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09 14:00 (목)
인터뷰 : 아주대에 거액 쾌척한 황필상 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인터뷰 : 아주대에 거액 쾌척한 황필상 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 교수신문
  • 승인 2002.08.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물 부담스러워 환원할 뿐”
“넘쳐나는 건 언제든 덜어내야죠. 전 넘치니까 버릴 줄 아는, 분수를 아는 사람일 뿐이에요.”

아주대에서 만난 황필상씨(56·사진)는 쇄도하는 언론의 관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처음 말문을 열며 그가 한 말은 “저는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라는 한마디. 연이틀 쏟아져나온 보도들이 그를 부담스럽게 했나보다. 그러려고 결심한 일은 아니었는데.

“저는요, 아주 실용적인 사람입니다.” 사업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다 쓸 수 없는 돈이 늘어만 가자 그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에게 부담이었고, 다른 누군가가 그 돈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것을 어린 시절의 가난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집에서 쓰지 않는 것이라면, 남에게 주면 나도 좋고 남도 좋지요.”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결심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11년 동안 그가 몸담았던 ‘수원교차로’의 정신을 마지막으로 실천한 셈. 그러나 시가 200억 가량의 회사 주식 90 퍼센트와 현금 15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이렇게 쉽게 ‘덜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경북에서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밥은 굶겨도 학교는 보내야 한다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가끔은 원망도 하고 그러다 끈기를 배웠다. “부자나 권력자가 있다고 합시다. 저는 그 앞에서는 자세를 안 낮춰요. 그런데 힘없는 사람들 앞에서 한없이 약해집니다. 어렵게 자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녀들은 이런 아빠의 의견에 동의한 걸까. 그에게는 현재 24세, 16세의 두 딸이 있다. “철없는 애들한테 돈 주면 파리떼가 날아들어요. 그걸 왜 줍니까. 물고기를 잡아주면 썩어버리듯이 먹을 만큼 외에는 물고기 잡는 방법만을 가르쳐줍니다. 그러면서 너흰 큰 특혜를 받았다, 아빠가 기부하는 모습이 바로 그거다, 라고 말합니다.”라며 웃는다.

그는 자신도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빚쟁이’라고 말한다. 26세에 뒤늦게 대학졸업장을 따겠다고 아주대에 입학한 그로서는 프랑스로 유학하게 된 계기인 ‘한불문화교류’ 프로그램이 큰 혜택이었다. 옛 인연을 잊지 않고 형편이 어려워진 모교에 찾아온 1기 졸업생은 감회가 새로운 듯 했다. “남에게 베푸는 나무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몸을 낮추는 물처럼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는 노자에 관한 책을 즐겨 읽는다. 그리고 지금이 행복하다.

“대학교수로 있을 때 몸무게 51kg이 되도록 열심히 했지만, 저보다 유능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돼서 그 자리를 물러났습니다. 이번에는 넘치는 재물이 부담스러워 사회에 환원하는 것 뿐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면 행복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으면서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정말 실패한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기부금 문화에 대해 묻자 그는 간결하게 답했다. “과연 내 것이 무엇인가를 따져봤을 때,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기부는 당연한 일이죠.”

유난히 달변이고 생각이 뚜렷한 그는 알고 보니 ‘수원교차로’ 1면에 ‘아름다운 사회’라는 칼럼을 써온 칼럼니스트이기도 했다. 그 칼럼 중의 한 부분에는 이런 글이 씌어 있었다. ‘돈이 있으면 절은 살 수 있어도 극락은 살 수 없다. 돈이 있으면 쾌락은 살 수 있어도 행복은 살 수 없다.’
설유정 기자 syj@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