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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완숙미·원숙한 기량 … 통찰 뛰어난 그들!
겸손한 완숙미·원숙한 기량 … 통찰 뛰어난 그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1.0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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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띠 교수들, 누가 있나

뱀띠 교수라고 하면 대개 1941년 生, 1953년 生, 1965년 生이다. 1941년 生뱀띠 교수에는 2011년 인천문화재단의‘우현학술상’과 문화재청의‘제8회 대한민국문화유산상’을 수상한 권영필 상지대 초빙교수가 있다. 그는 지난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미술이론)을 퇴직했다. 미술사학자로『미술사와 나』,『 실크로드 인사이드, 문명의 충돌과 미술의 화해』등 많은 저서를 집필다. 여전히 한예종과 고려대에서‘동서미술교섭사’를 강의하고 있는 그는“한국의 미도 겸하지만 내 전공이나 연구의 본령은 실크로드다. 올해에는 부지런히 원고를 써서 실크로드 관련 연구서를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초대 대학장을 맡고 있는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영어학)도 1941년 뱀띠다.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이사장을 맡아 독서 토론회에서 강연하거나, ‘민음 고전학교 월례 특강’에서 고전을 강의하기도 했던 그는,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책 읽기가 유효하고, 또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국내 신석기연구 1세대인 임효재 서울대 명예교수(고고미술사학) 빼놓을 수 없다. 1961년 서울대 고고인류학과의 원년 멤버인 그는 당시 중국과 일본이 한반도 인류의 원조라고 주장하던 세계 학계의 정설을 6년에 걸친‘여주 흔암리 유적 발굴’을 통해 뒤집었다. 한반도 인류의 기원을 2천 년 정도 끌어올렸고, 만주 문화가 중국이 아닌 한민족과 같은 문화권이란 사실도 입증했다. 그의 발굴 현장 이야기를 담은『두더지 고고학』같은 서적을 통해 일반인과 고고학의 거리를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겸손한 완숙미를 보이는 1941년 뱀띠 교수들과 달리, 원숙한 기량을 학계에 펼치고 있는 1953년 生 교수에는 누가 있을까. 김병종 서울대 교수(동양화)가 있다. 끊이지 않는 작품활동은 제쳐두고도 그의 왕성한 기고활동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일간지에 기고한 글을 모아 출간한『화첩기행』시리즈와『김병종의 모노레터』,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이 그의 대표 저작. 1980년대「바보 예수」, 1990년대「생명의 노래」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던 그는 2000년대 중반 라틴아메리카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새로운 도약을 했다. 2013년 그의 붓끝과 펜이 어디를 가리킬지 궁금하다.

뇌신경과학을 전공하고 현재 카이스트 물리학과에 재직중인 김수용 교수도 언급해야 한다. 물리학과 교수지만, 그의 행보가 독특하다. 지난 해에는 『뇌과학이 밝혀낸 놀라운 태교이야기』를 써 태교와 태아 두뇌 및 정서발달의 상관관계를 풀어내 호응을 받더니, 곧이어 3D로 보는 동화가 유아의 언어 능력 배양에 효과적이라는 뇌파 검사 결과도 발표했다. 태교의 신비를 밝혀냈던 그의 연구는 현재 유아의 학습 능력과 창의력을 성장시키는 데까지 확장됐다.

현재 한국사회복지학회장, 참여사회연구소장, 한국여성재단 이사를 맡고 있는 조흥식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도 있다. 아동권리 증진을 위한‘아동권리옴부즈퍼슨’에도 참여한 조 교수는 한국사회정책학회장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장 시절, 저소득 아동에 대한 사회적 보육 교육 기회 제공,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기 위한 공교육 강화, 중고령층의 직업훈련 활성화 등 개개인들의 인적자본을 증진시키는 복지정책 강화를 강조해 왔다.

왕성한 연구력으로 학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1965년 生에는 박명렬 동신대 교수(방사선학)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가 4·11 총선 열기로 한창 뜨거웠을 때, 그보다 더 뜨겁게 세계 과학계를 달궜던 중성미자 실험에 참여했던 박 교수. 한국 중성미자 연구진 RENO의 일원으로 유령입자라 불리는 중성미자 실험 성공에 기여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중성미자 실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저속제어시스템을 개발한 박 교수의 연구팀은 600억 규모의 투자에 연구인력도 배가 넘는 해외 연구팀에 비해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순수과학분야에서 쾌거를 올려 주목을 받았다.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곳에서는 목소리를 내지만, 미학·예술 분야에서 스스로의 이론을 창조해 내기 위해 묵묵하게 길을 걷고 있는 심혜련 전북대 교수(과학학)도 있다. 『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의 미학』,『 20세기의 매체철학』등 이미지와 영화에 대한 일련의 저작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매체를 단순한 도구나 수단이 아닌 세계 그 자체로 보며 매체가 가지는 소통 방식의 변화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철학사와 미술사를 공부했고, 현재 과학기술과 예술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암호학과 정보이론을 정공한 이상진 고려대 교수(사이버국방학)도 2013년 활동이 기대되는 뱀띠 교수 중 하나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3천만 명 시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빠른 소통이 가능한 SNS가 필수가 돼버린 편리함의 시대에 이 교수는 보안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가의 안보를 최전선에서 담당하는 군인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더욱 연구가 진행돼 보안이 강화된 안전한 운영체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계속해서 주장하는 요지다.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에서 뱀띠 교수를 검색하면 6천 명이 넘는 교수가 검색된다. 임재해 안동대 교수(민속학)의 말처럼, 뱀은 스스로 허물을 벗을 수 있는 성숙함, 인문학적 통찰을 가진 존재다. 위에 열거한 뱀띠 교수들의 전문 분야를 보면, 미술계, 교육계, 인문학계, 자연과학계 그리고 국가 안보에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이들을 필두로 한 뱀띠교수들이 활동할 계사년 한 해가 기대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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