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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기부문화, 나는 이렇게 본다
대학가의 기부문화, 나는 이렇게 본다
  • 교수신문
  • 승인 2002.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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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재정 투명성 한몫…신뢰 북돋워야
팔순의 실향민이 불우이웃을 위해 전 재산을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에 내놓아 세간의 관심을 모은데 이어 교수 출신의 한 사업가가 시가 2백억원에 이르는 자신의 회사주식과 현금을 모교에 기증해서 화제다.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지배하고 정치적으로는 당파적 이해관계와 상호비방과 폭로전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일생을 바쳐 모은 재산을 공익을 위해 사회에 환원했다는 기사는 놀라움과 더불어 우리나라 대학가의 기부실태를 뒤돌아보게 한다.

우리의 대학들, 특히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은 재정상황이 열악하다. 국내의 대학들은 대부분 학교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특히 사립대학은 그 비율이 70%를 상회한다. 이는 등록금 이외의 대학재정의 주요 원천인 국고보조금, 재단전입금, 그리고 기부금의 비중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 교육과 관련된 한 통계에 의하면 1999년을 기준으로 대학의 운영수입 대비 기부금의 비율이 10% 이상인 사립대는 전국적으로 단 17개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대학은 대부분 기부금의 비율이 10% 이하이고 단 한푼의 기부금도 받지 못한 대학도 8개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이러한 열악한 기부문화의 현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이한 점은 기부자가 흔히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상류층보다는 김밥을 팔아 일생동안 모은 재산을 기부하는 할머니 등 우리 사회 기층민들의 기부가 흔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들의 기부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아무래도 기업 차원의 기부나 성공한 기업가의 개인적인 기부를 유도하는 것이 대학가의 기부문화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유리할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대학에 대한 기부금이 중요한 이유는 재정적으로 튼튼한 대학이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이 조성한 기부금은 재정자립도를 강하게 하며 정부지원금이나 학생들의 등록금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대학재정을 건전하게 하고 이러한 기부금은 정부나 다른 사회제도나 환경으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을 막는 힘이 되는 것이다.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하버드 대학의 섬머스 총장은 180억달러(2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기부금을 바탕으로 학교의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의욕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에 대한 전반적인 기부금의 수준이 낮고 그것마저도 몇몇 대학에 편중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이런 계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이 처한 현실에서 기부금을 획기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방안은 별로 많지 않지만 그래도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기부금 조성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학가의 기부문화는 전반적으로 인맥위주였고 대학 총장 개인이나 특정 대학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대학을 직접 찾아서 기부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대학측에서도 이제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나 기부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모금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인력을 양성하고 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효과적으로 기부금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기부자나 시장을 세분화하고, 다양한 종류의 기부대상에 적절한 모금전략이나 기부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소위 비영리조직의 하나로서 대학이 비영리마켓팅의 전략으로 기부시장에 접근해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대학은 잠재적 기부자들에게 수혜기관으로서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부자들이 어디에 기부를 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부기관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대학은 특히 펀드를 조성하는 목적과 기부금의 사용처를 분명히 하고 모금된 기부금을 운영함에 있어서 재정이나 회계의 투명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에 대한 기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부시장자체가 팽창해야 하며 이는 하루 이틀에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 차원의 장기적인 계획아래 국민들의 삶에 기부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기부와 자원봉사로서 남을 돕고 사는 것이 시민적 삶의 일부가 되도록 해야하며, 특히 사회의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모범을 보이는 노블리제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문화가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황창순/순천향대 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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