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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근현대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학과)
[인터뷰] ‘한국근현대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학과)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08.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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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수학공식 아니다”
△교과서 집필 과정 중에 정치적인 외압이 있었는가.
“집필 과정에서 정치적인 개입이 있었다면 내가 먼저 밝히고 집필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부에서 전화 한 통 받은 적도 없고, 검정 위원이 누구인지도 최근 문제가 불거진 후에 알았다.”△집필 기준은 무엇인가.
“역사 교과서를 집필할 때 교육부에서 지정하는 기준이 있다. 반드시 첨가할 내용과 문체, 형식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다. 예를 들면, ‘해방’이라고 쓰지 않고 ‘광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나도 역사를 공부했기 때문에 교육과정의 지침과 내가 알고 있는 이해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에는 고민이 된다.”

△이번 사안에 대한 언론 보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언론의 보도만 보면, 마치 교과서 전체가 어떤 정치적인 성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교과서 검정위원에게 비리가 있는 것처럼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검정위원이 공개되고 나니 오히려 언론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각 언론사의 시론 등을 보았을 때 과연 문제가 되고 있는 교과서의 대목을 제대로 읽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내가 쓴 부분만 해도 김영삼 정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만, 김대중 정부에 대해서는 평가는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처럼 부각됐다. 문제로 지적된 부분들은 4백여 쪽에 달하는 교과 분량 중 적게는 4줄, 많아야 1~2쪽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역사 교과서에 대한 고민보다는 언론이 자신들의 생각에 따라 왜곡한 부분이 강하다.”

△집필한 금성 교과서 외 교과서에 대한 생각은.
“다른 교과서에 대해 평가할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혹은 그 반대의 경우로 ‘왜곡’한 것이 아니라면, 역사를 보는 다양한 입장과 관점은 인정해야 한다. 역사가 수학 공식처럼 하나의 답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교과서의 집필자를 단락별로 밝히고, 집필 기준에 맞춰 서술했는데 관점이 다르다고 해서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육부가 학계 의견을 수렴해 직권수정하겠다고 밝혔는데.
“교과서를 집필했지만 내용 수정에 대한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 내용 수정을 거부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현장의 역사 교사들에게서, 혹은 설득력 있는 이유로 내용 수정건의가 들어온다면 얼마든지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의사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로 인한 수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번 논란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일부에서는 다시 검인정 교과제도를 국정교과제도로 바꾸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안될 말이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교과서 자유 발행제는 힘들더라도,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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