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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사무총장 7년 만에 연임 나오나?
대교협 사무총장 7년 만에 연임 나오나?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2.26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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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차기 회장에게 공 넘어가 … ‘누가’보다 ‘역할’ 중요

사무총장 연임 문제를 놓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고민에 빠졌다. 황대준 사무총장은 오는 4월 말로 2년 임기가 끝난다. 이에 따라 2개월 전인 이달 말까지는 이사회에서 황 사무총장을 연임시킬지 결정해야 한다. 지난 18일 대교협 정기총회에 앞서 열린 이사회는 현 회장(함인석 경북대 총장)과 차기 회장(서거석 전북대 총장)에게 사무총장 연임 문제를 위임해 놓은 상태다. 다만 두 사람이 합의하더라도 이사회는 열어야 한다. 사무총장 연임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이던 2008년 1월 4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대교협 정기총회에도 당선자 신분으론 처음 참석한 적이 있다. 사진제공= 경북대 대외협력처

대교협 창립 이후 장인숙 사무총장(1·2대)과 구병림 사무총장(3·4대), 이현청 사무총장(5·6대)은 모두 연임해 8년간 재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교협 사무총장은 심한 부침을 겪었다. 4명 가운데 2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김영식 사무총장(현 한국국제대 총장)은 외압에 의해서, 성태제 사무총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으로 가기 위해 스스로 물러났다는 차이가 있다. 황 사무총장이 연임하게 되면 2006년 이현청 사무총장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지금까지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최근 실시한 직원 평가에서 황 사무총장은 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연임을 밀어주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수라는 말이다. 이 때문에 지난 이사회에서 일부 총장은 공개모집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립대 총장은 “직원들 평가가 미흡으로 나왔다. 사무총장과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뜻을 존중해야 조직이 온전히 돌아간다. 정답이 충분히 나왔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 국립대 총장은 “201개 회원 대학의 성격이 다 다르다. 한쪽에서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런 분위기를 잘 아울러서 뜻을 결집시키고 소통도 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함인석 회장은 황 사무총장의 연임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황 사무총장 취임 이후 대교협 예산은 3천200억원 규모로 늘었고, 지난해 12월에는 설립 30년 만에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무총장 연임 문제를 단순히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식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지금은 정치적으로 누가 오느냐가 중요한데 어떤 역할을 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대교협의 고민을 우회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있다. 지난 18일 정기총회에서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대학 총장들과 마지막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사립은 0.06%, 국립은 -0.45%다. 대교협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 주신 것,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대학 총장들의 속내는 다른 것 같았다. “한 이슈 페이퍼에서는 ‘교과부가 평가나 사업성 예산을 도구로 대학을 옥죄고 있’으며 이런 ‘간접규제와 임의규제야말로 가장 시급히 철폐돼야 할 규제’라고 거침없이 지적하고 있다. 아무도 듣지 않는 작은 신음소리와 같았지만 이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대교협은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대교협 감사를 맡고 있는 강우정 한국성서대 총장이 업무감사 보고에서 밝힌 말이다. 대교협에서 발행한 이슈 페이퍼를 예로 들었지만 대학 총장들의 생각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교과부 위탁사업의 경우에도 강 총장은 “대교협이 단순히 사업의 단순 수행기관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사업의 주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치만은 않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에 내정된 서남수 위덕대 총장은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던 2007년 내신 반영비율 확대 등을 놓고 대학과 갈등을 빚었던 인물이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이주호 장관의 반대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국가 차원의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대학 혹은 대교협과는 입장이 다를 수 있는 사안들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는 대학전형 간소화, 고른기회 입학전형 확대, 대입전형 3년 예고제 등이 포함돼 있다. 실행 과정에서 대학과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장면이 다시 연출될 수도 있다.

대교협에 근무했던 한 사립대 교수는 “정책 결정은 회장이나 이사회의 역할이지만 의사 결정 때 최소한의 방향 설정이나 기본 틀을 만드는 것은 사무총장의 역할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그 위에서 적절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에 추종적으로 끌려가기보다 정책 대안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학 의견을 수렴해 정부와 조율해 줄 수 있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거석 차기 회장이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어려운 숙제를 떠안았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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