끌었다. 영화의 주제는 ‘연결과 카르마(업보)’다. 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다. 더 나아가 현생은 이전 생과 이후 생을 위해 존재한다. 동양에서는 누구나 익히 들어 본 환생. 이에 대해 이제 막 알기 시작한 서양의 감독들이 우리를 가르치려는 것 같다는 비판도 흘러나왔다. 

인간 본연의 질서와 싸우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는 「매트릭스」 이후 다시 한 번 전복을 꿈꾸고, 모든 편견을 배제하고자 한다. 전작이 물질문명으로 대표되는 기계와의 전쟁이라면, 이번엔 인간 본연의 질서와 싸운다. 폭력과 정복, 자본과 소비, 비겁함과 배신의 장에서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다가올 나가 겨루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소설에선 상대적으로 마이너 한 윤회라는 주제를 영화는 주요 테마로 삼았다. 이를 토대로 도덕적 혹은 카르마적 진보의 줄거리를 앞세웠다.”   

카르마는 선보다는 반대의 경우에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그에 대한 치우침을 완화시키기 위해 모든 존재들은 분투한다. 그 행위가 중용되는 시점까지 우리는 행동할 것이고 마침내 과거에 시작된 어떠한 카르마는 끝을 맺게 된다. 그 사이사이 다양한 형태의 카르마들이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카르마는 어떠한 형태로든 표출되지만 결코 우연히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카르마는 인과관계가 정확하면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 본성의 업적이다. 연속적인 방향이 끝내 화합하고 중용을 이룰 때 카르마는 비연속성을 띄게 될 것이다.

카르마적 진보를 위해선 존재와 知覺이 필수다.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외치는 버클리의 철학적 개념은 카르마를 극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듯, 윤회라는 굴레 속에 갇힌 인간(카르마적 존재)이라면 그 사슬을 끊고 껍질을 깨야만 한다. 미끄러운 비탈길에 쐐기를 박아야 하는 것이다. 카르마라는 전제 앞에 존재와 知覺이 요청된다. 

인간 운명에 대한 과학적 접근

업보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카르마(karma)는 행위를 뜻한다. 행위는 몸, 입, 생각으로 이뤄지고, 그 중에서도 모든 업보의 근원은 생각이라고 한다. 일종의 인과응보다. 카르마는 인간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개별적인 것과 공동체에 부여되는 집합적인 것이 있다. 주희의 경우, 인과응보적 윤회설이 오히려 악행을 정당화할 수 있다며 경계했다. 그 이유는 후생을 위해 살인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면, 전생을 위해 지금 살인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현세에서 도덕적 부조리를 없애려는 노력이 희석되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다음 생에서 필연적으로 징벌을 받는다는 생각이 만연해 회의주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르마는 정말 존재할까? 카르마는 현대적 개념의 과학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흔히 생각하는 과학은 체계적·이론적 지식이다. 자연세계에서 보편적 진리를 발견하려는 것이 과학이다. 반면, 카르마는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 특히 공공적 인식이 불가능하다. 한 개인의 카르마는 설명 가능하나 타인에게 인식되진 못한다. 또한 카르마에 대한 검증과 논박이 어렵다. 단, 카르마의 개념이 가진 내적정합성은 유효하다. 존재와 知覺의 요청, 잠재와 발현의 양태, 시작과 끝 등. 카르마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가능하나 카르마의 과학은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인간의 운명을 과학적으로 바라볼 순 있으나, 인간의 운명이 과학만으로 설명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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