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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사무총장 대못 인사’ 논란
대교협 ‘사무총장 대못 인사’ 논란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2.28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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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회장 반대에도 사무총장 연임 파행적으로 밀어붙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사무총장 선출을 놓고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함인석 회장(경북대 총장)이 황대준 사무총장의 연임을 파행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이사를 맡고 있는 일부 총장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8일 대교협과 참석자들에 따르면, 대교협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어 오는 4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황 사무총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대교협 사무총장이 연임하는 것은 2006년 이현청 사무총장(전 상명대 총장)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대교협 사무총장 임기가 2008년 4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 뒤에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무총장 연임 결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에는 대교협 이사 24명(의결권이 없는 감사 2명 제외) 가운데 7명이 참석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이사들은 ‘다음 이사회에서 논의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함 회장이 표결로 연임을 결정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이사 2명은 회의장을 나갔다. 결국 남은 이사 5명이 황 사무총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이사회 결정이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사무총장 연임은 이사회 의결사항이다. 대교협 정관에는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나와 있다.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만 놓고 보면 이날 결정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사회 개회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연임 결정은 무효다.

다만 ‘위임’을 어떻게 볼 것이냐를 놓고서는 해석이 엇갈리는 면도 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사 13명은 사전에 위임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임까지 포함하면 과반수가 출석한 셈이 된다. 하지만 위임장만 제출하고 실제 참석하지 않은 이사까지 ‘출석이사’에 포함하면 ‘과반수 찬성’에는 못 미친다. 실제 참석한 5명만 치면 만장일치다.

대교협 정관이나 내부 규정에는 ‘위임’과 관련해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그동안 관례적으로 용인해 왔을 뿐이다. 하지만 사무총장 연임 같이 민감한 사안에서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대교협 사무총장은 ‘이사회 의결’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회장이 임명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지난 이사회 결정을 무시했다는 데 있다. 지난 18일 정기총회에 앞서 열린 이사회에서 사무총장 연임 문제가 대두되자 이사회는 현 회장인 함 회장과 차기 회장이 협의한 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서거석 전북대 총장은 황 사무총장의 연임이 아니라 공개모집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 회장이 협의도 없이 연임을 강행 처리하려 하자 서 차기 회장은 이날 이사회 의결에 불참했다.

서 차기 회장의 임기는 오는 4월 8일부터 1년이다. 황 사무총장의 임기는 4월말까지다. 차기 회장과 사무총장이 1년 동안 손발을 맞춰야 한다. 다음 사무총장과 함께 일할 차기 회장은 공모를 원하는데 임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현 회장이 대못을 박은 모양새다. 한 사립대 교수는 이를 두고 “임기가 끝나는 총장이 미리 부총장, 교무처장까지 다 임명해 놓고 물러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최고 지성의 상징으로 불리는 대학 총장들의 협의체라고 하기에는 볼썽사나운 모습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총장은 “설사 과반수가 출석했다 하더라도 사무총장 연임 같은 중요한 문제는 합의로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차기 회장이 새로 사람을 뽑자고 하는데 굳이 5명이 모여 연임을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총장은 “소위 최고 지성들의 모임인데 중지를 모아 자연스럽게 가야지 특정인의 의사에 의해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함 회장은 “사무총장이 지금까지 열심히 했다. 공모하자는 분도 계셨고, 연임하면 안 되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이사회에서는 결정이 났지만 신임 회장이 원하지 않으면 (사무총장이) 안 할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강낙원 대교협 경영기획실장은 “지금까지 그렇게 처리된 부분이라 위임을 받아 연임은 결정했다. 전체 이사들에게 (회의 결과를) 안내하고 확인을 받을 계획”이라며 “다른 이사들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어제 회의를 갖고 결정을 내리기에는 그런 것 같다. 사무총장이 오고 나면 명확하게 정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사무총장은 해외출장 중이어서 다음 주 말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교협 역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는 대학입시 간소화, 공통원서접수시스템 구축, 대학평가 개선 등 대교협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 많다. 반값등록금에 따른 고등교육 재정 확대 또한 대교협이 앞장서 풀어야 할 숙제다. 재정지원을 빌미로 한 대학 자율성 침해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러한 난제를 헤쳐나가기도 바쁜 판에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사무총장 연임 강행은 대교협 스스로 발목을 잡는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사립대 교수는 “지금의 사무총장이 일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인데, 그럴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원칙을 어기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 와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대교협 위상에도 좋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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